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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Martian/마크와트니] Mark Watney's Second Return

Jade E. Sauniere 2016. 6. 23. 15:38

- The Martian, for Mark Watney

- Written by. Jade


Mark Watney's Second Return




# 납치 일지: 1시간 째


  내 처지는 또 엿 되기 일보 직전이다.


  이전과 비교해서 그나마 다행인 점이 있다면 내가 있는 곳은 태양계에 존재하는 행성 중에서도 인간이 살아가기에 가장 적합하다고 알려진 지구라는 점뿐이다. 


  아니, 내가 어쩌다가 또 이런 걸 쓰게 된 거지?!


  행여나 이걸 읽게 될 사람이 있다면, 내가 생명을 보장받을 수 없는 공간에 외로이 남겨져 극한 서바이벌 미션을 수행하면서 일기를 쓰는 게 취미인 마조히스트라는 생각을 하지는 말아줬으면 좋겠다. 이번에도 내 의지는 어떠한 역할도 맡지 못했고 기록하는 습관이 워낙 중요한 일을 직업으로 삼고 있다 보니 필기구부터 찾는 게 습관이 된 탓이다. 


  여튼 깔끔하게 정리하자면 나는 납치되어 처박힌 방구석에서 이 일지를 쓰고 있다.


  동굴이나 산꼭대기에서 수양을 하는 사람이 아니라면 마크 와트니라는 식물학자 겸 엔지니어가 화성에 고립되어 있다가 극적으로 구조되었다는 소식을 들어본 적이 있을 것이다. 자, 그럼 화성에서 지구로 돌아온 뒤 그 마크 와트니라는 사람의 인생은 어떻게 달라졌을까? ‘화성에서 살아남은 천재 엔지니어’라고 대중들의 사랑을 받았을까? 나쁘지 않은 추측이다. ‘세상에서 가장 매력적이고 생존에 특화된 두뇌’를 인정받아 여성들의 관심을 독차지했다는 시나리오도 아주 신빙성 있다. 어쩌면 그 마크 와트니라는 사람이 식물학을 재조명받게 하고 소년소녀들에게 과학자와 공학자가 정말 멋진 직업이라는 관념을 심어주었을지도 모른다. 다 맞는 얘기다. 여자 얘기는 한 35% 정도만 맞는 말이고.


  그런데 마크 와트니가 설마 사이비 종교의 눈에 들었을 줄이야! 맹세컨대 화성에 1년이 넘게 고립되어 있는 일만큼이나 내가 꿈에서도 상상하지 못했던 사건이다. 식물학도 공학도 가짜 종교학과는 지구와 토성 사이만큼이나 멀리 떨어져있는데 말이다.


  세상에는 프리메이슨이나 오푸스 데이 말고도 특이한 단체들이 많은 모양이다. 댄 브라운이 빨리 그 이상한 단체들을 수면 위로 끌어내는 소설을 써 줘야 할 텐데. 아무튼 나를 방에 가둬 둔 족속들은 ‘아포칼리즘’이라는 종교집단에 속해있는 것 같다. 아직 그들과 상냥하고 따뜻한 분위기에서 인사를 나눈 적은 없지만 문 밖에서 들려오는 소리 중에 여러 번 그 단어가 섞여 있었는데, 이 세상이 멸망하기를 바라는 사람들의 음침한 쑥덕거림이 들리는 것만 같은 솔직한 명칭이다. 


  그리고 내 뱃속에서는 음식을 넣어달라면서 위장들이 우르릉대는 소리가 들리고 있다. 식물학자를 굶겨 죽인다고 지구가 더 빨리 멸망하는 건 아닐 테니 누가 먹을 걸 갖다 주겠지? 일단 날 납치한 자들에 대해 아는 게 없으니 말이라도 걸 수 있는 누군가를 잡아두는 게 급선무다.




# 납치 일지: 1시간 45분 째


  특종! 역시 사이비를 믿는 사람들의 사고방식은 이해할 수가 없다!


