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rankenstein/해리헨리] To The Ultimate
- Frankenstein, Harry Hart/Henry Har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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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Written by. Jade
To The Ultimate
총성에는 감정이 실리지 않는다. 오직 기술과 호흡의 조절만을 필요로 하는 절제된 작업술의 발현만이 이루어질 뿐인 냉철하고 객관적인 세계를 펼쳐놓은 자는, 천천히 무릎을 꿇으면서 그 검고 붉은 곳으로부터 빠져나왔다. 헨리 하트는 탄환이 조금 남은 총을 집어넣고 칼을 꺼냈다. 눈발 섞인 바람과 햇빛을 맞고 있는 해리의 모습은 숭고했으나 비극적이었다. 헨리는 해리의 손발에 묶여있던 줄을 모두 풀어냈다. 헨리가 해리를 안으면서 귓가에 목소리를 한 번 불어넣었다. 해리는 움찔했다.
헨리는 해리의 입술이 바싹 말라있다는 게 신경 쓰였다. 다행히 근처에 물병이 있었다. 헨리는 지혈을 하기 위하여 가지고 다니는 천의 끄트머리에 물을 묻혀서 해리의 입술을 적셔주었고, 그 다음에는 해리의 얼굴을 닦았다. 차가운 물기에 놀란 해리가 몸을 파득거렸다. 죽음의 순간을 계산하여 그것을 뒤집고, 어차피 아무도 알지 못할 책임감을 지키기 위하여 감옥을 마다하지 않았던 경이로운 위인이 몹시도 연약해진 걸 보면서 헨리는 동요했다. 너무도 복잡해서 어떠한 심리상태 하나만을 일컫는 어휘를 끌어올 수가 없었다. 헨리는 해리의 얼굴을 깨끗하게 정리해준 다음 해리를 천천히 일으켜 세웠다.
그 때 무엇인가가 밑으로 흘러내리는 느낌이 들었다. 헨리는 놀랐다. 헨리의 어깨에 기대고 있는 해리는 그에게 도와달라고 부탁했다.
해리의 다리에는 붉은 상처들이 가득했다. 그 붉은색은 세상에서 가장 관능적이면서도 아름다운 색깔을 모독하고 있었다. 헨리는 해리의 상처 주변이 심하게 떨리는 것을 보았다. 헨리는 일단 다시 해리를 앉혔다. 바닥으로 떨어진 해리의 옷자락이 잠시 헨리의 구두에 걸렸다. 두 사람이 모두 앉는 자세를 취하자 해리가 헨리의 어깨를 잡기가 더 쉬워졌다.
헨리가 목격한 해리 하트의 극단적인 선택은 두 가지였다. 그것은 모두 해리가 충분한 판단을 거친 뒤에, 자신이 그러한 선택을 행하지 않으면 좋지 않은 결과가 나오리라는 것을 확신한 다음에야 고귀한 해리 하트의 역사에 포함된 것들이었다. 헨리는 해리의 세 번째 선택이 그것들처럼 완벽한 과정을 거쳐 탄생하지는 않았다는 걸 직감했다. 그러나 불완전함을 중심으로 두고 생각을 해 보자면, 헨리 하트처럼 쪼개지고 채워지지 않은 존재는 없었다. 흔들림은 그에게 익숙했다. 심지어는 그의 심장조차 기계 장치에 붙어서 간신히 기능하고 있다.
헨리는 해리가 열어준 극한의 그림자로 들어갔다. 아주 마르고 차가운 바람이 빗나간 총알에 의해 뚫린 창문을 통해 들어왔다.
해리는 말소리도, 비명도 아닌 모호한 음을 냈다. 해리는 헨리를 자신의 쪽으로 밀었다. 헨리는 이러한 독특한 방식이 아니라면 만날 수 없는 해리의 붉은 심장을 바싹 안았다. 그것은 훌륭한 붉은색이었다. 빨강에는 바로 그것과 같은 원초적이고 격정적인 생명이 깃들어 있어야만 했다. 해리는 더 이상 자신과 헨리가 가까워질 수 없음에도 헨리를 자꾸만 끌어당겼다. 헨리는 개의치 않았다. 조금 촉촉해진 것 같았던 해리의 입술이 불꽃에 의해 말라버렸다. 해리는 헨리의 얼굴을 더듬었다. 헨리는 곧장 상체를 세웠다.
