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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arWarsⅦ/카일로렌&레이] Religion and Reality

Jade E. Sauniere 2016. 6. 23. 15:32

- Star Wars : The Force Awakens, Kylo Ren & Re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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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Written by. Jade


Religion and Reality




  레이는 입술을 깨물면서 라이트세이버를 치켜들었다. 그녀의 푸른빛 라이트세이버는 흔들리지 않았지만, 그녀가 맞대고 있는 붉은빛 광선은 열기를 내뿜으면서 용암처럼 이글거렸다. 


  “꽤나 훈련을 잘 받았군 그래.”


  레이는 불꽃만큼이나 뜨거운 카일로 렌의 라이트세이버를 마주하면서도 눈을 감지 않았다.


  “당신이 포기한 덕분이지.”


  레이가 팔을 힘차게 들어 라이트세이버를 내리쳤다. 공간과 공간이 접붙여진 사이가 울리는 것 같은 소리가 퍼졌고, 레이의 일격을 막아낸 카일로 렌의 망토가 세차게 휘날렸다. 그의 라이트세이버는 여전히 불타고 있었다.


  “스카이워커는 널 배신할 거다.”


  레이는 그 말에 화를 내고 말았다. 


  “당신이 그를 배신한 거잖아!”

  “세상에 정말로 제다이라는 것이 존재할 수 있다고 생각하나?”

  “어둠에 자기 자신을 잡아먹히고, 자신의 뿌리까지도 부정한 주제에. 당신의 헛소리는 나한테 안 통해!”


  레이는 카일로 렌의 손목을 내려치기 위해 라이트세이버를 틀었다. 그렇지만 붉은빛 가드가 그녀의 시선을 확 옭아매었고 레이는 멈칫하면서 뒤로 물러나야 했다. 카일로 렌은 계속 건재한 상태로 자신과 검을 함께 불태우고 있었다. 


  “스카이워커가 너에게 아마 제다이란 어떤 존재들인지 말해주었을 테지. 우주의 섭리가 그 자신의 보존을 위해 만든 것 같은 균형의 화신들이자 빛의 기사들. 평화가 생겨나기 위한 필요충분조건인 것 같은 집단. 제다이는 언제나 옳은 것을 추구하고, 그들에게 반대하는 자들은 그 존재 자체만으로 우주를 위협한다는 소리를 들었을 거야. 그렇지 않나?”


  레이는 어떻게 대답하는 게 영리한 것인지 알 수 없어 그저 카일로 렌의 검을 막고만 있었다.


  “하지만 인간은 성서가 아니야. 인간은 반드시 자신의 목소리를 낼 수밖에 없도록 빚어진 존재다.”


  두 사람의 거리가 멀어졌다. 레이는 검을 완전히 내리지 못하고 라이트세이버로 자신의 미간을 가리며 카일로 렌을 바라보았다. 카일로 렌의 검은 레이의 것보다 조금 더 땅을 향하고 있었는데. 덕분에 그의 발 옆에 있는 흙과 풀이 녹아내렸다. 그는 자신의 목소리로 다른 누군가의 말을 하는 것 같기도 했고, 어떤 추상적인 신념의 사자로 간택 당했으나 동시에 그것을 의연하게 받아들인 사람의 모습을 시연하는 것 같기도 했다.


  “제다이라는 건 어떤 종교적 이상에 지나지 않는다. 과연 인간이 자신의 모든 정념으로부터 자유로워져, 오직 정의와 균형이 의인화된 것 같은 존재가 될 수 있을까? 이성과 교육, 사회와 규율과 같은 그 온갖 합리적 기제들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인간은 언제나 감정과 본능에 굴복한다. 제다이는 결국 우리가 인간이라는 것을 은연중에 부정하는 비현실적인 허상이다. 인간이 완벽히 제다이가 되는 건 불가능해. 그건 스카이워커도 마찬가지였다.”


  “루크는 그 누구보다 훌륭한 제다이야.” 


  “루크 스카이워커는 그 자신의 아버지를 죽였다. 내가 그러했듯이.”


  그 말을 들었을 때 레이는 그저 자신의 자세를 유지하고 있을 뿐이었다.


  레이는 곧장 카일로 렌을 공격할 수 있도록 어깨와 손에 힘을 주고 라이트세이버를 가까이 하고 있었다. 반면 카일로 렌의 검 끝은 아직도 땅과 맞닿아 있었다. 그렇다고 해서 그가 레이의 공격을 막아내지 못하는 건 아니겠지만 카일로 렌은 레이보다 평온했고 초연했다. 그리고 그는 자신의 위치를 양보할 마음이 없었다.


  “한 번 읽어보지 그래? 그럼 내가 거짓을 말하는지 아닌지 알 수 있잖아.”


  붉은 빛이 꿈틀댔다. 카일로 렌의 라이트세이버는 줄곧 그렇게 꿈틀대고 있었으나 레이는 비로소 그것을 느끼고 거기에 신경을 기울이고 있었다. 카일로 렌이 알고 있는 것들이 그의 붉은 라이트세이버와 함께 천천히 레이의 안으로 들어왔다. 


  “나는 현실을 선택한 거다. 마지막 제다이라는 자도 스스로 지키지 못한 제다이의 법칙 따위가 어떻게 설득력을 가질 수 있다는 거지? 제다이라는 건 결국 인간에게서 인격을 빼앗고 그를 단 하나의 문장밖에 말하지 못하는 책으로 만드는 일을 그럴싸하게 포장한 것에 불과해. 그렇지만 다크사이드는 현실이다. 적어도 우리의 존재를 부정하진 않아.”


  카일로 렌과 그의 검이 천천히 레이의 시야를 점령했다. 아직 그의 내면에서 빠져나오지 못한 레이는 눈동자만 이리저리 떨고 있었다. 이전에 잠깐 보았던 카일로 렌의 머릿속은 온갖 색이 섞여 있어서 다소 혼란스러웠다면, 지금은 고개를 돌리고 싶을 정도로 노골적인 붉은 살빛이 가득한 모양새를 띠고 있었다. 레이는 지나친 야생성은 혼돈보다도 버거울 수 있음을 깨달았다.


  카일로 렌이 서서히 자신으로부터 벗어나려는 레이에게, 다크사이드가 세상에 존재하는 가장 인간적인 가르침이라고 속삭였다. 레이는 자신도 모르게 고개를 흔들었다.


  —당신이 당신 아버지를 죽이지 않았다고, 당신은 아무런 책임도 없다고!


  붉은 라이트세이버가 그의 유구한 광기를 폭발시키듯 치솟았다. 레이는 그것에 베어져 두 동강이 나는 것이 그녀 자신인지, 루크 스카이워커인지, 아니면 제다이인지 구분할 수 없었다. 




Original Date 2015. 12. 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