  ‘아포칼리즘’이 나를 데려온 것에는 그들 나름의 이유가 있었다. 염색을 1년쯤 안 해서 머리 색깔이 두 가지라는 것만 빼면 보통 사람과 다를 게 없는 내 급식당번 겸 신도가 말해준 내용은 이러했다. ‘아포칼리즘’은 이 지구가 얼마 지나지 않아 인간이 살 수 없을 정도로 심각하게 망가지리라는 확신을 가지고 있는데 계몽된 인원 몇몇, 다시 말해 사이비 교도들을 다른 곳으로 안전하게 도피시켜 인류의 희망을 다시 꽃피우는 걸 목적으로 하고 있단다. 어찌됐든 사이비 종교인데 비전이 참 구체적이다. 게다가 사람이 지구가 아닌 다른 곳에 주목할 정도로 오래 있었던 사례가 없었지 않은가. 내가 화성에서 1년 반 동안 생활한 뒤에 지구로 귀환하기 전까지 말이다.


  그리하여 나는 다른 행성을 반쯤 개척했다는 준메시아적인 인물로서 아포칼리즘의 본부에 초청되었다. 납치 형식을 거쳤다는 게 우습긴 하지만 어쨌든 난 그들에겐 고귀한 몸인 것이다. 맙소사. 어쩐지 치즈가 아주 골고루 녹은 라자냐를 가져왔을 때부터 이들의 수상한 낌새를 눈치챘어야 했다.


  일단 내 식사 담당은 오늘은 피로를 풀라면서 날 내버려두고 갔다. 아무래도 내 피로는 경찰들이 날 구하러 오기 전까지는 절대로 안 풀릴 것 같은데. 게다가 내가 화성에서 1년 반 동안 생존할 수 있었던 게 나의 구세주적인 자질이 아닌 NASA에서 이미 화성에 내려놓았던 막사들과 장비, 그리고 전세계적인 도움 때문이라는 걸 열렬하게 전파하는 순간 나는 교수형을 당할지도 모른다. 


  이젠 NASA가 아니라 경찰에게 연락을 할 수 있을지의 여부가 내 목숨을 좌우하게 되었다.




# 마크 와트니의 납치 발생 후 8시간 경과


  멜리사 루이스가 핸드폰을 흔들면서 걸어왔다.


  “와트니가 전화를 안 받아.”

  “대장 전화도 안 받는다니 이상하네요.”


  포겔이 말했다. 아레스 3 프로젝트는 몇 달 전에 종료되었지만 루이스는 이전에 함께 임무를 수행했던 팀원들 사이에서는 대장이라는 직책으로 불리고 있었다.


  “와트니의 집이 어디지?”

  “여기서 차로 45분 정도 달리면 될 거예요.”

  “내가 갔다 올게. 이번 세미나는 와트니 본인도 무척 기대하고 있었는데, 지금까지 현장에 오지도 않고 연락도 안 된다는 건 말이 안 돼.”

  “제가 다녀오겠습니다.”


  마르티네즈가 나섰다.


  “와트니의 빈자리를 채우려면 대장 정도는 되어야 할 겁니다. 금방 올게요.”


  루이스가 고개를 끄덕이자 마르티네즈가 부리나케 뒷문으로 빠져나갔다. 부채꼴 모양으로 펼쳐져 있는 좌석이 벌써 화성에서 구조된 유일무이한 인물의 이야기를 원하는 사람들로 채워지고 있었다. 




# 납치 일지: 8시간... 


  뭐? 8시간? 납치된 피해자가 생존할 수 있는 확률이 가장 높은 골든타임이 48시간이라고 하지 않았나? 이런.


  어쩌면 이번 위기를 넘기는 것이 결코 ‘화성에서 살아남기’보다 쉽지는 않을 것 같다. 내가 가지고 있는 지식을 활용하고 싶어도 그럴 여건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이 방 안에는 내가 조금이라도 조작을 할 수 있는 물건이 없다. 종이비행기를 접어서 날리는 편이 더 나을지도 모르겠다.




