[M:I5/이단벤지] Mission: Impossible - Doe's Agency (4) (Incompleted)
- Mission Impossible: Rouge Nation, Ethan Hunt/Benji Dunn
- Written by. Jade
Mission: Impossible - Doe's Agency
미션 임파서블: 도스 에이전시
4. (Incompleted)
벤지는 눈을 뜨기 전부터 자신이 있는 공간이 변화했음을 알았다. 졸리지는 않지만 마땅히 힘이 펄펄 솟는 것도 아닌 기묘한 부유감이 몸 안을 돌고 있었다. 벤지는 눈꺼풀을 들어올렸다. 그는 다친 곳도 없이 병원에 누워 있었다.
어쨌든 정체를 알 수 없는 기체를 흡입했으니 병원으로 실려 온 것 같다며 자체적인 판단을 마친 벤지는 의자의 등받이에 턱을 괴고 있는 브랜트를 발견했다. 식탁 사이에나 꽂혀 있을 것 같은 모양새의 의자를 어디서 공수해 온 것인지는 몰라도, 브랜트는 꽤나 편하게 그것에 몸을 의지하면서 핸드폰을 만지고 있었다. 벤지가 뚱한 표정을 지었다.
“…전부터 느낀 건데, 그 자세 이상해.”
“뭐가.”
“첩보기관의 부국장이라는 사람한테는 안 어울린다고.”
두 사람은 독특한 방식으로 서로의 안부를 확인했다. 브랜트가 의자 바깥으로 삐져나와 꺾여 있던 팔을 하나씩 회수했다.
“일반적인 수준의 신경가스였으니 네 몸은 걱정하지 않아도 돼.”
“이단은… 거기서 뭘 가져간 거야?”
“기록청장의 도움을 받아 알아봤는데, CIA 내에서 발의는 되었지만 현실화되지 않은 프로젝트에 관한 거였어.”
“보관소에 있었던 센티넬 프로젝트처럼?”
“그거랑은 달라. 그 센티넬은 몇몇 인간들이 써먹을 수도 있겠다 싶어서 랭글리 안에 있었던 거고. 통제구역 안에 있던 건 만장일치로 버려진 것들이었어. 국장님은 CIA에 그런 미친놈도 있었냐며 황당해하시던데. 하나는 미국 시민만을 대상으로 한 암살 및 감청 프로그램이었고 또 하나는 조기 인재 선발이라고 포장해두긴 했는데, 결론적으로는 기관이 어린 생명들을 쓸 만한 녀석과 그렇지 않은 녀석으로 구분해놓겠다는 내용이었어.”
브랜트의 말을 다 들은 벤지가 감탄하듯 중얼거렸다.
“와, 진짜 미친놈인데?”
“그리고 그런 미친놈의 아이디어가 정보기관을 씹어 먹고 싶어서 안달이 난 악당 손에 들어가고 말았지. 대중들은 당연히 선동될 거야.”
“…막을 방법은?”
“생각 중이야.”
브랜트는 다시 핸드폰 자판을 두드렸다. 벤지는 털썩 주저앉고 싶었지만 이미 누운 상태였기에 황망히 눈만 깜빡였다. 이단은 자신이 빼돌려야 하는 게 무엇인지 알고 있었을까? 그가 늘 지키려 했던 조직에 지금 그 자신이 가장 큰 위협을 제공하고 있다는 것도 모를 만큼, 가이드 없는 센티넬이라는 게 그렇게 무력한 존재일까? 벤지는 이 모든 물음들을 해소하기 위해 필요한 기술이라든가 학문적 사실을 너무도 알고 싶었다. 하지만 벤지의 머릿속에 있는 건 이단이 자신을 보고서도 총을 쏘는 대신 어렵지 않게 해독될 수 있는 가스를 뿌렸다는 기억뿐이었다.
그 때 브랜트에게 전화가 걸려왔다. 브랜트는 전화벨이 한 번 다 울리기도 전에 스피커폰을 켰다.
“알아낸 게 있어요?”
벤지의 눈동자가 잠시 커졌다.
—당신이 찾는 사람을 본 적이 있어요.
병실 내부를 가득 채우는 일사 파우스트의 목소리를 들은 벤지는 더 크게 눈을 떴다.
* * *
그러니까 벤지가 아주 편하지만은 않은 잠에 빠져 있을 무렵 런던에서는 다음과 같은 일들이 벌어지고 있었다.
브랜트의 연락을 받은 일사가 조지 더글라스라는 인물이 영국 정보부와 혹시 관련이 있는지 질문했을 때, 루퍼트의 머릿속에 특별히 떠올랐던 것은 없었다. 그는 외부인이 된 일사가 더는 접근할 수 없게 된 MI6의 데이터베이스에 이름을 돌려보겠다고 약속을 하긴 했다. 그러한 과정이 있어 루퍼트는 반만 채운 머그컵을 앞에 두고 모니터를 보고 있었다. 데이터베이스는 부지런히 돌아가는 중이었다.