해리의 입 안으로 파도처럼 물이 밀려들었다. 헨리가 오기 전까지 지속되었던 고난과 거친 수법들로 인하여 해리의 입술 안쪽은 부어 있었고 또 열이 났다. 헨리는 손으로는 해리를 잡고 해리가 원하는 만큼 그의 위태로운 열화의 흔적들을 가져갔다. 헨리는 조금씩 해리가 식을 수 있는 가능성을 발견했다. 헨리는 입을 떼고 잠시 해리를 바라보았다. 헨리가 자신과 밀착되어 있던 상태에서 벗어나자, 해리는 산소를 흡수하는 방법을 잊어버린 것처럼 경련하고 괴로워했다. 헨리는 해리의 이마에 입을 맞추고 그가 있던 자리로 돌아갔다.
본래 해리 하트와는 무척 이질적인 상태가 심화되자 해리는 자신의 분별력을 찾는 듯했다. 그러나 제아무리 해리라고 해도 자신이 반쯤 제어권을 잃은 지 오래된 가속도를 막을 재간을 없었다. 해리는 고개를 숙이면서 숨을 몰아쉬었다. 언젠가부터 헨리의 천조각보다 쓸모가 없어진 해리의 옷이 포악했던 이들의 피를 마시고 있었다. 해리는 이 복합적인 자극성을 견뎌내기에는 너무도 잘 정립된 인간이었다. 그가 자신의 밑에 있는 헨리를 불렀다. 그러자 헨리는 소리를 내지 않고 대답했다. 해리는 헨리의 답안에 크게 휘청였다.
창문 너머 공중에서는 하얀 눈이 휘날렸고, 주소지도 제대로 나오지 않는 낡은 건물에서는 거칠고 더러운 피가 흘렀다. 해리가 몸을 숙였다. 해리의 이마가 헨리의 머리카락에 닿았다. 헨리는 더욱 크게 해리를 감쌌다. 해리가 헨리와 머리를 맞댄 것은 해리에게는 의사소통을 원한다는 일종의 신호였지만, 헨리에게는 모래 알갱이가 깨끗한 물을 받아들였을 때 맑은 진흙이 형성되는 것과 같은 의심할 나위 없는 과정이었다.
잠시 뒤 해리는 물이 남아있는 병을 헨리에게 건넸다. 헨리는 그것으로 입안을 헹궜다. 해리는 이번에는 다른 이유로 조금 마른 듯했다. 헨리는 조금 작아진 눈으로 해리를 바라보고 있다가 해리에게 옷을 벗어주었다.
“이젠 일어날 수 있겠나?”
해리는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물을 남겨놨으니 당신이 다 마시는 게 좋겠어. 그래야 약 기운이 빨리 분해될 테니까.”
헨리는 실제로 많은 양의 물을 마시지 않았다. 해리는 별 수 없이 남은 물을 모두 마셨다. 헨리가 해리에게 손을 내밀었다. 두 사람은 서로를 돕고 응시하기에 꼭 맞는 한 쌍이었다. 해리는 아주 편안한 높이에서 헨리를 주시했다.
“…더 쉴까?”
헨리는 그 말을 끝으로 잠시 목소리를 낼 권리를 잃었다.
그것 또한 헨리가 방금 그러했듯이, 헨리에게 해로울 수 있는 것들을 해리가 가져가기 위하여 취한 행동이었다. 해리는 부드럽게 헨리의 입 안을 훑었다. 헨리는 어쩐지 그것이 포근하다고 느꼈고 그래서 눈을 감았다. 헨리는 다시 한 번 해리를 안았다.
둘은 그들이 잠깐 있었던 건물을 없애버리고 차에 올랐다. 헨리는 해리를 옆에 태우고는 그의 무릎 위에다 자신의 재킷을 덮었다. 해리는 온도가 살짝 오른 입김을 내뱉었다. 그리고 헨리는 차를 출발시켰다.
극한의 땅은 그것 자체로 이미 하나의 절정이자 초현실이었으므로 고상하게 침묵했다.
- 격정, 관능, 명멸, 극한, 열화, 이류 / 이 단어들을 중심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