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rankenstein/해리헨리] A Vital Conversation
- Frankenstein(Part 1), Harry Hart & Henry Har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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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Written by. Jade
'R.E.F. (Warrior's Lullabye) composed by Zack Hemsey
헨리는 그 무엇도 흡수할 수 있는 검은색 옷을 입고서 말했다.
“어리석음은 수동적이고 증오는 능동적이야. 그리고 능동은 수동을 무찌를 수 있지. 본질적으로 증오가 어리석음을 제압해버리는 데에는 아무런 결함이 없어요. 또한 세상에 존재하는 그 어떠한 땅 위에도 어느 국가의 이름이 새겨져 있지 않지. 국경선은 지리학적으로만 존재할 뿐인 하나의 추상적인 개념이고, 만일 어딘가에 특정한 깃발이 꽂아져 있다면 그것을 뽑아내버리면 그만이지 않아? 법 얘기를 해볼까. 법전, 법이야말로 가장 허망한 것이잖아. 판사도 검사도 변호사도 법을 외우고 다니지 않아. 세상에 존재하는 아주 극소수의 책만 태워버린다면 법은 너무나도 쉽게 스러질 거예요. 가족은 가을처럼 저절로 사라져가는 것이니 신경 쓸 게 없어요. 교회와 거짓은 이태까지 단 한 번도 인간을 이롭게 하지 못했으니 언급할 가치도 없군.”
해리는 유사인간의 육체를 상징하는 듯한 불안정한 말투도 인내심 있게 견뎌내면서 눈을 한 번 감았다가 떴다. 해리가 입고 있는 셔츠는 하얬다. 아주 조그마한 티끌도 없었고 색깔조차 없었으니, 그는 자신의 복제인간에게 오직 말만 전할 수 있었다.
헨리 하트는 계속 연설했다.
“한편 순수는 허위와 같이 필연적으로 그 자신의 오롯함이 지켜지지 못한다는 속성을 지니고 있어요. 그것들은 시간이 지나면서 모욕을 받는 수명을 타고난 거야. 그리고 가식, 그 휘황찬란한 낱말들과, 누구나 하나쯤은 가지고 있는 맹점을 꿰뚫어주는 듯한 그 무딘 바늘이 어찌 매력적이지 않겠어. 하지만 무딘 것은 날카로운 것에 의하여 두 갈래로 찢어지기 마련이잖아. 마치 꽃잎이 힘없이 갈라지듯이. 자, 이제 말해 봐요, 존경하는 나의 해리. 내가 지금까지 읊은 말들 속에 섞여있는 견고한 지식과 되돌릴 수 없는 꼿꼿함과 독특한 자국을 봤나요?”
해리는 빠르게 응대했다.
“그래. 틀림없는 광기와 뒤틀린 상식이 자네의 목소리에 고스란히 깃들어 있군. 그러니 이제 내가 본 것을 자네에게 설명해도 될까? 자네가 아마 그 광기를 열렬함으로 승화시켜, 치기어리고 미숙한 것들은 영원히 무덤 속에 넣어버린 채 오직 그 무덤을 잘 닦는 것으로 만족하더라도 자네에겐 아무런 해악도 다가오지 않을 걸세. 자네가 해야 할 일은 평화의 전당을 닦는 것 아니겠나? 자네가 나와 같은 자질을 가지고 있다면 더더욱 그것을 파괴를 위해 악용해서는 안 되지. 자네와 나의 허물이 쌓여있는 모습을 꼭 닮은 잎더미들을 당당하게 밟고 올라, 이 역사성 가득한 언어를 자네의 영혼에 담아주는 게 옳은 일일세.”
헨리는 고개를 앞으로 기울이기도 하고, 눈썹을 찡그리기도 하면서 그 자신만의 신탁을 꼼꼼하게 들었다. 유사인간의 표정은 그의 가치만큼이나 오묘했다.
“자네가 나를 존경하는 자라 칭하며 사랑해주듯이 나 역시 자네를 사랑할 수 있을 거야. 자네가 나의 일부라는 것을 거부할 수 없게 만드는 사실이 이곳에만도 그득하네. 꼭 결합의 용광로처럼 말이네. 그 불꽃 속에 자네가 잘못 해석한 것들을 먼저 태워버리게. 그렇다면 나도 내 절반을 뒤따라갈 테니까. 그렇게 해서 우리 모두 저마다 자신들의 인생을 살아갈 건설적인 힘을 얻게 되는 것 아니겠나? 넓은 시각에서 보면 그 목표들이 모두 하나의 사회적이고 보편적인 무언가에 다다르게 된다 해도 말이야.”
“오, 해리. 방금 내가 나 ‘자신의 인생’을 살게 되리라고 말한 겁니까? 정말 그걸 기대해요?”
헨리는 순진하게 웃었다. 어린 생명의 미소였다. 그가 배워야 할 것이 너무도 까마득한 시공간에 위치해있기 때문에, 그것에 아무런 영향을 받지 않겠다는 여유로움과 당당함이 검은 옷 위로 가득 흘러내렸다.
“나에게는 그 문장이 불가능하다는 걸 왜 알지 못하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