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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5/이단벤지] Mission: Impossible - Doe's Agency (2)

Jade E. Sauniere 2016. 6. 23. 15:44

- Mission Impossible: Rouge Nation, Ethan Hunt & Benji Dunn

- Written by. Jade


Mission: Impossible - Doe's Agency

미션 임파서블: 도스 에이전시



[2. 의지를 잃어가는 자] 



  본 프로젝트는 요원의 충성도를 극대화하여 기관이 조직하는 임무와 그것의 성공 및 기밀 보장을 위해 최적화된 시스템을 제공하기 위해 설계되었다. 그동안 기관의 주요 작전들이 대중에게 노출되어 그 정당성을 설파하기도 전에 몰매를 맞고, 그 외 다양한 이유로 중단되고 폐기되었던 근본적인 원인은 작전에 투입되었던 요원들의 변심 및 배신이었다. 이에 본 프로젝트는 현장 요원이 절대로 기관을 배신할 수 없도록 하는 장치를 만들 것이다.


  주요 장치는 ‘센티넬’이라고 가칭되며, 최첨단 신경과학 및 나노공학에 입각하여 제작되는 생체 주입용 마이크로칩을 일컫는다. ‘센티넬’은 강력한 스트레스 신호를 통하여 요원의 능력을 완벽하게 끌어올리고, 임무를 수행하는 동안에는 기관에 대하여 어떤 도덕적․윤리적 판단도 할 수 없게끔 요원을 조종한다. ‘센티넬’의 제어장치는 그것이 이식된 요원의 책임자가 가지고 있도록 하며 명령어 입력 및 신호 변환 기능과 중지 기능을 갖추게 된다….


  다음 문단은 제안서를 검토한 사람이 달아 놓은 코멘트에 의해 가려져 있었다.

 

  본 프로젝트는 과학적 비현실성과 윤리적으로 논란이 될 소지가 지나치게 많으므로 실행을 보류한다. 


  벤지는 CIA가 프로젝트를 깔끔하게 무효화하는 것도 아니고 실행을 보류했다는 것에 주목했다. 그것만으로도 벤지가 그 뒤의 두툼한 서류들을 읽을 필요는 없어진 셈이었다. 벤지는 그 파일을 챙기기로 정했다. 


  “벤지?”


  브랜트가 출입문을 두드리면서 들어왔다. 벤지가 허겁지겁 파일을 닫으면서 음성으로 자신이 있는 쪽을 알렸다.


  “여기야!”


  브랜트는 단번에 벤지를 찾아냈다. 벤지는 브랜트에게 잠깐만 기다리라는 손짓을 보내고 나서 급히 상자들의 뚜껑을 닫았다. 


  “마침 잘 왔네. 브랜트, 우리가 해야 할 얘기가 있어.”

  “나중에. 일사가 이단을 봤대.”


  벤지가 바람 소리가 날 것 같은 속도로 뒤를 돌았다. 


  “뭐? 언제?”

  “24시간도 안 됐어. 장소는 런던이야.”

  “맙소사, 그럼 당장 가야지!”

  “표는 이미 준비해놨어. 아, 그리고.”


  벤지가 브랜트를 바라보았다. 아마도 벤지가 오늘 브랜트에게 CIA가 흔적조차 남겨둬서는 안 되었던 프로젝트에 관한 얘기를 할 수는 없을 것 같았다. 


  “솔로몬 레인이 감방에서 죽은 채로 발견됐다는군. 이단을 찾으라는 쪽지를 남기고 말이야. 덕분에 영국 정보부도 난리가 났어.”


  벤지는 순식간에 머릿속이 세탁되는 기분에 휘감겼다. 


  “…설마 이단이 죽인 건 아니겠지?”

  “그렇기야 하겠지만 우리가 장담할 수는 없지. 하여튼 15분 뒤면 출발이니까 준비해.”


  벤지가 입 안을 깨물었다. 그는 다른 상자들이 쌓여있는 틈에 문제의 파일의 윗부분이 약간만 보이도록 끼워 두고 브랜트의 등을 향해 부지런히 걸었다. 



* * *



  런던의 빈센트 스퀘어는 그다지 유명하지는 않지만 근처에 학교와 크리켓 경기장 등을 끼고 있어 꽤 자주 일반 시민들의 발길을 맞이하는 잔디 광장이었다. 벤치에 앉아 있는 브랜트는 일사의 선택이 나쁘지 않았다고 마음속으로만 품평을 했다. 


