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Kingsman/Full-length

[Frankenstein/해리에그시헨리] Another Legacy of Mankind

Jade E. Sauniere 2016. 6. 23. 15:15

Frankenstein - Harry Hart, Eggsy, and Henry Hart

Written by. Jade


Another Legacy of Mankind




  해리 하트가 일에 착수하는 첫 번째 과정은 보통 사람들과 다르지 않았다. 그도 터져버릴 것 같은 메일함 속에서 자신이 할 일을 골라낸다. 무서운 속도로 날아들고 있는 첩보의 헤드라인을 읽던 해리의 눈동자가 스르르 멈췄다. 그가 안경을 집었다.


  “멀린, 있나?”

  —어쩐 일로 이렇게 부지런하십니까, 아서.


  해리는 흡사 자신을 놀리는 것 같은 멀린의 말투에도 꿈쩍하지 않았다. 멀린 역시 아침부터 해리의 신경을 긁으려고 한 게 아니라 그저 사실을 기술했다고 생각했을 것이었다.


  “들어온 첩보 중에 바르셀로나 지역과 관련된 게 있군.”


  —아, 그건 충분히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되어 인력을 파견하려고 했습니다. 독립 시위는 언제나 테러리스트들이 사랑하는 이벤트죠.


  “이건 나랑 에그시가 처리하도록 할 테니, 비행기 표를 세 장 마련해 주게.”


  —왜 세 장이에요?


  “내가 데려갈 사람이 또 누가 있겠나.”


  해리는 그렇게 말하며 방에서 나와 계단을 밟았다. 헨리가 완성한 첫 번째 토스트가 잽싸게 에그시의 입 속으로 직행했다. 바삭해진 빵의 테두리를 아직 입술 밖으로 내밀고 있는 에그시가 1층으로 내려온 해리를 보고 아는 체를 했다. 


  “두 사람, 나랑 같이 어디 좀 갈까.”





  테러와 관련된 첩보는 대개 간결했다. 어떤 단체가 어느 장소, 어느 때에 테러를 감행한다는 내용만 들어있어도 되기 때문이었다. 해리가 소화하기로 한 첩보 역시 바르셀로나의 카탈루냐 광장에서 그 지역의 해묵은 과제인 독립 시위 도중 테러가 발생할 거라는 한 줄짜리 메모였다. 그리고 킹스맨들이 떠안을 만한 가치와 형식을 가진 문제이기도 했다.


  헨리는 비행기에 같이 탑승하면서도 자신이 왜 동행을 해야 하는지 몰랐다. 그가 비공식적으로 해리와 에그시를 지원한 일이 없는 건 아니었지만, 세 명이나 투입되어야 할 정도로 이번 사건이 난제일 것 같지는 않았다. 해리도 비행기에 오르는 순간까지 그에게 별다른 지시를 내리지 않았다. 헨리는 자신이 필요한 이유를 고민했다.


  “그러고 보니 저 스페인은 처음 가는 것 같아요. 거기 언니들이 그렇게 시원하고 화끈하다면서요?”

  “멍청한 소리 하지 마라, 에그시.”

  “케헤, 해리는 스페인에서는 잘 안 먹히는 스타일인가 봐요? 그죠? 하긴, 나한테만 잘 통하면 되니까 별 상관은 없겠다.”


  해리가 조용히 고개를 저었고 에그시는 킬킬댔다. 모두에게 익숙한 풍경이었다.


  아직까지 바르셀로나는 평화로웠다.


  비행기에서 내린 후 해리는 헨리에게 주소 하나가 적힌 종이를 건네주었다. 주소를 읽을 수 있는 것과 그것이 어디인지 아는 건 별개였으므로 헨리는 여전히 자신의 궁금증을 해결할 수 없었다. 다만 그 주소가 카탈루냐 광장을 의미하는 게 아니라는 건 분명했다. 


  “1시간 30분 뒤까지 이 주소에서 우리를 기다려주게. 만일에 대비해 시간을 넉넉하게 설정한 것이니 다른 곳을 구경하고 있다가 가도 좋아.”

   “…이곳의 정체는?”

  “가면 한 번에 알게 될 거야.”


  몇 분 뒤 헨리는 택시 정류장에서 줄을 서고 있었다. 그는 계속 쪽지를 바라보았다. 그러나 현대판 최고의 기사가 교통위성과 동일한 뜻은 아니어서 헨리는 주소지가 감추고 있는 것을 추리하길 단념했다. 다만 자신을 태우게 된 운전수가 쪽지를 보고는 단박에 아는 눈치를 보여, 인적이 드문 외진 곳은 아니라는 것만 어렴풋하게 짐작할 수 있었다. 


