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ngsman/해리에그시] The Road Untraveled
- Kingsman: The Secret Service, Harry Hart/Eggsy
- Written by. Jade
The Road Untraveled
몹시도 말라붙은 나뭇잎은 바람을 등에 업고도 길 위를 돌아다니지 못한다. 그것은 바람이 부드럽게 자신을 공중으로 띄워 올려 주기도 전에 부서져 내리고 만다. 마른 것에는 생명력이 없다. 울창한 나무 그늘에 의하여 제 색깔을 발휘할 기회조차 박탈당하고 만 작은 오두막 앞에는 그러한 종류의 나뭇잎들이 가득했다.
에그시는 햇볕에 바짝 말려진 나뭇잎 마냥 목이 말랐다. 몸에 가장 필요한 성분이 바닥나니 모든 것이 힘들고 버겁게 느껴졌다. 에그시는 지쳤다. 그리고 너무도 물이 마시고 싶었다. 머리로는 갈증만 돋울 뿐인 행동이라는 걸 알면서도, 에그시는 본능적으로 입술을 축였다. 혀와 입술이 모두 갈라지고 있었다.
수분이 절실했던 나머지 에그시는 자신의 허벅지에 닿는 액체를 몸을 숙여서 핥을 뻔했다. 그것은 물방울이 아니었다. 에그시는 봉합된 부위가 흙빛이 나는 소독액을 게걸스럽게 빨아들이는 모습을 허망한 눈빛으로 바라보았다. 당장 에그시에게 필요한 것은 상처를 돌봐주는 손길이 아니었다. 실로 조여지고 있는 부분보다 훨씬 넓은 몸뚱아리가 통째로 쓰러져가고 있었다. 에그시는 자연적인 대기의 순환조차 이기지 못해 깎여나가고 있었다.
“목이 말라서 그러나?” 그렇게 물었으면서도 목소리의 주인은 에그시의 대답을 기다리지 않았다. 그 어떠한 방식을 동원하여도 무기가 될 수 없는 플라스틱 컵에 담긴 생수가 에그시의 목으로 흘러들었다. 그런데 에그시는 물을 마시면서 또 다른 물을 내보내고 있었다. 에그시는 인형처럼 눈물을 흘렸다. 그러자 조용하게 대기 중이던 빈손이 에그시의 눈물을 닦아내 그의 입술에 묻혀주었다.
목소리는 다시 말했다. “열흘 정도만 더 지나면 저번에 잘렸던 힘줄은 회복이 될 거야. 물이 더 필요한가?” 에그시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한 번 더 물이 흘러들었다. “아무래도 사고를 하려면 물만으로는 부족할 거야. 먹을 게 필요하겠지? 생각나는 게 있나? 다만 비어 있는 위장에 곧장 기름지거나 맛이 강한 음식을 넣는 건 좋지 않다는 걸 상기하길 바라지.” 에그시는 물을 받아먹은 입술을 다물었다. 목소리는 그를 재촉하지 않았다. 꼭 에그시에게 생각할 시간을 주는 것처럼 그의 상처를 이어서 소독해주었고 깨끗한 거즈를 붙여주었다. 바람 부는 소리가 났다. 아무도 관리하지 않은 나무들이 주변에 넘쳐나는 그곳에서는 여러 가지 방식으로 바람의 기척을 느낄 수 있었다. “특별히 생각나는 게 없다면 내가 알아서 골라주지.” 미묘하게 에그시를 빗겨나가고 있던 시선이 갑자기 에그시의 미간 앞으로 몰렸다. “나와 이야기를 안 할 수는 없어, 에그시.”
“…내가 할 수 있는 얘기는 이제 당신에게 필요 없어.” 에그시는 그 말만큼은 반드시 해야만 했다. 목소리는 기대와 그윽함을 안고 에그시를 바라보았다. “모든 게 당신과 맞지 않아.” “내가 너에게 약간의 상처를 주었다고 해서, 내가 널 증오하거나 미워한다고 여기는 건가? 나는 네가 주었던 첫 번째 사실을 충분히 존중하고 있어.” 목소리는 유독 얇은 이파리를 가진 꽃잎을 매만지듯이 에그시의 얼굴을 쓸었다. 그것은 분명히 증오하는 대상에게 건넬 만한 종류의 것이 아니었다. 그는 놀랍도록 정석적이었다. 에그시가 사랑했고 에그시를 사랑하던 사람이라는 서술을 끔찍하게 지키고 있었다. 그는 가장 교과서적인 사랑을 담아서 에그시의 머리카락을 털어주었다. 먼지가 죽어버린 에그시의 세포처럼 하얗게 흩날렸다.
“내 진실을 알고 있는 사람은 너뿐이다. 그래서 나는 네가 말한 대로 이전에 내가 수행하던 역할을 하고 있는데, 대체 무엇이 문제인지 모르겠군.” 훅 하고 짧은 바람이 불었다. 에그시가 반사적으로 눈을 감았다. 에그시의 눈썹에 붙어 있던 먼지가 날아갔다. 에그시는 서서히 깨끗해지고 있었다. “나는 같아.” “아니요.” “같아.” “그렇지 않아요.” 마른 피부로 에그시의 얼굴을 닦아주고 있던 손이 안으로 굽더니 에그시의 살갗을 뜯어버릴 것처럼 날카로워졌다. “나는 너를 사랑하고 있다. 그것이 내가 알고, 내가 할 수 있는 유일한 일이니까.” 에그시는 자신의 뺨에 손톱자국이 남는 걸 느꼈다. “당신의 모든 것은 달라졌어요.” “네가 나의 진실과 과거를 독점하고 있기 때문에.” 에그시가 표정을 찡그렸다. 얼굴이 아팠다.
기억과 함께 자신이 인간이라는 사실조차 잃어버린 것 같은 그는 에그시에게 정말로 하나의 목소리였다. 목소리는 어떠한 존재가 아니다. 그는 에그시의 눈에는 사람들이 거의 모르는 언어로 쓰인 책이었다. 책에는 보통 한 개의 논리가 담긴다. 그는 한 가지 방식에 따라 에그시를 사랑했고 그에게 애정을 표현했으며 그에게 화를 냈고 자신의 기억을 돌려주길 요구했다. “내가 너를 사랑하고 있으니 너는 내가 완전해지는 걸 도와야 해.” 에그시는 고개를 저었다. 그의 얼굴에서 피가 떨어졌다. 에그시의 발 앞에 피를 닦을 수 있는 거즈가 떨어졌지만, 의자에 딱 붙어 있는 에그시는 그걸 주울 수 없었다. 대신 에그시는 몸을 비틀어서 자신이 흘리는 피가 거즈 위로 떨어지게 했다.
에그시는 혼자가 되었다.
에그시가 오두막으로 향하는 길은 하나였다. 그것을 밟고 다니는 인물도 한 사람밖에 없었다. 그러나 에그시에게는 길을 걸으면서 자신이 추구하는 바를 향해 나아갈 수 있는 자유가 없었다. 실상 그곳에서 무언가를 독점하고 있다는 지적을 받을 만한 사람은 에그시가 아니었다. 에그시는 아무것도 가지고 있지 않았다. 그는 오히려 자신을 잘게 부숴서 버리고 있었다.
맴도는 것은 바람과 나뭇잎이 전부였다. 무엇도 돌아오지 않았으며 회복되지 않았다. 에그시는 자신이 삼킨 눈물보다 더 소중한 외침을 쏟아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