# 마크 와트니의 납치 발생 후 8시간 38분 경과


  마르티네즈가 거의 튕겨져 나오듯이 차에서 내렸다. 그는 시간을 단축하기 위하여 잔뜩 긴장하느라 손에 밴 땀을 닦아내며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마크 와트니가 사는 아파트의 주변에서는 조금 마른 바람과 나뭇잎들이 부대끼는 소리만 났으며 자전거를 타는 사람 한 명과 막 전화를 걸고 있는 사람 하나가 있었다. 마르티네즈는 조심스럽게 아파트 건물의 정문 손잡이를 잡았다. 문은 잠겨 있었고 건물에 사는 주민과의 연락을 통해야만 열리는 듯했다. 그는 와트니의 이름이 써진 종이 옆에 달린 버튼을 두 번 눌렀고 입술을 꾹 다물면서 한 번 더 눌렀다. 와트니는 응답이 없었다. 


 “문 열어드려요?”


  델리 로고가 그려진 봉투를 들고 있는 여인이 마르티네즈에게 말을 걸었다. 마르티네즈는 그것을 사양하는 대신 여인에게 다른 걸 물었다.


  “최근에 마크 와트니를 보신 적이 있으신가요?”

  “아, 그 ‘화성인The Martian’이요? 어제 오후에도 인사를 나눴는걸요.”


  그로 인해 마르티네즈는 상당히 중요한 정보를 얻게 되었고, 더불어 우주에 대해 해박한 과학자들이 아닌 실종 사건 전문가들의 도움이 필요할 것임도 깨달았다. 마르티네즈가 빠르게 계단을 내려갔다. 


  루이스에게 서둘러 연락을 주어야 한다는 생각에 붙잡혀 있던 마르티네즈의 발이 무언가를 발로 차면서 멈칫했다. 그가 눈을 크게 떴다. 도로와 인도 사이에 아슬아슬하게 걸쳐져 있는 까만색 물체는 돌부리도 아니었고 찌그러진 캔도 아니었다. 마르티네즈는 그것이 다름 아닌 와트니의 핸드폰이라는 걸 확인하고 깜짝 놀랐다. 




# 마크 와트니의 납치 발생 후 9시간 15분 경과


  루이스는 호흡을 가다듬고 발을 내딛었다. 막 소란스러워지고 있던 강연실은 루이스의 등장으로 인해 조용해졌다. 그녀는 본래 와트니가 서 있어야 할 자리에 멈춰서 마이크를 잡았다.


  “여기까지 찾아와주신 분들에게 유감스러운 소식을 전합니다.”


  그 말에 청중들이 꼼짝도 하지 않고 루이스를 바라보았다. 


  “마크 와트니는 오늘 세미나 현장에 도착하지 못했고, 저를 비롯해 아레스 3 미션에 참여했던 팀원들 역시 세미나를 진행할 수 없게 되었습니다. 정황상 마크 와트니가 실종된 것이 유력하며 저희는 그를 찾아야 하기 때문입니다.”


  곳곳에서 탄식이 터졌다. 루이스는 있는 힘껏 자신이 준비한 말을 이었다. 


  “출구에 직원들이 여러분들의 명단을 작성하기 위해 대기 중입니다. 이름을 남겨주신 분들은 다음에 진행되는 행사에 초대하도록 하겠습니다. 혹시 마크 와트니의 행방을 아시는 분들은 FBI에 관련 내용을 신고해주시기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바깥에는 벌써 신고를 받은 FBI 소속 실종 수사대원들의 차량이 줄을 지어 멈춰 서고 있었다. 루이스는 내부까지 전해지는 사이렌 소리를 들으며 단상에서 내려왔다. 


  조한슨은 씁쓸함이 묻어나는 얼굴로 와트니의 핸드폰을 케이블과 분리한 뒤 FBI 요원에게 건네주었다. 그녀는 자신의 지식이 사라진 동료의 핸드폰 시스템을 우회하여 잠금장치를 푸는 데에 사용될 줄은 예상하지 못했지만, 수사 담당 요원에게는 멀리 가지 않아도 유능한 프로그래머가 주변에 있다는 사실에만 만족하고 있는 것 같았다.


  “최근 와트니 씨와 급격하게 사이가 안 좋아진 사람이나, 그에게 전부터 원한을 가지고 있던 사람이 있습니까?”

  “아닙니다. 마크에겐 특별히 적이라고 할 사람이 없어요.”


  닥터 벡이 와트니를 변호하듯 대답했다. FBI 요원은 계속 와트니의 핸드폰을 살펴보고 있었다. 


  “또 저희가 도울 일이 있나요?”