루퍼트는 지금까지 벌어진 사건을 돌이켜보았다. 그는 이태까지 CIA 내부의 비밀 아닌 비밀 기관에 대해 열렬한 관심을 표한 적이 없었다. 그는 유럽을 누비는 남자였고, 그가 예기치 않게 미국인들과 어울리게 된 것은 솔로몬 레인이 이단 헌트를 찾으라는 메시지를 남겼기 때문이었다. 그것은 이단 헌트가 숨기고 있는 정체와 관계없이 루퍼트에게는 유효한 하나의 임무였다.
루퍼트는 데이터베이스의 검색 결과를 기다리는 짧고 의미 없는 시간에, 갑자기 아무런 묘사도 없이 단지 이단 헌트를 지목하기만 했던 솔로몬 레인의 의도를 추리해보게 되었다. 죽은 자가 누군가의 이름을 남겼다. 이 경우 이름의 주인공이 살인자이거나, 살인자를 알려줄 수 있는 중요한 고리일 수 있다는 두 가지 가능성이 생겨난다.
진전 없던 화면이 바뀌어 루퍼트가 허리를 폈다. 본부에 제출되었던 몇 개의 보고서에서 조지 더글라스라는 이름이 등장한 듯했다. 루퍼트는 제일 위에 뜬 검색 결과를 클릭했다가 그가 솔로몬 레인과 엮여있는 걸 보고 깜짝 놀랐다. 루퍼트가 목을 좀 더 빼고 스크롤을 내렸다.
—루퍼트? 벌써 뭐가 나왔어요?
“더글라스는 레인과 같은 생각을 했던 놈이었어요.”
—네?
“더글라스는 미국판 솔로몬 레인이나 다름없는 자란 말입니다. 그리고 그에게 이단 헌트는 당신이에요, 일사.”
잠시 후 일사의 핸드폰으로 한 장의 사진이 도착했다. 사진을 열어본 일사는 눈을 한 번 깜빡이고는 아예 눈동자를 사진에 고정해버렸다.
—이 사람이 레인이랑 같이 있는 거, 한 번도 본 적 없습니까?
“아니요. 있어요.”
일사의 핸드폰이 조금씩 아래로 미끄러졌다.
“브랜트에게 알려줘야겠어요.”
일사는 언제쯤 자신에게 맞지 않는 옷을 벗을 수 있을지 헤아리는 것도 포기해가던 시절의 한 부분을 떠올렸다.
일사는 레인의 방문 앞을 야닉 빈터가 지키는 걸 보고 일단 아무렇지도 않게 자신의 방으로 들어갔다. 그녀는 성큼성큼 화장대 서랍에서 작고 납작한 물건을 꺼낸 뒤 그것과 색깔이 같은 리시버를 귀에 끼고 머리카락으로 귓불 주변을 가렸다. 밖으로 나가니 야닉 빈터가 문지기 일이 지루한지 구두 앞코를 까딱거리고 있었다. 일사는 숨 쉬는 소리도 내지 않고 코너를 돌았다.
그녀는 솔로몬 레인의 방과 인접해 있는 비상계단 쪽으로 숨어서 가지고 온 물건을 벽에 갖다 댔다. 그것은 일종의 증폭기 역할을 하면서 작게나마 일사에게 레인의 방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대화를 끌어왔다.
—배우와 감독, 두 영역에서 성공한 사람은 흔하지 않아. 클린트 이스트우드가 왜 대단하다는 소리를 듣는 데에는 다 이유가 있는 거지.
일사가 모르는 목소리였다. 일사의 상체가 알아서 벽으로 바짝 붙었다.
—그러는 당신이야말로 이른바 ‘구조적 완성도’에 목을 매지 않나?
—일사 파우스트를 보면 꼭 나만 거기에 관심을 가진 사람 같지는 않은데.
—일사는 그저 상관의 명령을 듣는 평범한 요원이야. 그녀에겐 언제나 별다른 선택지가 주어지지 않는다는 게 약간 다를 뿐.
갑자기 자신의 이름이 튀어나온 것에 놀랄 틈도 없이 일사는 증오스러울 정도로 냉철하고 정확한 레인의 단평에 충격을 받았다. 그녀는 잠시 고개를 빼서 야닉 빈터의 발을 확인했다. 그의 발은 아예 허공에 대고 박자를 젓고 있었지만, 일사는 그것이 자신의 안전을 보장해주는 건 전혀 아니라는 걸 또렷하게 머릿속에 새겼다.
발각된 스파이의 움직임은 둔해지기 마련이다. 일사는 장비를 챙겨 철수하면서 누군가의 한 마디를 들었다.
—그런 훌륭한 인재라면 내 곁에 두고 싶군.
일사는 놀라운 빠르기를 발휘해 방으로 숨은 다음 얇은 틈으로 밖을 내다보았다. 일사가 평생 동안 본 적 없는 얼굴이 솔로몬 레인과 비슷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몇 달 뒤 일사는 지하실로 끌려 온 이단 헌트를 구했다. 그리고 그녀에겐 두 번째로 그를 구하는 데 도움이 될지도 모르는 단서는 현대의 통신 시스템을 거쳐 미국 동부 땅에 있는 브랜트와 벤지에게 도달한 상황이었다.
