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ngsman/해리에그시] Human, All Too Human
- Kingsman: The Secret Service, Harry Hart/Eggsy
- Adult Content Alert
- Written by. Jade
Human, All Too Human
이 순간 나는 생이 가치 있음을 깨닫는다. 나는 살아 움직이는 것을 만지고 있다. 실제적인 것은 아니지만 주관적이면서 상상적인 생명을 잉태할 수 있는 배와, 그보다 아래에 드리운 그림자가 하나하나 빠짐없이 나의 손끝에 휘감겼다. 그것들은 모두 가만히 있지 않고 내가 어루만져줄 때마다 반응을 보였다. 모름지기 생명의 자리는 격동적이어야 한다. 나는 손가락으로 단조로운 일직선만 그리지 않고 가끔은 상승하는 곡선을 그리고, 또 어떤 때에는 갈수록 좁아지는 원을 그리다가 그것들을 확 수축시켜 점을 찍기도 했다. 그 감격스러운 변주는 나의 손가락이 아닌 가슴과 발끝과 내 등 뒤에 펼쳐져 있지 않은 그림자에 뜨거움을 불어넣어 주었다. 그 지경에 다다르자 나는 내가 이태까지 차가움 속에서만 살았다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었다. 신기루에 지나지 않는 푸른 불꽃으로 다른 사람들에게 꿈같은 온기를 제공했을 뿐 정작 나는 바스락거리며 식어가고 있었던 게 아닐까. 그러므로 나는 내가 만지고 있는 살아 움직이는 무엇에 더욱 감탄한다. 나는 그것을 계속 ‘무엇’이라고 칭하고 싶다. 만일 그에게 이름을 부여하고 만다면 비로소 현실에 안착한 듯한 이 삶은 생이나 꿈의 영역이 아닌 죽음 속으로 곤두박질을 칠지도 몰랐다. 나는 조금 더 열손가락으로 젊고 진실한 생명만이 가질 수 있는 뜨거움을 음미하다가 나의 그림자를 없앴다. 정말로 나의 그림자는 없어졌다. 대신 나와 그의 그림자가 탄생했다. 아, 나는 ‘무엇’이라고 칭하기로 했던 그 살아 움직이는 것을 나도 모르게 인격체로 인식하기 시작하고 말았다. 사실이 그러해서 나는 더욱 그 강렬한 인식으로부터 벗어날 수가 없었다. 나는 한 사람의 인간, 더 나아가서는 한 명의 남성, 그가 가지고 있는 모든 의미를 풀어놓는다면 내가 나의 인간성을 전부 바치다 못해 정작 나 자신은 인간이기를 포기하게 만드는 그런 이와 함께 있었다. 게다가 나는 그에게 입을 맞춘다. 그는 나를 올려다보면서 끈질기게 나의 이름을 불러주었다. 해리. 마치 내가 다른 형태로 자신에게 메아리를 들려주길 바라는 것처럼. 해리 하트라는 단순한 내 이름이 그의 숨소리와 함께 섞여 발음되면 그것은 세상의 모든 격정을 상징하는 마법 같은 언어가 되었다. 펼쳐진 두 손바닥을 한 번씩 접어도 부족한 시간을 건너 나는 생의 가치를 느낀다. 그것을 경배하고 사랑하면서 나는 나의 모든 것을 그에게 전이시켰다. 소리를 통해 표현된 황홀경이 울려 퍼졌다. 그 추상적인 감정은 섬유가 밀리는 소음이라든가 그의 인간적인 발성을 통해서 표현되기도 하였다. 나는 오직 이 순간을 누리기에 여념이 없었으므로 그런 은밀하고 아름다운 매개체를 만들어낼 여력이 없었다. 나는 거칠게 숨을 쉴 뿐이었다. 그는 또 내 이름을 불렀다. 나는 내 시야를 가득 채운 절경을 빚어낸 화가라 칭할 수 있는 그를 따라서 나의 추악한, 그리고 아마 최후까지 남아 있는 인간성을 모조리 내뿜어버리고 싶었다. 그의 예쁜 이름이 자꾸만 내 혀끝을 맴돌았다. 그는 나의 무게와 증폭된 체온이 낯설 텐데도 곧잘 견뎌내면서 두려울 만치 짜릿하게 그의 소중한 곳을 퍼덕거렸다. 그 날갯짓은 해리, 해리 하고 말하는 그의 음성과 섞여 나를 무서운 기대감으로 부풀게 했다. 그랬다. 나는 누구의 잘못인지 알 수 없지만 모두의 의도가 합쳐진 이 시간을 기쁘게 받아들이고 있으면서도 동시에 무섭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나는 순간 나의 위선을 질책해야 했다. 그 때 그 위선보다 짙은 비인간성으로 물러나려는 나를 그가 살구색 날개를 이용하여 붙잡았다. 나는 이끌렸다. 나는 그의 등을 양 손으로 안아들고 나의 입술을 바쳤다. 그러자 그도 답례하듯이 나의 목덜미를 감싸주었다. 잠시 끊긴 듯했던 공감각적인 황홀함이 이어졌다. 그는 자신의 목적을 잊지 않고 계속해서 나를 부르려 애썼으나, 그의 도움으로 허례허식을 잊어버린 나의 속도가 버거운 모양이었다. 그의 혀는 중간 중간 그 자신의 잇새에 끼어서 단어를 만들어내지 못했다. 그는 앓았다. 나는 숨을 쉬었다. 그러나 우리 모두는 전진하고 있었다. 내가 그를 안고 그가 나를 붙들고 있는 자세는 점차 하나의 인영이 되어갔다. 그러면서 나는 그 어떤 곳보다 뜨거운 그의 살갗과 맞닿고 말았다. 그렇지만 그것은 살갗 이상이다. 이를테면 그것은 시간의 한 뼘 속에서 인간이 가질 수 있는 최고의 사랑이 응집된 가장 인간적인 성물이었다. 나는 성물과 가까워지기 위해 몸을 바짝 붙였다. 그 순간에 그는 두 가지를 허락했다. 내가 그의 소중한 물건을 탐하는 것과, 내가 차갑지 않고 변함없이 뜨거운 공간에서 내가 솔직한 외침을 내지를 수 있는 기회를 말이다. 나는 그와 또 입술을 맞대었다. 우리의 몸 곳곳에서 어떠한 흔적이 피어났다. 평범하고 인간적이나 또한 타락한 애정의 증거는 백색이었다. 그러나 그 백색의 웅덩이는 내가 아무짝에도 쓸모가 없던 가면들을 벗어던졌다는 인간적인 훈장이었다. 나는 끝내 나의 완벽한 죄책감이자 연인이 되어버린 자의 이름을 소리 냈다. 에그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