  핸드폰 액정을 긁고 있는 엄지손가락의 움직임이 점점 둔해질 즈음을 노려 루이스가 물었다. 그녀는 연방 요원이 와트니의 개인적인 정보들을 뒤져서 얻을 게 없음을 알고 있었고, 유능한 리더 덕분에 아레스 3 프로젝트의 참여 대원들은 직함만큼이나 딱딱한 요원들의 소굴에서 탈출할 수 있었다. 


  “대장, 그렇다고 우리가 가만히 있을 수는 없어요.” 


  마르티네즈가 말했다. 


  “물론이야. 그렇지만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좋을지 모르겠네. 사람 찾는 전문가들도 엉뚱한 곳을 뒤지고 있잖아. 우리는 와트니가 해가 진 뒤에 사라졌다는 것밖에 몰라.”

  “그렇다면 우리에게 부족한 건 정보네요?”


  조한슨의 목소리는 꼭 그녀가 해답을 쥐고 있음을 표현하듯이 쑥 올라갔다. 대원들이 단번에 조한슨을 바라보았다. 


  “아레스 프로젝트 공식 트위터 계정 있잖아요. 그걸 이용해보면 어때요? 그건 우리가 공개 로그처럼 쓸 수 있는 계정이었으니까 우리가 자유롭게 써먹을 수 있을 것 같은데요.”




# @AresMission: 어젯밤부터 실종된 것으로 추정되는 마크 와트니의 행적을 아시는 분들을 찾습니다! 많이 퍼뜨려주세요. #FindWatney




# 납치 일지: 10시간 30분 째


  광신도들이 잠잠한 동안에 이 방을 샅샅이 뒤져보았다. 명색이 욕실이 딸려 있는 방이라서 나름대로 기대를 해 보았는데, 욕실은 창문 대신 환풍기가 달려 있는 구조였으며 방에 달려 있는 창문은 창살로 막혀 있었다. 화장실의 거울을 깨서 뾰족한 물건을 만들 수는 있겠으나 다른 곳에 우글대고 있는 묵시론자들을 이겨낼 재간은 없으므로 거울은 놔두기로 했다. 거울 외에도 내가 이용할 수 있는 물건들에는 침대 시트, 스탠드와 연결된 전선, 종이와 펜 따위가 있었다. 하지만 아무리 생각을 해 보아도 창살 너머로 ‘마크 와트니가 사이비들에게 잡아먹히려고 합니다!’ 라는 말을 쓴 종이비행기를 날리는 것 말고는 달리 아이디어가 떠오르지 않았다. 그리고 바닥에 떨어진 종잇조각에 관심을 가지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었다.


  종이비행기가 지나다니는 사람들을 화끈하게 사로잡을 수 있는 방법엔 어떤 게 있을까?



#


  와트니는 거기까지 메모를 하고서 뒤를 돌아보았다. 커튼 대신 창살이 달려 있는 창문 아래에는 평범한 하얀색 시트가 깔린 침대가 있었다. 시트의 크기는 적당했고 그렇게 두껍지 않아서 조금 힘을 준다면 쉽게 찢어질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와트니는 시트로 만든 밧줄을 허리에 메고 창살 사이를 통과할 수 없었다. 그는 너무 컸고 창살 사이의 틈은 무척 좁았다.


  그렇지만 마크 와트니를 제외하면 많은 물체들이 작았다. 그것을 깨닫는 순간 마크 와트니는 종이비행기를 세상에서 제일 특이하게 만들 방도를 알게 되었다. 




# @NASA: 모두가 다시 한 번. 실종된 우주비행사 교관 마크 와트니를 찾습니다. #FindWatney 제보는 @AresMission으로. 

  @CNN: 마크 와트니가 다시 한 번 우리의 도움을 필요로 합니다. #FindWatney 

 @StephenAtHome: 우리 화성인이 이번엔 지구에서도 실종되었다고? 이런, 세상에! #FindWatney


  이마까지 닿을 듯한 크고 동그란 안경을 쓴 남자가 핸드폰을 보면서 거리를 걷고 있었다. 그는 신문보다는 신문사들의 트위터나 페이스북을 통해 단신을 읽는 것으로 자신이 취득할 만한 정보를 구별해 내는 신세대의 일원으로서 열의를 갖고 트위터의 타임라인을 훑고 있었다. 그러던 그는 실시간 트렌트부터 그의 액정을 거의 점령해가고 있는 ‘#FindWatney’라는 키워드를 발견하고 고개를 갸웃했다. 전 세계인들이 와트니라는 이름을 알고 있었기에 그가 키워드 자체에 관해 의문을 가진 것은 아니었다.


