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Kingsman

[Kingsman/해리에그시] Clarity of Love (Event ver.)

Jade E. Sauniere 2015. 8. 31. 12:35

- Kingsman: The Secret Service, Harry Hart/Eggsy

- Written by. Jade


Clarity of Love

(Event Sample Version)




  비행기가 날아오르는 소리가 났다. 하늘 위에도 길이 존재한다. 계기판과 약간의 장비만 있다면, 인간은 세상에서 가장 형태가 없는 길도 볼 수 있다. 그것이 나의 비극이다.


  부재와 무형은 서로 같지 않다. 존재하지 않음은 형태가 없는 것보다 비참하므로. 나는 하필 그 두 가지에 모두 포함되는 것을 소망한다.


  나의 아이가 그립다.


  어느 나라에도 속하지 않은 듯한 이곳은, 미국이라는 울타리 안에 둘러져 있으나 프랑스어에서 유래한 지명을 가지고 있는 마을이다. 그 서로 다른 것들은 기묘하게 충돌하지 않는다. 나는 그러한 점을 배워야 한다.


  이 격동과 갈등에서 벗어나길 원한다.


  냉전이라는 말은 역사가들이 자신들의 조어력을 자랑하기 위해 만든 단어가 아니다. 그것은 진실로 전쟁이었으며, 유독 고통스러웠던 전쟁이었다. 지지부진함은 어떤 상황에서도 대상의 가장 추악한 면모를 이끌어낼 수 있다. 고인 흐름 속에서는 누구라도 자신들이 품고 있는 현명함을 잃을 수밖에 없다. 자연스럽게 자신의 우수함이 아니라 타인의 흠집을 통하여 이득을 얻으려는 수작들이 생겨나며, 전장에서 익숙하게 풍길 법한 화약 냄새의 자리를 거짓된 언어들이 이어받는다. 지금처럼. 요컨대 냉전은 지독했다. 


  내가 벗어나고 싶은 종류들은 하필이면 위와 같은 측면을 가지고 있다. 냉기가 흐르는 다툼은 겉으로는 평온해서 누군가가 돌봐주거나 끼어들 수 있는 가능성을 차단한다. 피를 흘린다는 것은 물리적으로 고통스럽지만 또한 선명하기도 하다. 약간의 시력만 있어도 다른 사람이 다쳤다는 걸 알 수 있으니까. 내 손은 너무도 건조했다. 피도, 식은땀도 없이.


  에그시.


  공연히 옷에 손을 문질러댔다간 피부가 부스러질 것 같아서 나는 고민을 했다. 무엇이 나에게 물기를 안겨줄 수 있을 것인지. 물은, 아니었다. 차라리 나를 위해 유일하게 울어줄 사람의 뺨을 만지고 감쌀 수 있다면 좋을 것을. 문득 내가 아낌없이 눈물을 흘릴 수 있는 사람과, 나를 위해서 또한 눈물을 흘려줄 수 있는 사람이 같다는 걸 깨달았다.


  다양한 길을 선택하려고 애써도 종착지가 정해져 있다.


  의지 없는 장막 뒤에서 나는 이렇게 말하고 싶었다. 나는 절대로 너를 속이려고 했던 것이 아니다. 나는 나 자신에게도 모든 믿음과 자신감을 잃어버렸었고 네가 충분히 빛을 뿜어내면서 살아가고 있음을 확신했기에, 단지 자신의 욕심을 채우는 것에 지나지 않을 행동을 쉽게 못했다고. 나는 분명히 그렇게 말하는 나의 목소리를 들었다. 그러나 나는 내가 아닌 청자의 눈썹조차도 상상할 수 없었다.


  상상은 무력하다. 진실한 것이 절실했다. 

  꼭 나의 아이와 같은 것이.


  내가 의도하지 않았음에도 모든 게 너와 연결이 되는구나, 에그시.


  눈꺼풀을 내렸다가 올리는 게 아직도 조금 버거웠다. 이것 또한 얄팍하지만 실존하는 느낌이다. 상처가 아직 거추장스러운 상태를 벗어나지 못한 탓이다. 쓰리고, 뜨거우며, 때로는 간지럽기까지 하다. 그 부자연스러움의 핵심에 위치한 눈동자의 색깔은 예전과는 달라졌다. 영영 전처럼 돌아오지 않을 수도 있다. 어떤 것이든 엇나갈 수 있는 가능성에서 자유롭지는 않으므로. 그것이 싫다. 회복되지 않을 동공의 색채도, 정체성이 없는 듯한 이 마을의 특성도, 심지어 이곳과 런던을 가로막고 있는 바다까지. 


  한 순간 모든 것에 화를 내고 말았다. 내 상념들에 지쳐버렸다. 다시.


  사전은 사랑이라는 단어를 참으로 간단히 정의하고 있다. ‘어떤 사람이나 존재를 몹시 아끼고 귀중히 여기는 마음’이라는, 어려운 표현은 하나도 들어 있지 않은 한 줄은 이 시대에 남용되고 있는 해당 단어의 처지만큼이나 얄팍했다. 사랑의 가장 중요한 측면은 그것이 명확할 수 없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나는 에그시를 그리워한다고만 생각한다. 그 아이는 나에게 놀라울 정도로 명확하기에. 이것은 사랑이 아니다.


창문으로 들어온 바람으로부터 나뭇잎 냄새를 맡았다. 누군가 그 향기 나는 이파리가 달린 나무의 이름을 가르쳐주었던 것 같은데.


  단순히 내 혼란함이 빚은 잔영인가. 하긴 내가 만나본 이들 중에 식물에 관심이 있는 사람은 없었다. 샤토 마고에서 나온 와인이라면 기를 쓰고 모아야만 했던 사람이 있었고, 새 디자인의 스와로브스키 크리스탈이 나오면 꼭 구입했던 사람은 있었지. 그리고 나는 대개 그들의 취향을 맞춰주었다. 자신과 관심사를 공유하는 누군가와 대화할 수 있는 기회가 있다면 보통은 그것을 마다하지 않으니까. 그렇게 되면 타깃을 더 쉽게 포섭하거나, 혹은 포획할 수 있다. 나는 많은 경우에는 나를 바꾸는 입장이었다. 에그시, 너를 제외하고는.


  너는 내게 유일하다. 그래서 더욱 원한다. 아무리 생각을 돌리고 먼 곳에 떨어뜨려 놔도 모든 게 너로 회귀한다. 네가 그립다. 하지만 이건 사랑이 아니다. 단지 그리움이다. 그렇지만 그리움도 부재에 의해 고통받는다. 


  [이제 떠나시는 겁니까?]


  정원을 가꾸던 남자가 나를 보자마자 꺼낸 말이었다. 그 말이 무슨 뜻인지 물었더니, 나를 본 순간부터 내가 이곳에 오래 있지는 않을 거란 느낌을 받았다고 했다. 그저 조용히 혼자 있을 시간이 필요한 사람 같았다고 했다. 나는 그의 사과를 받지 않았다.


  이곳에서 오직 의식의 도피를 행하면서 보낸 시간을 헤아리기에 열 손가락은 너무도 부족했다. 달력의 감촉이 꼭 희귀한 동물을 만질 때의 느낌과 비슷했다. 하지만 단 한 가지는 변하지 않고 확실했다. 이 모든 흐름을 정상적으로 이끌어줄 수 있는 단 한 명의 존재.


  바다는 아무런 방해물도 되지 못했다.


 ―똑똑

  "에그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