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herlock/셜록존] A Place Where One Can Say Hello
- BBC Sherlock, Sherlock Holmes/John Watson
- To cordial
- Written by. Jade
A Place Where One Can Say Hello
존은 혼자서 집으로 돌아가는 길이었다. 셜록 홈즈와 가장 가까운 벗이자 동료인 존 왓슨이라도 살인을 저지른 자가 법률에 따라 연행되어가는 과정에 끼어들 수는 없었다. 존은 마이크로프트 홈즈가 자신의 동생을 감옥에 집어넣고 의기양양하게 어깨를 으쓱일 인물이 아니라는 걸 알고 있었고, 그랬기에 그의 고충 또한 이해했다. 존은 알아서 행인들이 조금 지나다니는 길목까지 나온 다음 택시를 잡아탔다.
존과 그의 부인이 같이 사는 작은 목조 주택은 캄캄함을 덧입고 있었다. 존은 문을 넘어가면서 집에 불이 꺼져있음을 의아하게 여겼다. 그가 목소리를 냈다.
“메리?”
집의 내부는 창문을 열어놓지 않았는데도 바깥처럼 고요하게 식어 있었다. 거실의 전등을 밝힌 존은 너무나도 극적인 위치에 놓여 있어 오히려 그 충격을 감소시키고 만, 탁자 위의 편지를 발견했다.
존은 호흡 한 번 고르지 않고 편지봉투를 열었다.
몇 분 전에 셜록이 전화를 걸어서 제 과거가 남들에게 알려질 위험은 더 이상 없다면서 안심하라는 말을 해줬어요. 마그누센은 그의 기억력을 이용해서 정보를 독점하고 있었는데, 자신이 그를 죽였으니 마그누센이 알고 있던 것들도 모두 사라졌다면서요.
나는 그 말을 듣고 나서 크게 한 번 놀랐고, 그 다음에는 놀라운 걸 한 가지 깨달았어요. 내가 놀란 이유는 셜록이 사람을 죽였다는 사실 때문이에요. 그는 정말로 별난 사람이지만 자신이 해결하는 사건에 너무나 몰두한 나머지, 추적자가 아니라 쫓기는 자가 되고 만다는 영화 같은 이야기랑은 어울리지 않는 묘한 현실성을 가진 사람이기도 하잖아요. 나는 그가 직접적으로 살인을 저지르는 일은 없을 거라 생각했어요. 그리고 나는 그 생각을 꽤 신뢰했죠. 살인에 대해서 아무것도 모르지는 않으니까요. 당신도 이 점에 대해서는 동의할 거라고 봐요.
그런데 그 셜록 홈즈가 누군가를 죽였어요. 그것도 흠잡을 데 없이 이타적인 이유로 인해서 말이에요. 당신도 알겠죠. 셜록이 나를 보호하고, 나아가서 당신을 보호하기 위해 마그누센을 쐈다는 걸요. 그 사실은 일종의 깨달음이 되어 나에게 다가왔어요. 나와 당신이 아니었다면 살아있는 인간을 쏘지 않았을 사람이 최초의 살인을 저지르고 말았다는 게, 나에게는 내가 얼마나 경솔했는지 일러주는 단호한 외침이었어요.
존은 무의식적으로 계속 눈동자를 내리고 있다가 자신이 편지지의 맨 끝줄에서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다는 걸 간신히 눈치챘다. 존은 편지지를 바꿔 잡았다. 그러면서 자신이 메리의 언어들에 공감하고 있을 뿐, 분명히 이별의 메시지인 이것에 크게 반발하지 않고 있다는 점을 신기하게 느꼈다. 메리는 옳았다. 그녀의 두 번째 진리가 이어졌다.
우리 사이에는 아주 먼 거리가 있었어요, 존. 이걸 부정하진 못할 거예요. 우리 모두가 총을 들고 있었다 하더라도 당신은 전쟁터에 있었고 나는 평범한 사람들이 사는 곳에 있었잖아요. 이건 도저히 반박할 수 없는 차이에요. 그 차이점과 거리는 그 자리에 존재하는 게 옳았어요. 그런데 내가 함부로 당신에게 발을 뻗은 덕분에 너무나 많은 것들이 변했죠. 당신의 친구는 피할 수도 있었던 변화를 떠안아야 했고, 당신은 아내에게 속임을 당했고 그 아내가 당신의 소중한 친구를 공격한 일로 상처를 입었다고요. 지금 당장은 시간이 답이라고 말하겠지만 나는 그 시간이 당신이 기대하는 것만큼의 치유를 가져다주지 않을 거라는 걸 알아요. 완벽한 해소는 어느 남쪽지방의 따뜻한 햇살이 선사하는 쪽잠에 불과하죠.