  브랜트는 벤지를 힐끗했다. 벤지의 입가가 이따금씩 씰룩댔다. 브랜트는 미국에서 벤지가 자신에게 할 말이 있다고 이야기를 꺼냈던 것을 기억했다. 브랜트는 혹시라도 일사가 오기 전까지 여유가 있을까 싶어 시계를 보았지만, 짙은 파란색 블라우스를 입은 일사가 두 사람 쪽으로 다가오고 있었다. 브랜트가 벤지를 툭 쳤다. 옷 주머니에 손을 넣고 있던 벤지는 숨겨 두었던 액정 화면을 확인하더니 브랜트를 향해 은밀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일사는 아주 희미한 미소를 짓고 있었다.


  “오랜만이에요. 그리고 내 몸에 수상한 장치는 달려 있지 않아요, 벤지.”

  

  그 말에 벤지뿐 아니라 브랜트도 무안하다는 듯 눈을 굴렸다. 팔꿈치로 서로를 찔러만 대던 두 사람의 신경전은 부국장이라는 지위에 반쯤 굴복해준 벤지가 손을 홰홰 내저으면서 일단락됐다. 


  “…직업병이라고 생각해요.”


  일사는 변하지 않은 낯빛을 두 사람이 볼 수 있는 경로를 지나 그들의 오른쪽 벤치에 앉았다. 브랜트가 입을 열었다. 


  “더는 당신이 MI6에서 일하는 요원이 아니기 때문에 당신이 모르는 사항들이 몇 가지 있어요. 속으로는 아무런 조건 없이 그걸 당신과 공유하고 싶지만, 사안이 사안인지라 당신이 우리 쪽에 보다 더 확실한 협력을 제공할 건지 알아야 합니다.”


  일사는 다리를 꼬고 잔디를 바라보았다. 


  “내가 MI6를 도울 것 같나요?”


  “가능성 없는 일은 아니니까요. 그렇지만 제가 IMF 내에서 가지고 있는 위치와 제 개인적 입장을 모두 고려해도 저는 영국보다는 일찍 이단과 만나서 사태를 되도록 이단에게 큰 피해가 가지 않는 쪽으로 해결을 보고 싶습니다.”


  “MI6가 이단을 확보하면 그가 위험해지다고 보는군요.”


  “가능성이 없지는 않습니다.”


  벤지는 어쩐지 자신이 표정을 관리해야 한다고 여겼고, 덕택에 입술에 힘을 주고 있느라 콧바람을 뿜을 것 같은 위기에 처해 있었다. 일사가 마침내 시선을 옮겼다. 


  “상당히 정치적인 화법을 쓰는군요. 저도 가급적 이단이 다치지 않기를 바라요. 그가 그 자신에게 어울리지 않는 일을 하는 데에는 다 이유가 있으니까.”


  “…그럼 간단하게 설명 드리죠. 이단이 마닐라로 파견을 나갔을 당시 폭탄 테러가 발생했고 그 뒤로 이단과 연락이 닿지 않고 있습니다. 그런데 당신이 런던에서 이단을 봤다던 그 날에 MI6 국장이 솔로몬 레인이 사망했다는 소식을 듣고 사건 현장을 수색했고, 이단을 찾으라는 친필 메모를 발견했습니다. 그 때문에 MI6에서는 이단이 레인을 죽였을 수도 있다는 가정을 세우고 있으며 설상가상으로 국장실에서는 침입자의 흔적까지 나왔다더군요. 신원을 확인할 수 있는 증거물은 나오지 않았습니다만 영국 정보부 쪽에서는 심증으로 범인을 이단이라고 지목하는 것 같습니다. 누군가가 이단을 데리고 그를 이용하고 있다는 저희와는 의견이 다르죠.”


  브랜트는 말을 마치고 턱을 약간 들었다. 남자아이 하나가 잔디에 낀 공을 잡으러 오면서 소란을 피웠다. 그로 인해 머리를 정리할 시간을 번 일사가 교차해놓고 있던 다리를 풀었다. 


  “이단이 우리에게 단서를 줄 거예요.”


  일사가 일어나자 브랜트와 벤지도 잽싸게 엉덩이를 뗐다. 


  “당신을 기억하지 못했다면서요. 마닐라에서 사라진 뒤 이단은 어떤 방식으로든 우리한테도 연락을 한 적이 없는데 무슨 수로요?”


