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terstellar/쿠퍼] Expansion of Humanism
- Interstellar, for Joseph Cooper
- Written by. Jade
Expansion of Humanism
120년 가까운 세월이 흘렀다. 그동안 쿠퍼의 얼굴은 조금 건조해졌을 뿐이었다.
120살을 훌쩍 넘은 쿠퍼의 머리카락에 하얀색 가닥이 없는 것은 그가 어떠한 계시를 받았다거나 축복을 입어서가 아니었다. 인간의 과학이 빚어낸 하나의 예외적인 결과에 지나지 않았다. 그는 자신이 해낸 일과, 그 모든 것에도 불구하고 살아 있음에 자신만만해하지 않았다. 둥글게 기울어진 땅이 경이롭지만 초자연적인 기적은 아닌 것과 같았다.
쿠퍼가 특별히 요구한 것은 아니었지만 그의 옷장에는 새로운 우주복이 걸려 있었다. 검정색이었고 전에 그가 입었던 종류보다는 훨씬 가벼워보였다. 머피의 말을 듣고 집으로 돌아와 그 우주복을 본 순간, 쿠퍼는 모든 게 순행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바깥에서 타스가 움직이면서 삐걱거리는 소리가 났다.
124세의 역사적인 비행사는 그다지 달라진 것도 없이 옷걸이를 들어올렸다. 쿠퍼를 찾는 모양인지 타스가 걸어오는 소리가 커져갔다. 타스가 이 모습을 보면 분명히 질문을 할 거라고 예상하면서도 쿠퍼는 우주복을 놓지 못했다. 그것은 위대한 모험가의 복장처럼 빈틈이 없고 무엇에도 잘 대비할 수 있을 듯한 형태를 갖추었다. 문득 쿠퍼는 모험이라는 단어가 낯설었다.
타스가 방문 앞에서 멈춰 섰다. 타스는 쿠퍼에게 아무 말도 걸지 않았다.
쿠퍼가 오기 전까지 일종의 기념관으로서 존재하고 있던 그의 집에는 몇 대의 영상 장치가 남아 있었다. 차례를 돌고 돌아 머피가 화면에 나왔다. 그녀는 과거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러했듯이 쿠퍼 역시 농부였다고 말하고 있었다. 노동을 하고 그것의 대가로 생계를 꾸리기 위하여 쿠퍼는 농사를 지었었다. 쿠퍼는 잠시 자신의 늙은 딸을 바라보았다.
“웜홀이 언제 다시 열릴지 계산해볼 수 있어?”
—해 볼 수야 있겠죠.
쿠퍼의 뒤를 성실히 따라가고 있던 타스가 반듯하게 섰다.
“대답이 이상한데?”
—한창 프로젝트가 진행 중일 때 박사님들의 의견이 일치했던 부분은 웜홀의 발생 주기가 아니었어요.
“그럼?”
—웜홀은 필요할 때 나타난다는 거죠. 지금 생각해 보면 그럴듯하지 않아요? 쿠퍼가 그랬잖아요. 5차원에 3차원 세계를 만든 이들도 결국은 인간이라면서요. 그리고 인간들은 인간을 돕는 편이죠.
쿠퍼는 타스의 말을 듣고 잠시간 제 자리에 가만히 있었다.
맹렬히 비행하는 인듀어런스 호에서 떨어져 나가기로 결심했던 순간 쿠퍼는 자신이 무슨 생각을 했었는지 제대로 기억하지 못했다. 논리적으로 추론해본다면 인듀어런스 호의 최종 목적지는 에드먼즈 행성이었고, 자신보다는 브랜드 박사가 에드먼즈와 더 관련이 깊었으므로 어쩌면 에드먼즈가 살아 있을 지도 모르는 땅에 브랜드를 보내고 싶어 했을 수도 있다. 아니면 맨 처음 지구를 떠나기로 했을 때처럼 누군가를 살려야한다는 생각을 했는지도 몰랐다. 어둠의 중심 속으로 추락하던 그 때에 블랙홀은 죽음보다도 더 신비로운 절대적 미지(未知)였다.
쿠퍼는 자신이 후자와 비슷한 생각을 했었을 거라고 판단했다. 엘리베이터의 하강도 일종의 추락이다. 그리고 지금 그의 가치는 인듀어런스 호에 아슬아슬하게 매달린 우주선을 추억하는 것처럼 비슷한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머피는 자신의 아버지가 농사일을 좋아한다고 공공연히 말하고 다녔다. 쿠퍼는 그것을 굳이 정정하지 않기로 했다. 부모는 자신의 노력이 얻어낸 대가로 자녀를 안전하게 만들어줄 수 있다면, 그 노력이 어느 방향을 향하든지 자신의 기호를 부차적인 수준으로 만들어버릴 수 있었다. 그리고 그러한 전환을 만들어낼 수 있는 위치에 이미 올라 선 인간이라면 비단 자녀를 향하지 않더라도 필요한 때에 자신의 목적을 최고로 격상시킬 수 있을 것이었다.
쿠퍼는 그러한 확신으로 엘리베이터에서 내렸다. 그가 굳이 요청하지 않았어도 옷장에 걸려 있던 우주복과 같이 레인저 호가 쿠퍼를 기다리고 있었다.
쿠퍼는 비행했다. 서로를 조심스럽게 껴안고 있거나, 잠들어 있는 소중한 이의 얼굴을 확인하는 이들은 하늘을 바라볼 수 없었다. 그가 다시금 한 사람을 위해 굽은 땅바닥을 떠나고 있음을 아무도 알지 못했다.
영원히 진화하지 않는 우주의 빛은 다른 의미로 아름다웠다. 타스가 이전에 웜홀이 관측되었던 지점을 알려주었다. —아무 것도 안 보이는데요. 쿠퍼는 타스의 말에 주춤하지 않았다. 그는 타스가 했던 다른 말을 듣고 있었다.
쿠퍼의 눈앞에서 마치 하나의 인간성이 팽창하듯 웜홀이 열렸다.
Interstellar Main Theme
Originally scored by Hans Zimmer
Cello Cover by Nicholas Yee
Dedicated to the Great Director of Our Generation, Christopher Nola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