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herlock/셜록존] The Doctor's Correction (for Cordial)
- BBC Sherlock, Sherlock Holmes/John Watson
- Written by. Jade
The Doctor's Correction
존 왓슨이 경제적 사정으로 인하여 플랫메이트를 맞아들인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무렵이었다.
“이런 세상에.”
존은 일어나자마자 무척이나 선정적인 모습으로 누워 있는 셜록을 보고 발길을 멈췄다. 아침부터 기대하지도 않은 남자의 맨살을 본 그는 표정을 찡그리면서 대부분이 바닥으로 내려와 있는 담요를 던지듯 끌어올렸다.
“아니야, 존.”
그러자 잠꼬대와 의식적인 중얼거림 어딘가에 위치한 듯한 말투로 셜록이 말했다. 존이 엉거주춤한 자세로 멈춰 섰다.
“…응?”
“담요 덮어주지 말라고.”
존이 눈썹을 올렸다. 세상에서 유일하다는 자문 탐정은 그 희귀성에 걸맞은 괴팍한 잠버릇을 가지고 있는 모양이었다. 셜록이 낮잠이 아니라 밤중에 숙면을 취한 걸 본 적이 없던 존은 셜록이 슬그머니 밀어낸 담요를 다시 끌어올렸다.
“옷도 안 입었는데 그러다 감기 걸려.”
존은 최대한 셜록의 하체를 보지 않으려 애쓰면서 이전보다 더 꼼꼼하게 담요를 덮어주었다. 셜록은 몸짓으로 찌푸린 얼굴을 표현하듯이 뒤척였다. 존은 아예 셜록의 등 뒤로 담요 자락을 쑤셔 넣은 다음 주방으로 들어갔다.
잠시 후 찻잔을 들고 나온 존은 또 다시 예상치 못한 셜록의 맨 몸을 보고 잔을 떨어뜨릴 뻔했다.
⁂
존과 셜록에게는 각자의 침실이 있었다. 그래서 존은 대개 셜록의 깜짝 누드를 보고 험한 소리를 내뱉지 않아도 되었지만, 비범한 방식으로 남을 괴롭힐 줄 아는 재주를 가진 이 탐정은 불시에 거실에 누워 잠을 청함으로써 정상적인 미의식을 가진 플랫메이트에게 익숙해질 수 없는 쇼크를 안겨주곤 하는 것이었다.
“젠장!”
“아, 좀!”
“셜록, 제발!”
그 때마다 존은 이마를 짚거나 소리를 지르거나 하는 등등 다양한 방식으로 셜록의 괴상한 버릇에 저항했다. 베개를 던지기도 여러 번이었다. 셜록이 잠들 때까지 기다린 존이 그의 침실 앞을 막아놓은 일도 있었다. 다음 날 존이 깰 때까지 방에서 나가지 못했던 셜록은 그 날 밤, 존의 방문 앞에 잠자리를 펼쳐 놓고 당당히 배를 비롯한 갖은 부위를 내놓은 채 숙면을 취했다. 그리고 화창한 햇빛에 반짝반짝 빛나는 플랫메이트의 전라를 감상한 존의 열정적인 반응은 기어코 아래층의 허드슨 부인을 불러들이기도 했다.
존은 속으로 이를 갈면서 셜록을 힐끗 바라보았다. 그는 미동도 없이 모종의 작업에 몰두하고 있었는데 척 봐도 일찍 끝나지는 않을 듯했다. 존은 차라리 자신이 거실의 소파를 차지해버린다면 어떨 것인지 생각해봤다가 셜록이 소파 바로 밑이나 건너편에 누워 있는 모습을 상상해버렸다. 그리고 존은 다시는 그처럼 근거리에서 자신을 반기는 셜록의 맨몸을 보고 싶지 않았다.
“…셜록.”
셜록은 한 박자 늦게 대답했다.
“왜.”
“오늘은 방에서 잘 거야?”
“들어가기 귀찮으면 안 가.”
