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I5/이단벤지일사] Capability to Love
- Mission Impossible: Rogue Nation, Ethan Hunt, Benji Dunn, and Ilsa Faust
- Written by. Jade
Capability to Love
“당신은 내가 당신을 좋아하는 줄 알고 있었죠?”
벤지가 이단에게 물었다. 정당한 이유 없는 거짓말을 하는 걸 무척 꺼려하는 이단은 속절없이 진실을 말했다.
“…그래.”
“그런데 당신은 아무 것도 하지 않았어요. 나를 밀쳐내지도 않았고, 그렇다고 모른 척 내 관심을 아낌없이 흡수하면서 답을 해주지도 않았어요. 이유를 알고 싶어요.”
이단은 벤지를 바라보았으나 오래 그 시선을 유지하지 못했다. 그가 벤지에게 속사정을 숨겨야 하는 명분은 존재하지 않았고, 벤지가 이단의 심리적 상태를 안다는 것이 가당치도 않을 정도로 벤지가 하찮은 이인 것도 아니었다. 모든 것이 이단에게 또 진실을 말하라고 촉구하고 있었다. 그래서 이단은 재차 꾸밈없는 서술을 감행했다.
“나는 아무도 사랑할 수 없어, 벤지.”
벤지는 상당히 놀랐다는 표정을 지었다. 이단에게 그것은 한편으로는 의문의 여지가 너무 많아서 그걸 다 풀려면 한 세월은 걸릴 것 같다는 표정으로 이해되기도 했다. 벤지는 검지를 치켜들고 이단의 입을 막은 뒤 천천히 생각하기 시작했다.
“줄리아는요?”
“내가 그녀를 떠났다는 거 알잖아.”
“그렇지만 지금도 당신은 그녀를 사랑하잖아요. 그렇죠?”
“…일종의 향수병 같은 거야. 내가 평범했던 시기, 가령 내가 처음 줄리아를 만나서 그녀와 약혼하기까지의 과정을 그리워하듯이.”
벤지가 한숨을 쉬었다. 이단은 약간 미간을 찡그리고 있었지만 그 외에는 아주 올곧은 모습이었다. 그것 때문에 벤지는 일순간 당황했다. 그의 옆에 아름답고 신뢰할 만한 여성이 견고한 위치를 가지고 서 있는 중이었고, 벤지는 그저 자신이 속마음을 털어놓을 기회마저 갖지 못하게 되어버리기 전에 입이라도 벙긋거려보자며 이렇게 이단을 부른 것이었다. 벤지는 이단이 방금까지 자신의 귓가에 흘려 넣은 모든 말들을 예상하지 못했다. 그렇게 되니 벤지도 자신이 달달 외웠던 시나리오 안의 각종 대사들을 모두 집어던졌다.
“나는 당신이 사랑할 ‘능력’이 없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벤지의 눈에 힘이 들어갔다. 이단은 그것을 고스란히 보고 있었다. 그는 또 점점 빨라지고 있는 벤지의 목소리도 혼자서 오롯이 듣고 있었다.
“당신이 사랑을 하기 위해 충족되어야 하는 조건들이 너무 많을 뿐이잖아요. 당신의 사랑을 받는 사람은 자신을 지킬 수 있는 힘을 가지고 있어야 하니까요. 그래야만 당신만 누군가를 지켜야만 하는 짐이나 위험을 감당하지 않고, 두 사람이 그걸 서로 나눌 수 있으니까요.”
“…벤지.”
“이단 헌트의 곁을 끝까지 지키는 일만큼 불가능한 임무도 없죠.”
벤지의 입술은 다 다물어지지도 않은 채 부르르 떨렸다. 그는 웅변이나 연설을 늘어놓듯 이단을 앞에 두고 팔을 올리면서 발을 구르지는 못했다. 이 공간은 뜻하지 않게 진실만을 이야기하는 정직한 장이 되었다. 벤지는 언어로 자신과 이단의 가슴을 치면서 말했다.
“그렇지만 그건 보통 사람들의 얘기잖아요. 그거 알아요, 이단? 이번에 당신은 정말로 운이 좋아요. 지금은 상황이 전혀 달라졌어요. 당신에게는 나와 일사가 있죠. 둘 다 자신에게 다가올 수 있는 위험에 대해 충분히 숙지하고 있는 현장 요원들이고요.”
일사의 이름이 나오자 이단은 짧고 쓰게 웃었다. 벤지는 그것을 보았고, 잠시간 목소리를 내지 못했다.
“당신은 사랑을 할 수 있어요. 그러니까 아무도 사랑할 수 없다느니 하는 말은 하지 말아요. 당신이 선택만 하면 되는 거예요, 이단.”
자신의 발언권을 모두 소모한 듯했던 벤지의 눈썹이 올라갔다. 벤지는 그에겐 너무도 어울리지 않는 모호한 웃음을 지었다.
“사실 이 모든 것들은 당신이 다 알고 있었을 거예요.”
벤지의 눈이 꼭 대답을 요구하는 것 같아서 이단은 입을 열었다.
“…아마도.”
“그 외에 또 뭘 알고 있어요?”
“내가 무슨 얘기를 하길 바라는 거야, 벤지?”
“거짓말도, 변명도 말고 당신이 읽어낸 걸 털어놔 봐요. 아직까지는 예측이라는 감투를 쓰고 있는 그것들에 내가 사실이라는 딱지를 붙여줄 수 있을 테니까요. 부디 말해줘요, 이단.”
벤지는 조금 길게 눈을 깜빡였다. 평소보다는 길지만, 그렇다고 아주 길지는 않은 그 어둠 속에서 벤지는 이단의 음성을 들었다. 이단이 어떠한 선택을 하더라도 자신은 변하지 않을 것이라는 사실을 끝내 돌이킬 수 없는 현실로 꺼내들고야 마는 그의 멋진 이를 보았다. 그의 뒤에는 긴 머리카락에 예쁜 물결무늬를 넣은 일사 파우스트의 그림자가 있었다.
그러나 벤지가 눈을 떴을 때도 이단은 침묵하고 있었다. 벤지는 뒤늦게 이단의 진정한 목소리를 듣기 위하여 귀를 기울였다. 이단은 벤지가 자신이 주는 것을 받아들일 준비가 되었음을 직감했다.
“난 아직 누구를 사랑할 수 없어.”
그 말을 듣고서 놀랍게도 벤지는 웃었다. 이단이 처음으로 꺼냈던 문장과 뜻이 달라졌음이 명백했기 때문이었다. 벤지는 그것으로 만족했고 시간을 내줘서 고맙다는 인사까지 건넸다. 이단은 작게 사라져가는 벤지를 바라보았다. 복도를 걷던 벤지는 고개를 갸웃하는 일사와 만났고, 두 사람은 반갑게 인사를 나누었다.
복도의 끄트머리에 서 있는 이단에게 두 사람은 너무도 멀었다. 이단에게는 정확히 누군가를 향하여 그 거리를 좁힐 만한 능력이 아니라 용기가 없는 것이었다.
Original Date 2015. 08. 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