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Kingsman/Novelette

[Kingsman/갤러해드에그시] The Vicious Harmony

Jade E. Sauniere 2015. 8. 31. 12:40

- Public Evil, Galahad/Eggsy

- Written by. Jade


The Vicious Harmony





 물방울이 사방으로 튀었다. 에그시는 일부러 자신이 발휘할 수 있는 힘을 최대로 짜내서 물보라를 일으켰다. 수영장에 한가로이 차 있던 물이 놀라서 에그시의 품위 없는 동작을 때려댔다. 에그시는 밑으로 그대로 가라앉았다가 빠르게 수면 위로 올라왔다. 에그시는 환각이나 일시적 최면에 비유될 법한 자유를 만끽하면서 수영을 했다. 그 자유로움을 극대화하기 위하여 에그시는 수영복도 아닌 속옷만 입고 있었다. 에그시가 힘차게 팔을 저었다.


  수영장은 사업적으로 운영되는 곳보다도 더 깨끗했다. 그래서 에그시가 바닥 쪽으로 내려가면 반질반질하게 닦인 타일을 투명한 물과 함께 감상할 수 있었고, 하늘 쪽으로 고개를 내밀면 긴장해 있던 폐가 탁 한숨을 내쉬면서 생산해 내는 짜릿함과 잘 보존된 자연의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었다. 에그시는 자신의 인생에서 수영을 할 수 있는 순간을 제일로 사랑했다. 가끔은 자신이 물속에 있다는 것이 너무 좋아서 눈물이 날 것도 같았다. 설령 에그시가 눈물을 흘린다고 하더라도 그의 주변에는 온통 물뿐이었으므로, 누구도 에그시가 울었다는 걸 알지 못할 테니 에그시로서는 또한 사랑할 수밖에 없는 점이었다. 


  에그시는 어느덧 수영장의 한쪽 끄트머리에 있었다. 근래 에그시는 오래 잠수하는 법을 터득했다. 그는 무리 없이 수영장의 깊은 바닥을 가로지르면서 행복하게 타일 사이사이에 난 틈을 손으로 더듬었다. 아직 산소는 부족하지 않았다. 그러므로 에그시는 기분이 좋았다. 에그시는 희미하게 웃으면서 마치 사다리를 타듯이 타일을 만지작거리다가 물 위로 올라왔다. 에그시의 머리 위에서 나뭇가지들이 시원하게 나부꼈다.


  에그시가 수영장의 틀을 잡고 방향을 바꿨다. 그는 한동안 그 자세로 다리를 퍼덕거리면서 자신을 제어하고 있다는 게 아무 것도 없음을 만끽했다. 수영하는 것은 참으로 행복했다. 에그시는 그것만 느꼈다. 옷을 입지 않은 상태에서 사지를 놀림으로써 얻는 자유로움이 꼭 완전하지 않은 생명의 시기와 연결될 수 있다는 생각은 전혀 하지 못했다.


  에그시는 아예 눈까지 감았다. 바람에 나무가 흔들리고 나뭇잎이 뒹구는 소리에, 수면이 찰랑이는 소리가 들렸고 심지어는 멀리서 새가 지저귀는 소리까지 들리는 듯했다. 에그시는 그 정겹고 조화로운 음악을 들으면서, 틈틈이 햇빛이 들어오는 그늘 아래에 선 자신이 나뭇가지에 앉아 있는 작은 새에게 팔을 뻗는 상상을 했다. 기분이 무척 좋아진 에그시가 다리로 물장구를 쳤다.


  에그시는 정말로 아쉽다는 듯이 느릿하게 눈을 떴다. 그는 한 그루의 나무를 발견했다. 에그시가 물속으로 푹 가라앉았다.


  검은색 나무는 하얀 나뭇잎을 들고 바람과 풀을 꺾어버리는 잔인함을 과시했다. 에그시는 전과는 다르게 느리게 헤엄쳤다. 아마 그러한 에그시의 모습은 검은 나무의 시선에도 들어올 것이었다. 다 수영장의 물이 맑은 탓이었다. 


  에그시는 숨이 너무 막혀서 저도 모르게 입을 벌리다 물을 마실 때까지 숨을 참았다. 그는 바깥으로 얼굴을 빼는 횟수를 최대한 줄여가면서 수영했다. 검은색 나무는 나무였다. 그것은 움직이지 않았다. 그리고 수영장도 결국은 에그시를 가둬두는 틀과도 같아 에그시는 최후의 테두리와 직면하게 되었다. 에그시가 철제 손잡이를 붙잡았다.


  “시간이 다 됐다.”


  나무 같은 인간이 말했다. 


  “…그 옷은 뭔데요.”  

  “수영장에서 나와서 네가 입을 옷이 없으니 가져온 거다.”

  “난 그런 드레스 셔츠는 잘 입지 않아요.”


  나무의 나뭇잎은 거대했다. 그것은 순식간에 에그시의 눈동자를 반이나 덮었다. 에그시는 억지로 계단 하나를 올라갔다.


  “어서 올라와.”

  “조금 더 수영하고 있으면 안 돼요?”

  “그게 허락되는 날은 아직 오지 않았다는 걸 알잖아.”