“랭글리와 런던에서 온 정보들을 종합해보자고.”
벤지의 병실은 간의 회의실이 되었고 그의 침대는 급한 대로 테이블 역할을 맡게 되었다. 브랜트가 화이트보드 대신 놓여 있는 타블렛에 번호를 썼다.
“루터가 랭글리에서 긁어온 자료들에 의하면 이단이 훔쳐간 초안들을 작성했던 조지 더글라스라는 자는 CIA에서 활동할 때도 썩 얌전하진 않았던 것 같아. 임무 성공률은 상위권이었지만 지나치게 과격하고 공격적인 아이디어를 자주 제출했다고 해.”
브랜트의 손가락이 이번에는 숫자 ‘2’를 그렸다.
“일사가 싱클레어 요원에게 물어봤는데, MI6가 가지고 있는 기록에서도 그가 등장했다더군. 두 사람은 요원으로 뛸 때 일을 같이 했었다는 거지. 더글라스는 스스로 CIA를 떠났다고 되어 있지만 그의 튀는 행동들을 보면 위에서 나가라는 압력이 있었을 거야. 여기에 더해서 우리는 레인이 MI6를 별로 좋아하지 않았다는 걸 알고 있지.”
“죽이 잘 맞네. 그러니 레인의 신디케이트가 무력화된 이후에는 그 더글라스라는 놈이 날뛰는군.”
“아마도. 그런데 일사가 재밌는 얘기를 했어. 두 사람이 꼭 서로를 경쟁자로 보는 것 같은 대화를 나눈 적이 있대. 일사는 그들이 목표는 같을지언정 서로 택한 길이 달랐을 거라고 생각하고 있어.”
“레인은 아주 비밀스러웠잖아. 신디케이트라는 조직이 있다는 걸 알아내는 데에도 많은 시간이 걸렸으니까.”
“그렇다면 반대로 조지 더글라스는 꽤 요란한 타입이겠지.”
그러면서 타블렛 위에 쓰여 있는 숫자를 하나 더 늘리려던 브랜트가 멈칫했다. 벤지가 브랜트의 손목을 잡고 무언가 중요한 사실을 발견한 사람의 얼굴을 띄워 올리고 있었다.
“…이단이 가져간 자료들 말이야, 그게 언제 작성된 거지?”
“더글라스가 기관을 떠나기 3개월 전. 그 두 개가 마지막 제안서들이었어.”
“그 놈이 일부러 그런 어처구니없는 내용을 써 낸 다음, 스스로 자신을 상부의 눈 밖에 나게 만들었다면? 그게 기록청의 지하로 직행할 거라는 걸 예상하고, 나중에 그게 세상 바깥으로 나오게 되었을 때 야기될 문제까지 다 계획해 놓은 거였다면 어떻게 되는 거야? 그 일을 어쩔 수 없이 이단이 떠안게 된 것까지 전부 각본이었으면?”
브랜트는 눈을 껌뻑거렸다. 벤지가 지휘자처럼 손을 흔들기 직전 그가 내뱉었다.
“이단은 CIA의 적이 됨과 동시에 버려지겠군.”
타블렛이 휙 뒤집히고 벤지가 담요를 걷어찼다. 그의 양 발이 신발을 낚아채려고 부지런히 허우적거렸다. 브랜트가 아슬아슬하게 침대에 걸쳐져 있던 타블렛을 추락의 위기로부터 건져냈다.
“잠깐, 벤지. 침착해. 그 꼴로 나갈 거야?”
대답을 하기에 앞서 몸부터 가눠야 했던 벤지의 다리가 한바탕 두 사람 사이를 갈랐다. 품이 넓은 환자복이 펄럭거리는 소리가 벤지를 무안하게 만들었다.
“…내 옷은 어디 있는데?”
브랜트가 침대 밑에서 가방 하나를 꺼내 벤지에게 건넸다. 벤지는 자신의 동료이자 상관에게 한 줌의 부끄러움도 느끼지 않는 듯 환자복을 훌렁훌렁 벗었다. 브랜트의 눈동자가 조용히 천장을 향했다.
“덧붙이자면 우리가 그렇게 불리한 입장인 건 아니야. 영향력 있는 언론사나 방송사가 CNN을 제외하면 다 뉴욕에 있으니까. 그 놈은 파급효과를 노릴 텐데 그럼 뉴욕만큼 괜찮은 곳이 없어. 애틀랜타에는 루터를 보낼 거야.”
타이밍 좋게 벤지가 소리 없이 만세를 외치는 자세를 선보였다. 브랜트는 머리까지 안정적으로 쏙 밖으로 빼낸 벤지를 데리고 병실을 나섰다. 두 사람은 워싱턴 D.C를 떠나 더욱 동쪽으로 향했다.
Original Date 2015. 11. 05.
미완성작이라서 카테고리도 붙이지 않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