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ngsman/해리에그시헨리] Frankenstein 08 (Part 1 Finale)
- Kingsman: The Secret Service, Harry Hart & Eggsy with Henry Hart
- Written by. Jade
프랑켄슈타인Frankenstein
08. 개혁의 서막
(Part 1 Finale)
화염에 잿더미가 된 웨스트민스터 궁전을 복원하기 위한 예산안이 통과되었다. 의회의 돈으로도 되살릴 수 없는 근위병들과 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왔었던 상원의원들 일부를 추모하는 행사도 열렸다. 알렉산드라 로드에 흘렀던 피는 깨끗이 닦였으며 심지어는 보도블록도 한 차례 교체되었다.
도시는 이전부터 계승되어 왔던 이미지와 안정감을 찾아가고 있었다. 그리고 해리 하트는 그것의 마무리를 책임지듯 닫힌 문을 열었다. 평화로운 그의 반절이 햇볕을 쬐고 있었다.
“치밀하게 준비해놨더군. 정보부에서도 믿었고, 이걸로 국회의사당 사건은 일단락되었네.”
헨리의 반응은 그다지 극적이지 않았다.
헨리 하트만큼 저돌적이고 정밀하지는 않아도 귀족들에 대해 반감을 가진 이들은 더러 있었다. 그 중에서 옥스퍼드 백작을 상대로 한 기습을 감행했던 범인의 조직이 실제로 영국의 주요 시설들을 노린 폭탄 테러를 계획하고 있었고, 그들은 헨리 대신 영국에서 가장 험악한 장소에 감금되었다. 그리고 이것은 모두 헨리가 국회의사당 사건과 맞물려 구상한 각본이었다.
해리는 자신이 헨리가 작성한 내용을 현실화시킨 것에 불과하다는 걸 알기에 입을 다물었고, 헨리는 자신이 아무런 짜임새 없이 자행한 학살을 덮을 수 없다는 걸 알아서 입을 다물고 있었다.
“집행은 언제지?”
헨리는 뒤통수에 햇빛을 단 채 질문했다. 그는 내일 오찬 일정이 어떻게 되는지 물어보는 느긋한 신사를 닮아 있었다. 해리가 돌아왔으며 자신이 열중했던 프로젝트도 엎어진 헨리의 상태는 정말 평온했고 한가했다. 태어나서 거짓을 고한 바 없는 유사인간은 자신이 한 말을 지키는 데 거리낌이 없었다.
“형벌을 내릴 거 아닌가. 언제라도 상관은 없지만 궁금하긴 해서.”
해리는 움직이지도 않았고 말을 하지도 않았다. 헨리가 한 번 눈을 깜빡였다.
“그 어휘는 자네에게만 적용되는 게 아니야.”
헨리는 어렵지 않게 해리가 뜻하고자 하는 바를 알아차렸다. 헨리는 사우스 글레이드 교회 사건은 해리의 의도가 전혀 함유되어 있지 않았다는 얘기를 꺼내려다가 단념했다. 쓸모없는 군말이었다.
문가 근처에서 떠나지 않고 있는 해리가 새로운 이야기를 꺼냈다.
“내가 자네와 연결되어 있다는 근거는 자네 몸속에 있다는 그 뇌파 감지 장치보다 확실하지는 않네. 그렇다고 해서 내가 자네를 볼 때 내 무의식이 구체화되었다는 느낌을 아예 받지 못하는 건 아닐세. 이제는 자네의 심리까지 조금씩 읽을 수 있는 단계에 접어들고 있고. 좀 더 현실적으로 접근해보자면, 자네를 사법 기관에 넘기는 게 더 큰 문제를 야기할 수도 있어. 자네는 최초의 복제인간 아닌가. 자네를 가지고 당국이 무슨 짓을 할지는 뻔하지.”
자신이 고분고분하게 있어야 할 때를 아는 똑똑한 청자의 탈을 쓰고 있던 헨리가 적당한 시점에 한 마디를 던졌다.
“그렇지만 당신이 실험을 당하진 않을 텐데.”
“젠장, 헨리.”
지식적으로만 알고 있던 해리의 말버릇이 현실로 구현되자 헨리는 약간 놀란 기색이었다.
“앞서 내가 한 말을 뭐로 들은 건가? 나라고 해서 자네를 아무렇게나 떼어낼 수 있는 게 아니야. 또 다른 내가 생체 실험의 대상이 되는 꼴을 방관한다는 것도 논리에 안 맞아.”
멋대로 자신으로부터 도망치더니, 자진해서 총을 맞은 일은 뭐냐면서 따져야 한다는 반항심이 피어오르지 않았다. 헨리는 자신을 쉽사리 처분하는 게 불가능하다 말하는 자신의 중심이 보여주고 있는 모든 미동을 흡수해야 했다.
“자네는 당분간 킹스맨의 소관이네. 그리고 자네의 담당자는 나지.”
희열과 환희는 인간에 대한 자조와 냉소 속에서 탄생한 헨리 하트에게는 너무도 낯선 것들이었다. 헨리는 겉으로 보기엔 무표정했다. 한 번도 피구원자가 되어 본 적 없던 그는 해리가 문을 홱 여는데도 가만히 앉아있었다.
그래서 해리가 직접 말했다.
“난 나가봐야 할 일이 있는데, 같이 가겠나?”
⁂
헨리는 자신의 참된 보호자와 처음으로 나들이를 가는 아이처럼 해리가 앞장서 트고 있는 길을 따라갔다. 헨리는 멀찍이서 양복을 갖춰 입고 해리를 기다리고 있는 에그시를 보았다.