이제 나는 그 거리를 다시 제 자리에 놓을 거예요. 당신도 알겠지만 나는 누군가를 위해서 죄를 짓지는 않아요. 나를 위해서 하죠. 그러니 그만큼 부족한 나는 당신의 반대편에서 가끔씩 혼자 당신의 안부를 물으면 된다고 생각해요. 당신을 아프게 해서 미안해요, 존. 하지만 곧 내가 저지른 일이 당신에게 아무런 상처도 주지 않을 날이 있을 거예요.
정말 진실하게, 이 순간은 당신의 아내인 메리가
존은 평소처럼 소리 없이 흩어지는 숨을 내쉬며 편지지를 봉투에 다시 집어넣었다. 그리고 마치 그 때를 기한 듯이 존의 핸드폰이 울렸다.
“여보세요.”
—날세.
존은 마이크로프트의 목소리를 듣고 살짝 놀랐다.
“벌써 끝났어요?”
—원래 현행범을 처리하는 데에는 이 정도로 많은 시간이 걸리지 않아. 결과를 듣길 원하나?
“…그럼요.”
—국내 교도소로 들어가지는 않겠지만 여기저기를 돌며 크게 고생할 예정일세. 내일 곧장 셜록을 비행기에 태워 보낼 거야. 그가 런던에 오래 있는 건 이쪽에서도 큰 부담이니까. 공항에서 잠깐 인사는 나눌 수 있도록 해주겠네.
“지금 셜록과 얘기할 수는 없다는 뜻이겠죠?”
—그렇지.
존은 수긍하면서 고개를 아래로 숙였다. 지금 말을 한다면 발음이 우수수 흩어져 내릴 게 뻔했기 때문에 존은 입을 열지 않았다. 어차피 마이크로프트가 먼저 전화를 끊으려 할 것이었다. 그런데 마이크로프트가 딴 얘기를 꺼냈다.
—셜록이 아까 내 핸드폰을 빌렸는데, 기록을 보니 자네가 아니라 메리에게 전화를 걸었더군. 그가 메리에게 무슨 얘길 했는지 아나?
마이크로프트는 메리가 당연히 존의 옆에 있을 거라고 생각하는 듯했다. 존은 그것이 약간 씁쓸했다.
“…그냥, 자기가 마그누센을 죽였으니 마음 놓으라고요.”
—그렇군.
“네.”
—그럼 쉬게. 내일 시간 맞춰 다시 연락을 주지.
존이 불빛이 꺼진 핸드폰을 탁자에 놓았다. 매끈한 면 위에 미끄러지던 핸드폰은 메리의 편지의 왼편 귀퉁이를 누르면서 정지했다. 존은 핸드폰을 그대로 두려다가 내일 마이크로프트의 전화를 받아야 한다는 걸 상기하고 핸드폰과 더불어 메리의 편지를 같이 집었다. 정확히는 핸드폰과 밀착해 있던 편지가 저절로 따라온 것이었다. 존은 잠깐 동작을 멈췄으나 이내 두 개의 물건과 함께 방으로 들어갔다.
침실에 면해 있는 욕실을 들어가려면 침대를 지나야 했다. 그 침대 위에는 물론 두 개의 베개가 나란히 배치되어 있었다. 존은 오늘 그것을 치우지 않기로 했다. 메리가 존을 떠나는 순간까지 그의 아내라는 위치를 고수했던 것을 동등하게 돌려줄 필요가 있었다. 존은 오늘 밤까지 메리의 남편이었다.
15분쯤 몸을 씻은 존이 침대에 누웠다. 그는 금세 잠이 들었다. 메리는 길 위에, 셜록은 전등마저 잠든 어느 방 안에서 느릿하게 눈을 깜빡이고 있었다.
다음 날 자신의 자리를 바꾼 건 메리밖에 없었다.
Hello from the outside
At least I can say that I've tried to tell you
I'm sorry, for breaking your heart
But it don't matter, it clearly doesn't tear you apart anymore
밖에서 당신에게 안부를 전해요
적어도 나는 당신에게 이렇게 말하려 했어요
당신의 마음을 아프게 해서 미안하다고
하지만 그게 중요하진 않겠지요
그것이 더 이상 당신을 찣어놓진 않을 테니까
'Hello' by Adele
Original Date 2015. 10. 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