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Star Trek Into Darkness/Novelette

[STID/존본즈] The Dull Flame of Desire 08 (Finale)

Jade E. Sauniere 2013. 9. 18. 16:57

- Star Trek Into Darkness, John Harrison/Leonard McCoy

- Written by. Jade






 [ 존 해리슨의 심리 분석에 관한 최종 보고서

  작성자 : 레너드 맥코이 ]


  깜빡이던 검은색 커서가 이내 위의 글씨들을 지웠다. 맥코이는 쉽게 작업에 집중하지 못했다. 그러면서 TV를 끄지도 않았다. 근래 언론들이 서로 파고드느라 정신이 없는 주제에 관해서는 그 자신이 아는 바가 훨씬 많은데도 말이다.


  비공개 재판에서 사형을 선고받지 않았던 존 해리슨이 끔찍한 테러를 저질렀다는 소식은 분명히 신면 1문에 올라갈 만했다. 어떠한 예고도 없이 벌어진 그 사건은 수많은 피해자를 남겼는데, 무엇보다도 다수가 부상당한 상황에서 커크의 보호자를 자청하며 앞뒤 없이 모습을 드러낸 스팍이 카메라에 잡히는 우연이 발생해 또 다른 기삿거리를 낳았다. 프로젝트 클로토에 관해서 남아 있던 거의 유일한 증거들이 커크의 사무실과 함께 날아간 것은 다행이지도 않았지만 그렇다고 불행한 일도 아니었다. 스팍은 독특한 생김새를 가진 보통 사람으로서 사회에 처음으로 흘러들었다.


  피해자들을 구조하면서 수색 작업도 같이 이루어졌다고는 하는데, 존 해리슨은 정확히 죽은 것인지 도망친 것인지 판명되지 않았다. 맥코이는 뒤늦게 그가 자신에게 시곗바늘 소리로 경고 아닌 경고를 해 줬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는 또한 존 해리슨이 살아있을 거라고 생각했지만, 그렇다고 그에게 자신에게 나름대로의 호의를 베풀어 준 이유를 묻고 싶지는 않았다.


  맥코이가 한숨을 쉬며 TV와 노트북을 모두 꺼 버렸다. 어차피 오늘은 커크를 문병할 계획이었으므로 맥코이는 겉옷을 챙기고 집을 나섰다.






  스팍은 요청하기도 전에 먼저 자리를 비켜주었다. 아직 약물과 튜브를 달고 있는 커크는 스팍이 갑자기 밀렸던 사회화를 한꺼번에 하는 것 같다며, 맥코이가 어렴풋하게만 알아들을 수 있는 말을 중얼거렸다. 맥코이가 쓴웃음을 지으며 커크를 바라보았다.


  “많이 나아졌나 보네.”


  “그 놈이 성급하게 날 쏴줘서 얼마나 고마운지 몰라요.”


  그 정도로 농담할 기운을 찾았으면 퇴원해도 되겠다며 맥코이가 씁쓸한 너스레를 떨었다. 그리고 침묵하는 박사를 보면서 커크는 맥코이가 본론을 꺼내길 망설이고 있다는 걸 직감했다. 커크가 성한 팔을 저었다.


  “뭘 망설여요. 할 말 있어요?”


  맥코이가 입술을 몇 번 물다가 겨우 첫마디를 열었다.


  “존 해리슨이 전에 무슨 말을 했는지 얘기해 달라고 했죠. 나한테 녹음기를 빌려달라고 하더라고요. 처음에는 자기가 연주한 곡을 들려주겠다고.”


  “그런데요?”


  “전혀 엉뚱한 걸 나한테 줬더라고요. 자신의 과거에 대해서.”


  커크가 한 쪽 눈썹을 찡그리면서 웃었다.


  “프로젝트 얘기를 하던가요?” 맥코이가 눈에 띄게 놀라는 모습을 보였다. “그걸 어떻게 알아요?” “그거에 대해 아는 게 있었거든요. 그리고 존 해리슨의 정체를 의심했죠. 미스터리한 우리 연쇄 살인마께서 프로젝트의 피실험자이진 않았을까, 하고.” 커크가 턱짓으로 방문을 가리켰다. “내가 스팍을 왜 데리고 있는데요.”


  환자들의 심리를 분석할 줄은 알아도 음모론에 가까운 비밀스런 이야기에는 전혀 면역이 없어, 맥코이는 그저 반은 벙찐 얼굴로 커크의 말을 들었다.