  “IMF의 추측이 맞든, MI6의 추측이 맞든 상관없이 이단이 가는 곳이면 분명히 무슨 일이 벌어질 거예요. 거기서 우린 정보를 얻을 수 있을 거고요.”


  일사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사이렌 소리가 잠잠하던 공원을 휘젓고 갔다. 벤지가 중얼댔다.


  “감이 좋으시네.”


  세 사람은 한 마음으로 공원을 빠져나갔다.


  그들은 4차선 차도를 전속력으로 뛰어넘은 뒤 인도를 쭉 내달렸다. 유스호스텔이나 비즈니스호텔들이 많은 지역이라 주변은 런던답지 않게 조용했고, 경찰차들이 어디로 가는지는 알고 쫓아가는 거냐는 벤지의 외침에 일단은 차를 따라잡기라도 해야 하지 않겠냐고 띄엄띄엄 말하는 일사의 목소리가 소음의 전부처럼 느껴졌다. 셋은 중간 규모의 교회에 다다라서 잠시 숨을 골랐다. 


  “어느 쪽?”

  “아니, 그래서 어디로 가는 건데요?!”


  미국인 둘의 숨찬 질문을 받는 유일한 영국인의 표정이 복잡했다. 


  “오른쪽으로 가면 대학들이 몇 개 있고, 왼쪽으로 조금 더 가면 빅토리아 역이 나와요.”

  “워, 잠깐.”


  벤지가 두 손을 들고 브랜트와 일사의 사고를 막았다. 


  “경찰차 말고 특별 기동대가 울리고 다니는 소리도 나는 것 같은데요? 폭발물이 터지는 소리는 안 났으니까, 대형 인질극이라도 생겼나?”


  특별 기동대가 출동 시 타고 다니는 방탄 차량은 일반 경찰차와는 확연히 구별되는 사이렌 소리를 갖고 있었다. 벤지는 손가락을 들면서 들려오는 소리에 집중해보라는 듯한 제스처를 지속적으로 취하고 있었다. 사방이 점차 소란해졌다.


  “어딘지 알 것 같아요.”


  일사가 다시 달렸다. 벤지가 준 두 가지 단서는 노골적으로 빅토리아 역 부근의 산탄데르 은행을 가리키고 있었다.



* * * 



  이단 헌트는 손을 허벅지에 붙이고 가만히 서 있었다.


  그는 자신의 혈관 하나하나가 휴식을 원하는 걸 너무도 절절히 느꼈다. 훈련받은 이들도 불가능하다며 손을 내젓는 현장에 셀 수도 없이 투입되었었던 과거를 돌이켜봐도 자신이 이토록 주저앉아 쉬고 싶어 했던 때가 없었다. 그리운 것들이 많았다. 약물 성분 없이 몸 안을 도는 깨끗한 피와 누구도 그의 수면시간에 대해서 왈가왈부하지 않는 조용하고 푹신한 침대, 그저 수고했다는 동료들의 말과 무언가를 지켜냈다는 뿌듯함이라는 소박한 대가만을 가지는 임무, 그리고 익숙한 얼굴들이 그리웠다. 언제나 이단의 절박함을 나눌 수 있는 준비가 되어있는 소중한 이들이 그에겐 절실했다.


  그러한 이단의 쓸쓸한 감상은 귀에 꽂혀 있는 이어플러그에 의해서 파괴되었다. 이단은 버텨보려 했지만 뒤쪽에서 몰려드는 무장한 인원들마저 그를 방해했다. 그는 여전히 손을 붙이고 있었고, 이단의 앞모습을 볼 수 있는 은행의 여직원이 눈동자도 깜빡이지 않으며 이단을 향해 고개를 모로 젓고 있었다.


  그녀가 입모양으로 말했다. 죽이지 말아주세요. 


  “가방을 바닥에 내려놓고 손들어!”


  경찰인지 기동대 대원인지 모를 남자가 이단에게 윽박질렀다. 여직원은 이단의 허리에 꽂혀 있는 총을 보고 있었다.


  “손들라고 했어!”


  여자가 또 이단에게 말을 걸었다. 제발 절 죽이지 마세요. 이단은 두 번 그녀를 무시할 수 없어 역시 소리 내지 않고 답해주었다. 책상 밑에 숨어요. 


