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rankenstein/해리헨리에그시] The Golden Age of the Clone
- Frankenstein, Harry Hart & Eggsy with Henry Har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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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Written by. Jade
The Golden Age of the Clone
검회색이 모든 색깔을 먹어치웠다. 빛을 가장 극적으로 맞이하기 위하여 동 트기 전이 가장 어두운 것이라는 말은 이 순간만큼은 거짓이었다. 비가 그친 지 얼마 되지 않은 런던의 새벽은 그저 습하고 새카말 뿐이었다. 하늘에 빛이 존재한다는 흔적은 그 어느 구석에서도 찾을 수 없었다.
검회색은 색깔을 먹고, 빛을 소화시킨 뒤에도 배가 부르지 않아 희망까지 다 갉아먹은 모양이었다. 에그시는 사방에 버려져 있는 무기들과 총알이 남은 탄창들을 줍고 있었다. 곳곳에 무기는 정말 많았다. 그러나 그것을 사용해서 살릴 수 있는 생명과 불꽃은 거의 없었다. 에그시는 마천루를 나무처럼 타고 오르는 이족보행의 생물이 느닷없이 나타나지는 않는지 계속 살펴야 했다. 에그시에게는 절대와 파생으로 묶여진 감정이라는 것은 없었다. 에그시가 해리나 헨리를 아끼지 않아서가 아니라, 에그시가 해리 하트의 복제인간이 아니기 때문이었다.
해리와 헨리는 그들보다 머리 하나는 작은 에그시와, 순식간에 무너질 수도 있는 건물의 그림자 뒤에 있었다. 해리는 비에 젖어서 거의 한 가닥처럼 붙어버린 헨리의 머리카락을 옆으로 넘겼다. 헨리가 태어난 이후 한 번도 치유되거나 희미해지지 않은 봉합 자국은 지금도 선명했다. 헨리는 자신의 얼굴에 있는 몇몇 인간답지 않은 흔적에 큰 관심이 없었다. 그는 자신이 완벽한 인간이 아니라는 걸 언제나 인식하고 있었다. 그렇기에 자신의 생이 보통 인간들처럼 일반적이고 꽉 짜인 서사의 형식을 갖출 필요가 없다고도 생각했다.
헨리가 눈을 깜빡이는 속도가 점점 느려졌다. 그는 특별히 아파하지도 않았다. 비가 형성한 연못과, 피가 형성한 웅덩이가 쉽게 구별되지 않았다. 모든 것이 검회색이었다. 그 게걸스러운 색은 해리 하트의 정확한 반절까지도 가져가려고 했다. 해리는 헨리의 흉터를 거쳐서 이질적이고 아름다운 안구가 위치한 눈가를 매만졌다.
최초의 유사인간은 두 번 자신의 죽음을 상정해봤다. 해리 하트가 자신이 쏜 총에 맞았을 때 해리가 살아나지 않으면 죽어버리겠다는 생각을 했었고, 에드워드 칼라일에 의하여 해리 하트의 결백이 오염되고 해리가 원하지 않는 바가 실현되려고 할 때 목숨을 버리려고 했다. 그는 해리로부터 탄생했으니, 그가 죽는 이유에는 어떤 식으로든 해리가 연결되어 있어야 했다. 헨리 하트는 그것이 옳다고 여겼다.
그런 측면에서 헨리는 자신이 해리의 목숨을 보전하기 위한 제물로써 바쳐진 게 불만족스럽지 않았다. 다만 해리가 자신보다 고통스러워하는 듯한 표정이 신경 쓰였을 뿐이었다. 무의식과 닮은 육신이라는 끈(紐)과 띠(帶)는 아주 질겼다. 헨리는 자신이 언제나 해리의 위험을 대신 감내하는 선택을 하리라는 걸 확신하였고, 자신의 희생을 뼈저리게 인식해주는 해리가 고마우면서도 동시에 비극의 베일을 덮어 쓴 해리의 눈동자는 보고 싶지 않다고 느꼈다. 해리는 누워 있는 헨리를 다리로 받친 자세로 끝없이 헨리를 보듬었다.
가만히 있던 에그시가 총알을 난사했다. 해리가 정신을 차리고 에그시가 탄창을 갈아 끼워 넣은 리볼버를 집었다. 그러자 헨리가 해리의 손가락을 잡았다. 해리는 마지못해 헨리에게도 총을 주었다. 서 있는 자와 앉은 자, 그리고 일어설 수 없었음에도 일어나버린 자가 결사의 열기를 담아 무기를 잡았다.
결국 세 사람은 한 지점으로 모였다. 헨리에게 두 사람은 자신과 같은 유사인간이 평생토록 본뜰 수 없는 진정한 진실이었고, 해리에게 자신을 제외한 두 사람은 자신이 몸을 던져가면서 지키고 싶은 소중한 존재들이었다. 에그시에게 해리와 헨리는 자신이 움직이고 보호할 필요가 충분한 정든 가족이었다.
검회색이 흡수하지 못한 강렬한 진동이 다가왔다. 헨리는 조심스럽게 총을 한 자루 더 쥐었다. 인간을 위해 인간의 허상이 무너지는 순간은 의연하게 맞이해야 마땅한 것이었다. 헨리는 피와 탄피를 흩뿌렸다. 런던은 우울한 새벽에 의하여 사라져가지만, 유사인간의 황금기는 영원할 것처럼 빛났다.
- [런던의 습한 새벽, 제물로 바쳐진 유대감, 피에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