  “존 해리슨이 스팍을 데려가려고 했어요. 아마 그를 데려가서, 자신과 스팍을 비정상적으로 만든 놈들에게 본때를 보여주려고 했나봐요. 그는 처음부터 스팍을 만나기 위해 기관으로 온 거에요. 마커스를 죽이고 나서 그 공백기동안 계획을 세웠겠죠. 마커스도 그 프로젝트에 한때 가담했던 인물이라서 정보를 갖고 있었을 거거든요. 놈에겐 큰 도움이 됐을 테고.”


  맥코이가 공연히 이불자락을 말아 쥐었다. 그 미동을 보고 커크가 고개를 저었다. 맥코이가 무슨 뜻이냐며 그를 응시했다.


  “내 생각엔 그거, 남들한테 밝히지 않아도 될 것 같아요.”


  “..왜요?”


  “박사님이 그걸 공개해야 할 이유는 생각해 봤어요? 제 2의 존 해리슨이 탄생하는 걸 막고 싶어서? 그처럼 극악한 케이스가 등장했는데 누가 실험이니 조작이니 하는 일을 다시 시도하고 싶겠어요. 예전에는 진실을 폭로함으로써 기관에서 풀려나는 어린 아이들이라도 있었지만, 이젠 그걸로 존 해리슨도 스팍도 제대로 구할 수 없어요. 나는 굳이 박사님이 고생할 필요 없다고 봐요.”


  딱 봐도 주변인들보다 훨씬 젊어 보이는 외모에 명랑해 보이는 인상까지 갖추고 있어, 은연중에 커크를 높게 평가하지 않았던 맥코이는 흥미롭다는 미소를 지었다. 정부 앞잡이 맞네. 아직 멀었다니까요. 더 이상 마주칠 명분이 없을 인연을 그런 식으로 유쾌하게 정리해보려 했다.


  맥코이가 느릿하게 의자에서 일어났다. 문병을 마치려는 그를 커크가 붙잡았다.


  “박사님에겐 미안하단 말을 해야겠네요. 팔자에도 없는 범죄자와 엮이게 만들었으니 말이에요.”


  표현은 가벼웠으나 목소리에서 진실로 유감이라는 감정이 묻어났다. 그런데 곧바로 아니라고 할 줄 알았던 맥코이가 의외로 진중하게 고민을 해서 커크가 살짝 눈을 크게 떴다. 맥코이가 대답했다.


  “그를 알고 싶어 했던 나한테도 책임은 있겠지. 그러니까 미안해하지 마요.”






  현관문을 잠그면서 옷걸이 대신 박아 두었던 못에 재킷을 걸쳐 놓은 맥코이는, 얼마 넓지도 않은 내부의 풍경을 보면서 근거 없는 이질감을 느꼈다. 무엇인가 했더니 그가 제일 자주 사용하며 그만큼 자연스럽게 눈길이 가는 책상 위에 보란 듯 녹음기가 올려져 있었기 때문이었다. 존 해리슨이 사용했던 물건이었고, 녹음 내역을 지우지 않아서 그의 비밀이 고스란히 저장되어 있는 물건이었다. 맥코이는 맹세코 자신은 서랍 속에서 그것을 꺼낸 일이 없음을 확신했다.


  맥코이는 재빨리 창문 밖부터 확인했다. 수상해 보이는 사람은 없었지만 사실 그가 추측하고 있는 바가 맞다면, 당연히 맥코이의 눈에 띄지 않는 게 맞았다. 맥코이는 핸드폰의 액정을 켜고 일단 911을 눌러 놓은 다음 조심스럽게 책상 쪽으로 접근했다. 시한폭탄의 타이머가 작동하는 소리는 들리지 않았다.


  책상에 등을 붙인 상태로 선 맥코이는 녹음기를 가까이 귀에 댔다. 본래 담겨 있던 존 해리슨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맥코이는 무작위로 파일의 중간 중간을 확인했지만 손상되거나 덧입혀진 부분은 없었다. 맥코이가 안심할 때 즈음 그의 귓가에 대고 존 해리슨이 말했다.


  “전에는 어쩔 수 없이 당신을 이용했지만, 이제는 진지하게 당신의 상담 치료가 필요할 것 같아.”


  맥코이가 크게 표정을 구겼다. 존 해리슨은 살아 있었다. 여기까지는 예상했던 바였다. 그러나 그는 맥코이 박사에게 자신의 생존 사실을 처음 알리고, 약속 시간까지 무자비하게 정해 놓고 사라져 버린 것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