  이어플러그 너머의 음성은 머리끝까지 지쳐버린 이단에게 그가 거부할 수 없는 제안을 던졌다. 이단은 돈이 잔뜩 들어있는 가방을 놓았다. 여직원은 그것을 신호 삼아서 책상 밑으로 들어간 다음 의자를 당겨 틈을 좁혔다. 그녀는 등받이와 팔걸이 사이의 빈틈으로 무언가 사연이 있어 보이는 남자의 눈빛이 돌변하는 걸 목격했다.


  이단이 총을 잡은 순간 은행의 정문 유리가 박살났다. 예상치 못했던 방향에서 공격을 받은 경찰들이 반은 뒤로, 반은 정면을 향한 채 나뉜 틈에 이단은 완벽하게 손가락을 방아쇠에 걸었다. 이단이 쏜 총알이 기동대 대원의 헬멧 앞부분을 깨뜨렸다. 이단 헌트는 의심할 여지없이 그 대원을 죽이려 한 것이었다.


  이단이 사격을 행할 기회를 준 사람들은 기동대와 거의 똑같은 복장을 입고 있었다. 그들은 방탄복을 입지 않은 경찰들부터 처리했다. 각지에서 관광 혹은 공적인 업무를 보러 온 이들을 어렵지 않게 수용하던 산탄데르 은행의 로비에 죽은 자들이 빠르게 쌓여갔다. 


  “지원을 요청해야 해!”


  돌기둥 뒤에 숨은 대원이 내뱉었다. 그 말은 이단에게는 한 자루의 총이 모자를 수 있다는 뜻으로 들린 모양이었다. 양손에 권총을 쥔 이단 헌트가 앞으로 거침없이 걸었다. 기둥 뒤에서 시간을 벌며 백업을 부르려던 기동대원은 차갑게 불타고 있는 병기의 눈동자를 본 걸 끝으로 주르륵 미끄러졌다. 그의 얼굴은 까맸고 동시에 무척 빨갰다.


  기동대원들은 수적으로 밀린다는 현실을 타개해보려고 구조물 여기저기에 숨어서 그들의 본부로 연락을 넣으려 발버둥 쳤다. 계단의 난간이나 자동인출기 옆 등등 몸을 구겨 넣을 수 있는 그림자 뒤에는 모두 이단 헌트의 적이 있었다. 이단은 그저 이태까지 몸이 학습한 대로 적을 처단했다. 그는 기계적으로 탄창을 갈았다가 더 이상 자신이 쏠 수 있는 대상이 없다는 걸 인식하고 총을 집어넣었다.


  이단은 가만히 눈을 깜빡거렸다. 얼굴이 보이지 않는 자가 이단이 내려놓았던 가방을 대신 들었다. 


  느닷없이 총성이 연장되었다. 이단은 귀가 먹먹해지는 소리를 듣고 나서야 자신을 대신해 가방을 챙긴 남자를 쏴버렸음을 깨달았다. 시각이 받아들이는 정보만으로는 기동대원들과 다를 게 없는 남자들이 이단을 응시했다. 이단은 스스로 가방을 들었다. 그는 실상 자신이 왜 총을 쐈는지도, 왜 그 가방을 다른 사람의 손에 맡겨서는 안 되는지도 잘 알지 못했다. 


  “오, 벌써 한바탕 난리가 난 것 같은데?”


  브랜트가 유리 조각들이 즐비한 은행의 입구를 보고 말했다. 그 말에 근소한 차이로 브랜트 뒤에 있던 벤지가 그를 추월하며 은행을 향하여 돌진했다. 브랜트는 벤지의 필사적인 속도에 반사적으로 가슴을 뒤로 뺐다.


  “워, 벤지, 잠깐!”


  브랜트는 벤지를 쫓았고 일사는 어떤 전조도 없이 찢겨지고 있는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들어가지 마요! 위험….”


  2층짜리 은행 건물의 정수리에 구멍이 뻥 뚫렸다. 일사가 순간적으로 고개를 돌리며 귀를 막았다. 


  벤지만이 은행 주변의 블록에 더해 빅토리아 역이 통째로 얼어붙을 것만 같은 재앙 속에서도 악을 쓰고 있었다. 


  “이단!!”


