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ngsman/해리에그시] Selfish, All Too Selfish
- Kingsman: The Secret Service, Harry Hart/Eggsy
- 구조 및 시점을 공유하고 있는 짝꿍 'Human, All Too Human'을 읽고 오시길.
- Adult Contents Alert
- Written by. Jade
Selfish, All Too Selfish
낯설어하는 행동조차 신사적인 존재가 있다. 그는 이런 일이 처음일까? 나의 현실은 그다지 만족스럽지 않았으므로 때때로 나는 내가 찾아갈 수 있는 많은 세계들에 머물다 오곤 했었다. 그러나 그는 나의 상상력으로도 뒷받침할 수 없는 아주 복잡하면서도 일관적이며, 심지어는 순수하기까지 한 세상에 살았었던 것 같다. 그의 눈동자에는 분명히 새롭고 놀라운 가치를 깨달을 때 나타나는 빛이 어려 있었다. 나는 그것에 꽤나 익숙한 편이라 잘 알아볼 수가 있다. 한동안 내 두 눈에서 떠날 줄 모르던 빛무리가, 지금 불이 꺼진 방 안에서 유일하게 반짝거리면서 보듬어주고 싶은 아름다움을 뿜어내고 있었다. 그의 눈을 내 손에 끌어다 놓을 수는 없었으니 나는 대신 그의 손을 잡았다. 그러고서는 그가 나의 가슴팍이라든가 배를 만질 수 있게 해주었다. 남는 팔로는 느릿한 몸짓을 자아내면서 그에게 닿고 싶은 나의 충동을 표현했다. 아래서 올려다보는 그의 상체는 꽤나 거대해보였다. 나는 일부러 팔을 살짝 불안정하게 떨었다. 그는 아마 방 안이 어두워서 내가 나의 손을 내려놓을 곳을 제대로 찾지 못하고 있다 생각할 것이었다. 그렇지만 그의 곡선은 너무도 선명하게 보였다. 그가 이태까지 내게 보여준 모든 것들이 그러했듯이 나는 그의 선도 본받으며 따라가고 싶었다. 그래서 나는 손가락으로 그의 어깨를 그렸다. 해리. 그의 이름은 특별하다. 그래서 나는 그의 이름을 부르는 게 좋았다. 내가 그를 끌어당기고 있었고, 그는 나에게 끌리고 있었기에 우리는 가까워질 수밖에 없었다. 나는 내가 잡고 있는 그의 손과 함께 가장 솔직한 자세를 취하면서 그에게 인사를 건네고 싶어 하는 나의 당돌한 분신과 교류했다. 그의 표정은 반쯤 불안했다. 그런데 나는 그것마저 좋았다. 괜찮아요, 해리.나는 최선을 다해 그를 인도했다. 그가 나의 잠재력을 외면하지 못했고 간접적으로 혹은 일방적으로 맺어져 있던 관계를 저버리지 못했듯이, 그는 더 이상 나를 진실하게 아끼고 싶은 욕심을 거부하지 못할 것이었다. 이제 그는 모든 것을 혼자만 지니고 있지 않다. 간접적인 것은 직접적인 것으로 변했고 무한히 쓸쓸한 직선으로 나아갈 것만 같았던 선에는 마침표가 찍혔다. 문고리와 열쇠가 한 쌍이듯이 우리는 그렇게 열렸다. 그는 나와 그 자신을 동시에 탐험하기 시작했다. 나는 그가 수없이 지도를 뒤집어 보고, 여러 사람들의 조언을 들으면서 방황하는 동안에 한 가지 묘책을 발명해 냈다. 그가 입성하는 길은 오랫동안 쓰이지 않던 터널이랑 비슷했다. 벽에는 전등이 달려 있지 않은데 그는 그 안으로 빛을 들고 갈 수가 없었으며, 나는 세상에서 가장 황홀한 수동성을 고수하면서 자리에 멈춰 있어야 했다. 이 길쭉하고 깊은 공간을 밝힐 수 있는 건 오직 나의 목소리와 그와 내가 공유하고 있는 촉감이었다. 나는 음성으로써 그 길에 빛을 가져다주었다. 해리, 해리. 이곳은 더 이상 당신에게 낯설지 않은 아늑한 보금자리가 된다. 내가 알기로 그는 아주 똑똑하고 경험도 많다. 그렇기에 그가 만약에 뒷걸음질을 친다면, 두려움이 아닌 다른 데에서 연유한 무엇이 제일로 깨끗한 상태를 앞둔 그를 붙잡고 있는 상황이라는 걸 알 수가 있었다. 나는 그가 그 누구보다도 인간적이기를 바랐다. 십 년을 넘게 지속해온 이타성에 대하여 소름이 돋도록 치밀하다는 감상을 들을지언정, 본질과 어긋난다는 소리는 들을 수 없는 순수하고도 원초적인 이기심이 그의 가슴 속에도 똬리를 틀기를 바랐다. 그리고 그것은 아마 그가 나에게 배워갈 수 있는 단 하나의 면모가 될 것이었다. 나는 그를 향하여 손짓했고, 때로는 날갯짓을 흉내 내기도 했으며 내가 다른 사람이 아닌 해리 하트를 인식하고 있다는 걸 끊임없이 알렸다. 그는 점차 어두운 곳을 달렸다. 기대했던 것처럼 빨랐다. 나는 기대감에 부풀어서 앓았고 그는 또 다른 형태의 뜀박질을 하면서 거칠어진 숨을 쉬고 있었다. 나는 그 즈음에서 의지가 있는 한 사람의 인간이 되기로 했다. 나는 그에게 키스했다. 어두운 방 가운데서 나와 딱 달라붙은 그의 몸은 흔들리고 있었기 때문에 나는 정확히 내가 어디에 입을 맞추고 있는지 몰랐다. 그렇지만 내 입술은 그의 살에 안착하고 있었다. 만일 그가 내 입장에 있었다면 그는 성화에 나타나 있는 각종 사물들이 뜻하는 바가 무엇인지를 짚어주듯이, 명확한 지점에다 서로 다른 살갗이 만났을 때 발생할 수 있는 의미를 상기해가며 신중하게 입을 맞추었을 터다. 그것은 한편으로는 그의 이기적인 습성이다. 그는 그렇게 모든 부분에서 빈틈이 없어야만 어떠한 행위를 한 자기 자신에게 만족한다. 반면에 나의 만족감은 무척 단순한 방식으로도 창출될 수 있다. 나는 내가 몸으로 훑어 내리고 있는 피부의 주인이 해리 하트이기만 하면 되었다. 그리고 그가 터널 끄트머리에 서 있는 나를 낚아채서 하얀색 환희의 불씨를 터뜨리기만 하면 충분했다. 잠시 뒤 나는 두 갈래의 불씨를 보았고 그래서 충만해졌다. 해리가 처음으로 내 이름을 불렀다. 그 보답으로 나는 그에게 그의 이름으로도 압축될 수 없는 사랑을 속삭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