  손으로는 트위터 애플리케이션에서 검색어를 입력하고, 발로는 계속 땅을 밟고 있던 남자의 머리를 누군가가 스윽 훑었다. 남자는 화들짝 놀라면서 조심성 없는 손길의 주인공에게 한 마디를 하고자 고개를 바짝 세웠다. 


  남자의 머리 위에 곱게 접힌 종이비행기가 날아다니고 있었다. 


  “이게 무슨….”


 종이비행기는 바람을 타고 살짝씩 흔들리면서 남자의 머리카락을 끊임없이 간질였다. 남자는 한 걸음 물러나서 위를 바라보았다. 종이비행기의 꼬리 부분에 구멍이 나 있었고, 그 사이로 통과된 하얀 천은 또 다른 천에 연결되어 섬유로 만든 거대한 진자처럼 달랑거리고 있었다. 남자는 눈썹을 찡그렸다. 


  “대체 뭐지?”


  남자는 호기심에 팔을 뻗었다. 종이비행기를 잡을 수는 있었지만 꼬리 쪽의 천을 풀기는 어려울 듯했다. 고로 그는 그냥 종이비행기의 뒷부분을 찢어버리고 남은 부분을 낚아챘다. 남자가 주위를 한 번 살피고 그것을 펼쳤다.


  ‘마크 와트니가 이 건물에 갇혀 있음. 도와주세요!’  


  남자는 곧바로 트위터의 글쓰기 버튼을 눌렀다. 




# 

 

  “오늘은 기분이 좀 어떠세요, 와트니 씨?”


  마크 와트니의 식사 배급을 담당하고 있는 신도가 한껏 명랑한 음성을 냈다. 와트니는 적당히 대꾸했다.


  “그냥 방 하나에 갇혀 있는 기분이죠.”

  “강림 준비가 덜 끝나서 그래요. 저희도 와트니 씨를 위해서 속도를 높이고 있는 중이니까 조금만 참아주세요.”

  “…강림이요?”


  와트니의 어투가 너무도 황망했던지 신도는 피식 웃었다. 그러더니 그는 와트니의 어깨를 잡으면서 일종의 위로처럼 다음과 같은 말을 건넸다.


  “와트니 씨는 아직 인간의 모습을 하고 있잖아요. 우리를 구원해줄 메시아가 내려앉을 자격은 충분히 갖추셨지만 그래도 의식이라는 게 필요해서요. 당신은 구세주를 불 속에서 만날 거예요. 윤택한 생명의 영원한 벗이자, 인간에게 주어졌던 첫 번째 선물 말이에요. 끝내주죠?”


  그는 와트니로 하여금 맥 빠지게 하는 즐거움으로 봉지를 펼쳤다. 와트니는 이제 그는 교수형이 아니라 화형을 당해 목숨을 잃을 걸 염려해야 했다. 그는 욕실에 있던 둥그런 휴지로 최대한 정상적으로 가려놓은 창살의 한 귀퉁이를 힐끗했다. 신도가 들어오기 5분 전 와트니는 시트로 만든 줄을 올려서 종이비행기가 뜯긴 걸 확인했었지만 확실하게 위치를 표시해두기 위해서 줄을 거두지 않았다. 


  “그 준비라는 건 오래 걸리나요?”


  신도가 펼쳐 놓은 오늘의 메뉴는 태국 음식이었다. 와트니는 최대한 침착해지려 애썼다. 


  “빨리 끝나면 오늘 밤이나 내일? 걱정 마세요.”


  당연히 와트니는 사이비 교도들의 열렬한 제단 꾸미기를 걱정하지 않았다. 그는 부디 예수 그리스도가 이전 자신이 나무 십자가를 깎은 것에 앙심을 품지 않고, 시간을 설득하여 자신의 편으로 만들어 놨기를 바랄 뿐이었다.