  선글라스를 끼고 보아도 바르셀로나의 하늘은 위축됨 없이 맑은 빛을 내뿜었다. 헨리는 낯설게 그것을 관찰했다. 관광객들을 실은 대형 버스와 유럽의 좁은 길에 최적화된 소형차들이 일상적으로 길을 달리고 있었다. 그가 전에 스페인에 왔었을 때는 전혀 보이지 않던 모습이었다.


  택시가 고속도로를 벗어났다. 척 봐도 관광 명소로 보이는 오래되고 화려한 건물들이며 특징적인 탑이 눈에 띄었다. 헨리는 해리가 도무지 어떤 곳을 자신의 대기 장소로 정해준 건지 예상할 수가 없었다.


  차츰 도로 위의 차들보다 사람들이 더 많아졌다. 헨리는 저들이 카탈루냐 광장으로 합류하게 될 시위 인파의 일부라는 걸 눈치챘다. 사이렌을 울려대는 경찰차나 구급차가 없는 걸 보아 큰일은 벌어지지 않은 듯했다.


  한편 에그시는 안경을 쓴 채 카탈루냐 광장 주변을 돌아다녔다. 렌즈가 보이는 사람들을 하나하나 붙잡아 안면을 인식하고 과격 단체의 상징물을 가지고 있진 않은지 분석했다. 광장이 점점 북적대는 걸 느낀 에그시는 반대편의 해리를 바라보았다. 


  —침착하게 계속 살펴라, 에그시.


  에그시는 그 말을 듣고 고개를 돌렸다. 수상한 일을 꾸미는 자들에겐 일반인과 다른 점이 반드시 있기 마련이었다. 에그시는 광장 안쪽으로 조금씩 들어가면서 눈을 굴렸다. 한 남자가 주머니에 꽂은 손을 굴리거나 움직거리고 있는지 주머니가 불룩 튀어나왔다가 들어가기를 반복했다.


  “여기요.”


  택시기사가 짧은 영단어를 던졌다. 창밖을 본 헨리의 눈썹이 반사적으로 올라갔다. 해리 하트는 그를 바르셀로나의 가장 유명한 관광지로 안내한 것이었다.


  헨리는 사그라다 파밀리아 앞에 서게 되었다.


  렌즈의 센서가 움찔거리는 주머니의 남자 위에 꽤 오래 머물렀다. 에그시는 조심스럽게 시계의 용두를 돌리면서 남자에게 접근했다. 느닷없이 사이렌과 함께 차바퀴가 급하게 미끄러지는 소리가 난 것은 그 무렵이었다. 


  시민들은 합법적인 시위 현장에 왜 경찰들이 소란을 피우며 출동하냐며 당황해 하는 눈치였다. 에그시는 이 순간 자신이 가장 빠르게 움직여야 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는 경찰차에 시선이 묶인 시민들을 거의 몰아내듯 달리며 추진력도 거의 없이 점프를 시도했다. 미약하게 떠오른 발이 안간힘을 써서 허공을 굴렀다. 악착스럽게 뛰어오른 에그시가 한 지점을 향해 몸을 내리꽂았다.


  “어머, 당신 지금 뭐하는 거예요? 이봐요!”


  해리가 눈썹을 으쓱하더니 시간을 확인했다. 마취제가 묻은 바늘이 꽂힌 남자가 맥없이 자신의 기폭장치를 드러내고 있었다.


  헨리는 매표소 앞에서 얌전히 줄을 서고 있었다. 설마 외관만 감상하지는 않을 텐데, 해리가 티켓을 구매하는 것까지 신경을 쓰진 않았을 확률이 높았다. 매표소에서 헨리를 맞이한 여인은 스페인어 억양이 강하게 섞였지만 명쾌한 영어로 헨리에게 필요한 표의 개수를 물었다. 잠시 후 헨리는 3장의 입장권을 받았다.


  입장에 앞서 간단히 소지품을 검사당하고 있는 관광객들과, 그 주변에서 기념촬영에 여념이 없는 사람들로 인해 성당 앞은 무척이나 복잡했다. 헨리는 택시기사가 자신을 내려준 곳에서 해리와 에그시를 기다리기로 했다. 몇 분간 지켜본 결과 택시가 나타나서 정차하는 방향은 하나뿐이었다.


  “그런데 여긴 대체 뭐하는… 헐, 세상에. 대박이네요, 해리!”