존은 지금 당장 일어나 셜록이 앉아 있는 의자를 걷어차 버리라는 악마의 속삭임을 조금씩 귀담아들었다.
“있지, 셜록.”
“뭐.”
“자네가 잠자는 장소까지는 신경 쓰고 싶지 않은데 말이야, 사실 좀 우습기도 하잖아. 그런데 말이야, 음, 굳이 거실에서 잘 거라면 잠옷은 입지 않아도 좋으니까 뭐라도 좀 덮고 잤으면 좋겠어. 자네는 경험해보지 않았으니까 잘 모를 수도 있는데… 일어나자마자 여자도 아니고 남자의 알몸을 본다는 게, 으음, 아주 유쾌하지는 않은 일이거든. 사실 아주 꼴 보기 싫은 광경이지.”
셜록은 반응이 없었다. 존의 귓가에서 서식하는 악마는 이제 돌림노래를 부르면서 셜록 홈즈에게 한 방 먹이라고 종용하고 있었다. 존은 심각하게 자신의 발을 내려다보았다.
조금 후에 존이 말없이 침실로 들어갔다. 그 순간 셜록은 현미경의 배율을 조정하고 있었다. 다음날 거대한 폭풍이라도 불어 닥칠 것처럼 거실은 조용했다.
⁂
과연 플랫을 집어 삼킬 불안정한 공기가 천천히 몸을 일으키며 거실을 호시탐탐 노리고 있었다. 존은 거실을 보기 직전 눈을 감고 하룻밤의 기적이 셜록 홈즈에게 깨달음을 주었기를 진실로 바랐다. 존이 차근차근 눈꺼풀을 들어 올리며 앞으로 걸었다.
살짝 고개를 숙이고 있는 존의 시선에 셜록의 하반신이 담기기 시작했다. 가지런한 발과 꼭 붙인 두 짝의 다리에서는 어떤 섬유의 흔적도 찾아볼 수가 없었다. 존은 그걸 보고도 마치 커튼을 걷으러 가는 사람처럼 평화로운 걸음을 유지했다. 다만 그의 발바닥은 점점 더 세심하게 바닥에 닿았고, 신중하게 전쟁터를 누볐던 군의관의 수법은 잠에 빠진 탐정이 감지할 수 있는 종류가 아니었다. 셜록은 존이 소파에 다다를 때까지 일어나지 않았다.
“셜록.”
셜록은 당연히 눈을 뜨지 않았다.
“네 놈의 망할 아랫도리를 뭉개버리기 전에 옷 입어!!”
몇 달간 마음 놓고 거실을 나와 본 적이 없는 존 왓슨의 발이 힘차게 그 원흉을 응징했다. 존의 발차기는 정확히 셜록의 배에 꽂혔고 셜록은 숨이 막힌 소리를 내면서 소파 밑으로 떨어졌다. 폭풍의 중심에 휘말린 것처럼 셜록이 소파와 탁자 사이의 좁은 공간을 굴렀다.
“컥, 맙소사, 존!”
셜록이 잔뜩 구겨진 자세로 숨을 몰아쉬며 존을 돌아보았다. 반사적으로 셜록은 고통과 짜증에 찌푸린 눈빛을 보낼 수밖에 없었는데, 그것을 압도하는 흉흉한 기운이 느껴지자 갖은 사건으로 단련된 자문 탐정도 움찔했다. 아마 이 시간 영국에서 가장 위험한 남자일지도 모르는 전직 군인이 경고했다.
“다음에도 옷 안 입고 자면 배가 아니라 다른 데를 걷어찰 줄 알아.”
존은 여전히 배를 부여잡고 있는 셜록의 곁을 유유히 떠났다. 주방에서 물 끓는 소리가 났다. 셜록은 조심스럽게 부상에 준하는 충격을 받은 복부를 살폈다.
잔을 들고 거실로 돌아온 존은 오늘따라 아주 달콤한 차를 마시며 하루를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