  “세상에. 진짜로 제보가 들어왔잖아.”


  대원들이 용케 포겔의 중얼거림을 듣고 달려왔다. 닥터 벡이 눈동자를 빠르게 굴렸다.


  “어디? 어딨는데?”

  “저널만 보지 말고 신문물과도 좀 친해져 봐요. 여기.”


  가장 최신판 디지털 네이티브답게 조한슨이 손가락으로 포겔에게 알림창을 띄워보라고 지시했다. 이윽고 사진 두 장과 거기에 덧붙여진 짧은 메시지가 떠올랐다. 반으로 나뉜 미리보기 창의 왼쪽에는 너무도 선명하게 와트니의 이름이 보였기에 포겔은 오른쪽 사진을 눌렀다. 제보자는 아주 영리하게도 스마트폰의 GPS를 킨 뒤 사진을 찍은 장소를 구글 지도를 캡처하여 그들에게 알려주었다.


  “트위터 대박이네.”


  마르티네즈의 감탄에 모두가 동의했다. 그들이 다시금 동료를 구하러 달려갈 순간이었다.





  마크 와트니가 납치된 지 12시간이 다 되어가고 있었다.


  하얀색 로프는 자신의 본분을 다 하고도 계속 흔들거리고 있었다. 아레스 프로그램의 트위터 계정으로부터 줄이 묶여있는 곳으로 FBI와 SWAT 팀들이 향하고 있다는 소식을 접한 이들이 창문과 건너편 카페 등에 모여 와트니가 있는 건물을 응시하고 있었다. 


  사이렌 소리는 아주 빠르게 가까워졌다. 사람들은 손짓과 입모양으로 빨리 그들이 사랑하는 우주비행사를 구해오라고 요원들을 재촉했다. 


  한편 마지막으로 현장에 도착한 SUV에서는 루이스를 위시한 와트니의 동료들이 내렸다. 그들은 와트니의 나풀거리는 흰색 사인을 보고 미소를 지었다. 마르티네즈가 이번에는 와트니가 슈퍼히어로 욕심을 부리지 않았으면 좋겠다며 농담을 했다. 닥터 벡은 이렇게 신속하게 구조가 이루어지는 건 이례적인 것 같다는 의견을 표했다. 모두가 두 사람의 말에 동의했다.


  건물이 한바탕 소란스럽게 웅성거렸다. 루이스는 자신도 모르게 손목시계를 들여다보았다. 


  몇 분이 지나자 헬멧으로 얼굴을 가린 두 명의 SWAT 대원들의 도움을 받으며 마크 와트니가 밖으로 빠져나왔다. 건너편의 사람들이 환호했다. 아레스 3 프로젝트의 일원들은 그들이 비행 우주복을 입었을 때처럼 웃었다. 




# 마크 와트니의 두 번째 귀환 이후 5일 째


  생방송으로 진행되고 있는 한 토크쇼 현장에서는 웃음소리가 사라질 줄 몰랐다. 마크 와트니가 뛰어난 재간꾼이라는 사실은 화성에서부터 지구까지 잘 알려져 있는 사실이었고 그는 오늘도 보는 이들을 실망시키지 않았다. 와트니가 화성에서 돌아온 직후, 그리고 지금 와트니를 섭외하는 데 성공한 진행자가 애써 웃음기를 지우고 프로그램을 마무리 짓는 일에 돌입했다.


  “아, 이 말은 해야겠는데요. 와트니 씨의 활약 덕분에 NASA에 지원하는 사람들이 늘었다지요?”


  “정말 다행스럽게도 그렇습니다. 다른 분들도 부디 NASA의 우주비행사들은 전부 다 어디로 잡혀가고 고립되지는 않는다는 걸 알아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저 때문에 훌륭한 인재들이 NASA를 두려워하는 건 원치 않거든요. 여러분, 우주비행사 양성 프로그램에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화성하고 지구가 맨날 우주비행사를 죽이려고 하는 건 아니에요.”


  방청객들이 또 한 번 웃었다.


  “마크 와트니였습니다, 여러분. 앞으로는 지구에서 편안한 나날들을 보내시기 바랍니다, 와트니 씨.”




Original Date 2015. 10. 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