  벤지는 시신에 걸려 앞으로 고꾸라질 뻔한 몸을 겨우 추스르고 소리 높여 이단을 찾았다. 끔찍한 이정표와 같이 바닥에 흩어진 시신들 사이에는 그 어떠한 형태로도 이단이 없었다. 벤지는 아주 긴 고함을 내지를 것 같은 안색으로 위를 쳐다보았다. 위에서 매우 수상쩍게 날카로운 바람이 불어왔다. 


  공기가 헬리콥터의 프로펠러에게 붙잡혀 휘청거리고 있었다. 벤지가 오른손으로 그늘을 만들었다. 로프를 타고 헬리콥터까지 올라가는 누군가의 모든 것이 익숙했다. 벤지는 자신도 모르게 발을 움직였고 자신에게서 사라지려고 하는 그림자가 이단 헌트라는 확신에 붙잡혀 있었었다. 새로운 시체가 또 다시 벤지의 신발에 무게를 더하기 전까지 그러했다. 벤지는 자신의 신발코에 척 손을 올리고 있는 이름 모를 남자를 본 뒤에야 자신이 정말로 잔혹한 현장에 와 있다는 사실을 상기했다.


  그리고 마치 그 인식에 대한 값을 치른 것처럼, 벤지는 이단이었을지도 몰랐던 그림자를 잃어버렸다. 벤지는 하다못해 이단을 믿기에 그를 구할 거라는 말조차 하지 못했다.


  다가오는 사이렌 소리도 없이 주변은 그렇게 조용해졌다. 


  일사의 머리카락이 흩날렸다. 그녀는 움직이지 않는 벤지와 그의 뒤를 지키고 있는 브랜트로부터 잠시 벗어나 다가오는 아우디에 시선을 주었다. 


  “…일사?”


  운전석에서 내린 남자는 일사의 이름을 불러놓고도 그녀의 존재를 믿지 못하는 듯한 눈빛을 짓고 있었다. 


  “루퍼트.”

  “아직도 신디케이트에 대한 조사를 하고 다니는 겁니까? 당신이 왜 여기 있어요?”

  “친구를 도우려고요.”

  “하필 신디케이트가 구상될 당시 자금줄 중 하나로 지정된 곳에서 말입니까?”


  벤지를 달래 현장에서 함께 나오려던 브랜트의 시야에 일사가 누군가와 대화를 나누는 모습이 포착되었다. 수석분석가를 지낸 브랜트는 어렵지 않게 일사의 상대를 알아보았다. 그가 벤지의 어깨를 톡톡 두드렸다.


  “벤지, MI6 특수요원이 왔어. 어쩐지 우리한테 자초지종을 물을 것 같은데, 이단이 영국 은행을 털었다고 사실대로 얘기해?”


  벤지의 표정은 정말 오묘했다.


  “…그걸 왜 나한테 물어?”

  “우리 모두의 동료에 관한 이야기잖아. 나 혼자서 정할 수는 없지.”


  동그랗게 모인 입술이 약간 우스꽝스럽긴 했지만 벤지는 나름대로 진지하게 고민을 하고 있었다. 벤지는 여전히 동그랗게 말린 입술로 중얼거리듯 대답했다. 


  “어쨌든 우린 이단의 신병을 확보해야 해.”

  “나도 정확히 그 생각을 하고 있었어.”


  브랜트가 날쌔게 방향을 틀었다. 공연히 당황한 벤지가 눈으로 브랜트를 따라갔다. 


  “싱클레어 요원? 반갑습니다. IMF의 윌리엄 브랜트입니다.”


  브랜트는 대뜸 먼저 손을 내밀고 이어서 대사와 얼굴로 루퍼트 싱클레어 요원의 관심을 사로잡았다. 루퍼트는 퍽 당황한 모양새였다. 


  “…여기서 IMF의 부국장님을 뵐 줄은 상상도 못했습니다만.”

  “이 은행을 습격한 범인이 우리 쪽 요원이라면 당연히 제가 나서야죠.”


  평상적으로 악수를 나누고 있던 두 사람 중 안면에 급격한 굴곡이 생긴 것은 물론 루퍼트 쪽이었다. 일사는 잠자코 있었지만 브랜트의 대처법이 의외로 직선적이라는 감상을 눈빛을 통해 표현하고 있었다. 


  브랜트는 마지막 한 마디와 함께 루퍼트의 손을 놓았다. 


  “전 이단 헌트를 잡는 데 IMF와 MI6가 함께 협력해야 한다고 봅니다. 그쪽은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Original Date 2015. 09. 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