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Kingsman

[Kingsman/해리에그시] The Architect (for XXO)

Jade E. Sauniere 2015. 8. 31. 12:31

- Kingsman: The Secret Service, Harry Hart/Eggsy

- Based on Minotaur by XXO

- Written by. Jade


The Architect






  이것은 두 사람에게 모두 내려진 형벌이었다. 사지가 자유로우면서도 해리는 그런 생각을 했다. 해리는 에그시를 바라보았다. 겨우 새 살이 차오르고 있는 해리의 상처와는 비교도 되지 않는 무형의 멍과 괴사한 조직들이 에그시의 온몸을 흐르고 있는 듯했다. 


  에그시는 손을 꼼지락대다가 위에서 내려오는 해리의 시선을 느끼고 고개를 들었다. 보이지 않는 것들의 힘이 너무나 강력하다. 해리는 그것을 미국 남부의 작은 교회에서 느낀 바 있었다. 그곳은 처음에는 분명 그럴싸한 성지로 시작했을 것이었다. 교회라는 명칭과 십자가와 성물을 더럽힌 건 인간이다. 해리는 그 역사적인 반복이 자신과 에그시 사이에서도 발생하고 말았다고 생각했다. 해리 하트가 에그시를 타락시켰다.


  해리는 비로소 에그시가 자신을 바라보게 된 순간을 외면했다. 그가 잠시 밖으로 나갔다가, 재킷 주머니에 늘 끼워 놓는 손수건을 적셔서 돌아왔다. 에그시의 눈동자는 동그랬다. 세모꼴로 일그러졌다거나 색깔이 바뀌지도 않았다. 그 태연함이 해리에게 또 죄책감을 덧입혔다. 범죄자의 손에 쥐어지는 십자가도 십자가다. 세상에 은을 부식시킬 수 있는 피부는 존재하지 않는 것이다. 그랬기에 해리는 피가 묻어 있는 에그시의 손을 닦아주었다. 에그시는 의자에 묶여 있는 자신의 자세를 고려해, 먼지 쌓인 바닥에 한쪽 무릎까지 굽히고는 손톱 밑에 굳어 있는 핏자국도 깨끗이 닦아내는 해리의 동작을 뚫어지게 쳐다보았다. 에그시의 눈에 해리는 이전보다 더 완벽해 보였다.


  "힘들지 않아요?"


  에그시가 물었다. 에그시의 음성은 해리의 귓가에 아주 빠르게 다가왔다.


  "...뭐가 말이니."

  "세상에서 가장 어려운 일은 누군가를 구하는 일 같아요."


  해리는 그 말을 일종의 질책으로 받아들였다. 그는 결국 에그시를 구원하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해리는 말없이 에그시의 손만 닦았다. 에그시의 오른손이 깨끗해졌다. 


  "당신에게 해 주고 싶은 이야기가 있어요."

  "아니, 괜찮아."

  "당신이 내게 건넨 실을 비하하지 말아요."


  에그시의 손목을 바꿔 잡으려던 해리가 멈칫했다. 에그시는 잠깐 기대했다. 이윽고 해리가 답했다.


  "...고상한 비유로구나. 어디서 신화를 읽은 적이 있나보지."

  "실 얘기 한 번에 알아들은 거예요? 대박."


  어린아이같은 감탄사가 뒤에 붙었다. 


  "당신은 나에게 준 것이 많아요, 해리."

  "전부 내가 의도한 건 아니었지."

  "우연이 진정한 기적이에요."


  해리가 단호하게 에그시의 다른 쪽 손목을 잡았다. 드레스 셔츠에서 살짝 팔락이는 소리가 난 것과는대조되게 에그시는 해리의 손아귀에서 부드러움을 느꼈다. 그것은 마치 겁에 질려 있던 에그시의 과거를 해리가 잊지 않았다는 증표처럼 다가와서, 에그시는 충동적으로 아직 닦이지 않은 손으로 해리를 붙잡았다. 그 때 에그시는 해리의 눈이 반사적으로 냉철해지는 걸 똑똑히 목격했다. 그 변화는 미국 남부에서의 한 달콤 쌉싸름한 추억이 남긴 흔적이 아니고, 에그시도 이기지 못한 훈련 받은 요원에게 남은 일종의 신경적 작용이었다. 에그시는 그것이 정말 아름답다고 생각했다. 


  "얼굴을 줘 봐요, 해리."


  이 어두운 방에서도 반사광이 존재했다. 낭만적이었다. 차가운 공기와 달빛을 등에 업은 에그시는 몸을 비틀면서 해리에게 가까이 와 줄 것을 청했다. 해리는 한쪽 손을 자연스럽게 재킷 주머니 쪽으로 붙이면서 목을 움직였다. 에그시가 자신의 몸과 꼭 붙어 있는 의자를 통째로 들어가면서까지 해리에게 밀착했다. 에그시의 더러운 손은 해리의 머리칼과 닿았다. 에그시는 엉거주춤하게 해리를 안으면서 입을 열었다.


  "내 미로를 다시 만들래요?"


  손수건의 붉은 색감과, 에그시의 피묻은 손마저 잠식해버린 해리의 진한 머리칼과 그 모든 것으로부터 독립적인 해리의 하얀색 드레스 셔츠는 훌륭한 건설 재료였다. 해리는 그 은유 가득한 말을 이해했다.


  "부식된 돌로 짓는 미로는 아무런 효용성이 없다, 에그시."

  "그래서 공기가 잘 통할 수도 있죠. 시원하고 상쾌해서 오랫동안 거기 머무르고 싶을 수도 있고."

  "네 미로는 영구성이 보장되어야 할 거다."

  "20년만 지나면 건물들을 허는 게 현실이에요."


  에그시는 앉지도 서지도 못한 자세가 불편하지도 않은 모양이었다. 안경에 살짝 눌린 해리의 눈은 더 반짝이는 것 같았다. 에그시는 해리를 보면서 말했다.


  "당신의 설계라면 받아들일 수 있어요."


  에그시가 얼굴을 틀었다. 에그시는 자신의 해방자이자 설계자가 될 수 있는 유일한 인물에게 입을 맞추었다. 해리는 입을 벌리지는 않되 에그시에게 약간의 여유를 허락해주었다. 잠시 후 해리가 에그시를 바르게 앉히고 손수건을 고쳐 쥐었다. 에그시가 감당해야 하는 피가 묻은 해리의 손수건이 바로 실타래였다. 에그시의 양손을 말끔하게 만들고 나서 해리는 일어났다. 에그시는 굳이 그를 붙잡으려 하지 않았다. 에그시는 편안하게 해리가 자신을 위한 공간을 만들어 오길 기대하면서 눈을 감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