  택시 안에서부터 바깥으로 나와서도 이어지는 에그시의 재잘거림을 듣고 헨리가 움직였다. 그는 말없이 두 사람에게 티켓을 나눠주었다.


  “오, 고맙네. 안 그래도 입장권까지는 생각을 못 했었는데.”

  “근데 여긴 왜 온 건 거지?”

  “근데 여긴 뭐하는 데에요?”


  헨리와 에그시의 궁금증이 동시에 터져 나와 해리에게 쏟아졌다. 이 때 헨리는 자신이 질문을 성급하게 한 것 같다는 느낌에 조금 민망해했다.


  “에그시의 질문에 먼저 대답하자면, 여긴 사그라다 파밀리아라는 성당이야. 아직도 지어지고 있는 중이지. 그리고 헨리, 자네에게 필요한 건 들어가서 얘기해주겠네.”


  킹스맨들의 양복을 입었을 뿐 지극히 관광객다운 행동을 보이고 있는 에그시가 있어서인지, 경비원들은 눈을 감추고 있는 남자와 그와 지나치게 고급스러운 옷을 입은 신사를 이상하게 보지 않았다. 헨리와 에그시는 자연스럽게 앞장을 서는 해리를 따라갔다.


  바람이 휘몰아치는 입구를 지나니 빛을 본뜬 조각으로 한가득 장식된 천장이 나타났다. 에그시가 입을 쩍 벌렸다. 


  “최근에 뉴스 하나를 들었네. 100년이 넘게 건설 중인 이 성당의 완공 날짜가 11년 뒤로 잡혔다고 하더군. 영원히 미완성인 상태로 남을 줄 알았던 이 건축물도 완전한 형태를 띠게 될 거야.”


  과연 공사 중인 건물이라서 그런지 곳곳에 그물과 천이 걸려 있었다. 그리고 화창한 현대인의 얼굴과 성경 구절이 조합된 인쇄물이 공개되지 않고 있는 부분을 가리면서 동시에 그 허전함을 채우고 있었다.


  “몇몇 사람들은 이 건축물이 완성되지 않는 게 더 가치가 있다는 생각을 해. 이 성당이 인류의 끈기와 힘, 협동심 같은 것들을 상징하는 유산으로 여기는 거지. 이해가 안 되는 건 아니야. 그렇지만 이 성당이 완성된다고 해서 한 세기가 넘게 이것이 증명하고 지속시켜 왔던 가치가 사라진다고 볼 수는 없어. 역사는 그렇게 쉽게 스러지는 게 아니니까 말이네.”


 해리는 그렇게 말하며 잠시 멈췄다. 세상의 온갖 언어로 신에 대한 감사를 표시하고 있는 벽이 조용히 사람들의 눈길을 끌어당기고 있었다.


  “자네도 마찬가지야, 헨리.”


  에그시가 의아하다는 듯 눈을 깜빡였다. 반면 이름이 불린 헨리는 말이 없었다. 


  “더 이상 연구소에 가지 않겠다고 했다면서.”


  “그들이 날 고칠 수 있는 방법을 찾지 못한다고 했어.”


  “거기에 덧붙여 계속 노력하겠다는 말도 했잖나.”


  해리의 목소리와 눈짓이 더해지는 바람에 헨리는 할 수 없이 해리와 시선을 맞댔다. 해리가 또렷하게 말했다. 


  “자네가 물리적으로 내 영향을 받지 않는다고 해서, 내가 자네에게 가지는 의미가 줄어든다고 단정할 수는 없네.”


  “…이곳처럼?”


  “그래, 이 사그라다 파밀리아처럼.”





  군것질을 할 수 없다면 이 자리에서 1인 시위를 벌이겠다는 에그시의 강력한 주장으로 인하여, 세 사람은 성당 앞에 있던 트레일러에 잠시 머물게 되었다. 에그시가 살짝 말린 소프트 아이스크림의 상단부를 핥았다.


  “그럼 우리 11년 뒤에 여길 또 오는 거예요?”

  “그게 내 목표지.”

  “건강관리 열심히 해야겠어요, 해리. 술을 끊을 때가 됐어요.”

  “실없는 소리 하지 말거라.”

  “뭐, 나야 끄떡없을 테니 두 사람이나 관리 잘 하세요. 이 중에 헨리가 제일 간당간당하네. 자나 깨나 전기 조심이죠?”

  “…그래.” 


  그들은 기념품 가게를 돌아 평범한 사람들이 사는 곳으로 잠시 섞였다. 






Original date 2015. 11. 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