일부러 어깨에 힘을 준 에그시의 얼굴은 해리가 나타나면서 사르르 풀어졌다. 에그시는 웃고 있었고 추측컨대 해리도 희미한 미소쯤은 짓고 있을 것이었다.
해리가 에그시에게 손을 내밀었다.
“킹스맨이 된 걸 환영하네, 갤러해드.”
온갖 품위를 끌어온 에그시는 악수를 하다 말고 해리를 끌어안았다. 성배가 선택한 기사의 이름을 정식으로 하사받는 절차가 순식간에 두 남자의 감격스러운 재회 시간으로 변모해버렸다. 해리가 에그시를 밀어내고 있지 않아서 그 시간은 한동안 지속되었다.
헨리의 두뇌는 무언가를 배우고 있었다.
⁂
때때로 속죄는 독립적이지 않다.
해리에게 있어 사우스 글레이드 교회에서 벌어졌던 사건과 헨리 하트는 닮았다. 두 가지는 해리로 하여금 자신의 경솔함과 미성숙함을 반성하게 만든다. 여기서 헨리가 완전히 파멸하지 않아 해리가 그에 대한 실제적인 책임감을 쏟을 수 있으며, 돌이키지는 못해도 수정은 가능할 거라는 죄의식 어린 전망은 해리가 자신의 복제를 거두겠다는 결심을 뒷받침한 상이점이었다.
자신이 절대로 그릇되게 해석해서는 안 되었던 대상을 잘못 읽은 헨리가 노선을 선회한 까닭도 그랬다. 자신이 해리를 죽이지 않았음이 확정되었으니 헨리는 자신이 어떤 취급을 받아도 괘념치 않으리라 자부했다. 헌데 타인의 역겨운 욕망을 채워줄 바에야 진짜로 해리가 원하는 일을 돕는 게 건설적이라는 생각이 들자, 헨리는 해리의 손을 잡을 수 있었다.
해리와 헨리가 자신들에게 스스로 명령한 속죄는 서로의 존재에 기초를 두고 있었다.
런던의 대기가 또 비에 씻기고 있었다.
체격 좋은 남성 둘이 우산을 펴고 있어 손을 밖으로 뺄 필요가 없어진 에그시는 따뜻하게 양손을 주머니에 꽂고 걸었다. 해리와 헨리의 걸음걸이는 감탄사가 나올 정도로 일치했다.
해리에게 약간 치우쳐진 채 걷고 있는 에그시는 헨리의 낯빛을 망보듯이 그를 곁눈질했다. 헨리는 에그시를 모른 척 해도 된다는 판정을 내린 모양이었다. 운 좋게도 두 사람 옆에는 그들의 속내를 모두 꿰뚫을 수 있는 해리 하트가 있었다.
“다들 알아둬야 할 게 있는데, 그 때 난 죽으려고 하지 않았어.”
놀란 에그시가 헛걸음질을 했다. 빗방울 하나가 그의 등에 자국을 남겼다.
“헨리 자네가 에그시를 쏠 것 같더군. 에그시가 입고 있었던 게 방탄 슈트라는 건 알았을 테니 사격할 지점은 머리가 되겠고. 그런데 내가 에그시를 밀쳐서 그 위치를 대신 가져가버린다면 신장 차이 때문에 나는 치명상을 입지 않으면서도 에그시를 구하고, 자네에게는 일종의 충격 요법을 줄 수 있겠다는 계산이 들었네. 극단만이 자네를 자극할 수 있었으니까.”
에그시의 턱이 쩍 하고 밑으로 떨어졌다.
“와, 해리 대박. 그 순간에 그런 머리가 돌아가요?”
“킹스맨이라면 압박적인 상황에서도 문제의 해결 방안을 찾아야 하니까.”
에그시가 딱딱 끊어지는 박수를 쳤다. 의외로 에그시보다 더 열렬하게 날뛸 것 같던 헨리가 잠잠했다. 평행선을 이루고 있던 두 우산 중에서 해리의 까만 우산이 앞으로 기울었다. 비 냄새가 나는 공기와는 구별되는 온도를 가진 해리의 눈동자가 천천히 헨리의 관심을 끌어당겼다.
쭉 뻗어있던 길이 굽어지는 포인트가 등장했다. 세 사람이 다함께 걸을 길도 얼마 남지 않았다.
헨리의 침묵이 길어지자 에그시가 실수한 거 아니냐며 해리에게 눈빛을 통해 대화를 걸었다. 한 번씩 미쳐 날뛰었던 전적이 있는 정예 요원들 사이에 낀 신참은 부지런히 눈동자를 돌려댔다.
마침내 헨리가 입을 열었다.
“…개혁의 신호탄이로군.”
해리는 부드럽게 그 한 마디를 받았다.
“나라고 언제까지 자네에게 진실함을 빚질 마음은 없네.”
세 사람은 해리의 집에 다다랐다. 에그시가 둘이 우산을 접어 물기를 털어내는 동안 문고리에 열쇠를 넣고 돌렸다.
그곳은 해리 하트를 거쳐 간 후보생이라고 해서 다 발을 들일 수 있는 곳도 아니었고, 최초의 유사인간이라는 과학적 의의가 효력을 낼 거라 보장할 수 있는 곳도 아니었다. 그곳은 오롯이 해리 하트가 관리하며 그가 택한 손님들이 머물 수 있는 보금자리였다. 헨리는 접은 우산을 우산꽂이에 넣었고 에그시는 열쇠를 바구니 안으로 던졌다. 해리가 두 사람을 위하여 불을 켰다.
and To be continued..
* 나머지 분량은 회지에서 열람 가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