  에그시는 할 말이 없었다. 에그시는 꼭 누군가를 밀쳐내듯이 물을 확 밑으로 쳐내버리고 올라왔다. 그가 근처에 내려놓았던 수건을 홱 소리가 나게 폈다. 수건에 묻어 있던 아주 작은 나무껍질들과 누렇게 마른 풀의 끄트머리 일부가 거칠게 휘날렸다. 에그시가 수건으로 몸을 닦았다. 


  나무가 자신의 양 가지를 크게 벌려서 에그시에게 하얀색 옷을 입혀주었다. 에그시는 눈까지 질끈 감아가면서 입술을 깨물었다. 


  “단추를 잠가주길 바라나?”

  “…그건 아니에요.”


  에그시는 자신이 뒤를 돌아봐야만 하는 순간을 미루고 또 미뤘다. 에그시가 단추를 거의 다 채워가는데도 그의 나무 같은 인간은 가만히 서 있기만 했다. 에그시가 살짝 고개를 돌렸다.


  “바지는 안 가져왔어요?”

  “그렇게 됐다.”

  “빌어먹을.”

  “오늘 저녁은 송어 요리야.”


  에그시가 그 남자, 갤러해드를 나무 같은 인간이라고 표현하는 데에는 다 그럴 만한 이유가 있었다. 그는 오로지 그 자신밖에 모르는 족속이었다. 매번 단 1초의 오차도 없이 에그시를 수영장에서 거둬가면서, 수영을 할 때만큼은 옷가지와 최대한 멀어지고 싶다는 에그시의 심리를 알고 에그시가 가장 불편해하는 종류의 옷을 골라와 그에게 입힌다. 그런 식으로 에그시의 입맛을 뺏으면서 오늘은 자신의 뛰어난 요리 실력으로 어떤 식재료를 다룰 것인지 이야기한다. 열 손가락이 적어도 서른 번은 부족할 정도로 많이 겪어온 일이었지만 에그시는 그 때마다 좌절했다. 


  갤러해드가 곁눈질로 에그시를 슥 훑더니 천연덕스러운 어투로 말했다.


  “바지는 네가 원하는 종류로 입도록 해.”


  에그시는 순간 그를 죽이고 싶었다.


  피부가 반투명하게 비치는 하얀색 드레스 셔츠를 입고서 하반신은 수건으로 간신히 가린 에그시의 얼굴은 분노로 타오르고 있었다. 갤러해드는 대상이 모르게 훔쳐보기를 아주 잘 하는 사람이었으므로, 분명히 한 번 이상은 그러한 에그시의 표정을 확인했을 것이었다. 그런데도 그는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대신 현관문의 고리를 잡고 우아하게 비켜났다. 에그시가 먼저 들어가라는 신호였다.


  에그시가 꾸물꾸물 안으로 들어갔다. 끔찍하게도 완벽하게 모든 것이 갖춰진 집이었다. 유리창은 깨지지 않고, 날카로운 쇠붙이가 들어있는 서랍장 같은 건 에그시가 절대로 열 수 없으며 최고급 소파와 탁자, 침대에 언제나 윤이 나는 욕실을 갖춘 빈틈없는 주택이었다. 에그시는 벌써부터 수영을 하지 못해 발생하는 금단 현상에 시달렸다.


  에그시는 슬프고 또 화가 난 표정으로 방으로 들어가서 바지를 입었다. 칼날이 도마를 두드리는 소음이 났다. 에그시가 거실로 나왔다. 마법을 닮은 향기가 났다.


  “편하게 앉아 있거라.”


  갤러해드는 늘 그래왔듯이 에그시가 식사 준비를 돕지 못하게 했다. 에그시는 관절이 약간 닳은 인형처럼 앉아 있었다. 생선은 신기하게도 비린내도 풍기지 않으며 맛있게 구워져갔다.


  “오늘 요리를 위해서 근사한 백포도주도 한 병 사놨어. 배부르게 먹을 수 있을 거야.”


  에그시는 입을 다물고 있었다.


  갤러해드는 손이 빨랐다. 순식간에 완성된 요리가 올라간 접시 두 개가 생겨났다. 그는 우아하게 그것들을 식탁에 내려놓고 즐겁게 크리스털 잔 두 개와 곡선이 아름다운 와인병을 꺼냈다. 갤러해드는 차례차례 포크와 나이프를 에그시 앞에 놓아준 다음 먼저 그의 잔을 채웠다. 갤러해드가 와인을 따르면서 에그시를 내려다보았다.


  “이번에도 네가 맛있게 먹어줬으면 좋겠어, 에그시.”


  에그시는 입 안을 세게 깨물었다. 에그시는 언제나 갤러해드의 요리가 훌륭하다는 것을 알았다. 아무리 그가 집 밖에서 자신의 비위를 뒤트는 언행을 남발해도, 자신은 이 접시를 다 비우게 되리라는 것도 알았다. 


  갤러해드는 맨 처음 은빛 칼날로 에그시의 다리를 관통한 다음 이러한 방식으로 그의 내면을 폭력적으로 꿰뚫었다. 가장 우수한 쾌락이 그러하듯이, 에그시가 느끼는 일말의 기쁨 속에는 갤러해드의 잔인함이 잠입한다. 에그시가 잡은 나이프가 송어의 배를 갈랐다. 갤러해드가 에그시를 향해 희미하게 웃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