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herlock/셜록존] What's Next?
- BBC Sherlock, Sherlock Holmes/John Watson
- 2014/2/17
- Written by. Jade
What's Next?
마이크로프트는 문을 두드리지 않고 베이커 가 221B번지에 발을 내밀었다. 그를 불렀던 셜록 홈즈가 조용히 소파에 앉아 있었다. 마이크로프트가 언젠가 조사한 바에 의하면, 이 시간은 체중 관리를 해야겠다는 존의 의견을 반영해 왓슨 부부가 운동을 하는 무렵이었다. 이태까지 그것은 꽤 철저히 지켜져 왔다. 곧 존이나 메리가 기습적으로 베이커 가에 모습을 드러낼 확률이 없는 시간이라는 것이었다.
마이크로프트는 중대한 사안을 들고 셜록을 찾아가는 반면, 셜록은 어처구니없는 이유로 자신의 형을 불러낼 때가 많았다. 마이크로프트는 하던 대로 시선을 엉뚱한 곳에 두고 있는 셜록을 바라보았다. 그를 우습게 보는 유서 깊은 셜록 홈즈의 태도만큼이나 노련한 마이크로프트는 군더더기 없는 움직임으로 맞은편에 앉았다. 존 왓슨이 나타날 리가 없는 시간적 배경 자체만으로도 주제를 파악할 수 있는데 셜록은 전혀 다른 얘기를 꺼냈다.
“누군가에 대해 자신이 가진 감정을 확인할 수 있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강도 높은 육체적 접촉일 수 있어.”
셜록의 눈동자가 살짝 돌아갔다. 바이올린은 하필 벽에 딱 달라붙어 있는 소파 위에 올려져 있었다. 셜록은 속으로 짜증을 부렸다. 한편 마이크로프트는 아직 끼어들 생각이 없어 보였다.
“그 정도의 직접적인 행위를 겪어본 뒤, 내가 문제시되는 타인에 대해서 어떠한 느낌이 드는지 판단해 보는 거지. 경우는 두 가지야. 그토록 강렬한 사건 이후 예상치 못하게 공허함이 찾아온다면? 한 마디로 말해 그 타인과 어떠한 일을 해야 하는지 감이 잡히지 않는 거야.”
셜록은 갑자기 팔을 쭉 내뻗었다.
“더군다나 절차상 겪었던 그 행위가 다분히 성적이었다면 공허함은 더 커질 수 있어. 냉정하게 두 사람 사이에 일어날 수 있는 가장 노골적이고도 원초적인 일이잖아? 그 이상 할 수 있는 게 없다는 소리야. 서로를 위해서 죽어줄 것도 아닐뿐더러 그런 상황을 만난다는 것도 쉽지가 않지. 강렬한 자극 이후의 허탈함과 무기력함, 그건 당사자가 문제의 타인과 당장 헤어져야 한다는 하나의 신호인 셈이지. 다른 한 가지는 이것보다는 긍정적이야.”
셜록이 대뜸 입을 다물었다. 그가 날카롭게 마이크로프트를 살폈다. 딴청을 피우고 있지도 않았고, 놀랍게도 스마트폰까지 무릎 위로 뒤집어 놓고 있었음에도 마이크로프트가 아무런 의견을 제시하지 않은 탓이었다. 마이크로프트는 콧잔등을 조금 찡그리며 입술을 올렸다.
“듣고 있다.”
셜록은 마이크로프트를 한 번 흘긴 뒤 말을 이었다.
“자극 뒤 찾아오는 감정의 종류가 달라지지. 흔히 하는 말로 설렘이라든가 충만함, 혹은 또 다른 소망과 욕구가 샘솟을 수 있어. 이런 경우는 개인의 감정적 안정을 위해 그 타인을 옆에 두는 게 좋아. 한편으로는 그와 함께 다니고 붙어 있었던 이유가 일정 수준의 행위가 아니라는 뜻도 되는 만큼 둘의 관계는 더 건강해질 수도 있고. 괜찮은 이론이야. 겉으로 보면 꼭 충격 요법이 떠오를 것 같군.”
“그래, 나름대로 논리가 있는 말이구나.”
마이크로프트는 건조하게 대꾸한 후 고개를 약간 옆으로 꺾었다. 그의 사무실 책상이 앞에 있다면 안성맞춤일 자세였다.
“하지만 그런 얘기를 하고 싶으면 출판사 직원을 불러야지, 굳이 내가 와야 할 이유는 없을 텐데.”
셜록이 그제야 마이크로프트를 제대로 보았다.
“그 개인이라는 글자가 사실 너를 지칭하는 게 아니라면 말이다.”
그 말을 듣고도 셜록의 눈썹과 동공은 움직이지 않았다. 처음부터 일반적인 단어들의 뒤편을 알고 있었던 영특한 형제들에게 놀라울 건 아무 것도 없었다. 셜록은 마이크로프트를 불러내기 훨씬 이전부터 놀람을 거듭했을 것이고, 마이크로프트에겐 단지 몇 마디의 대사를 준비하면 그만인 정도의 자리였다.
바이올린을 들고 싶어 했던 셜록의 손은 빈 상태로 가라앉았다. 결혼 이전에 보유하고 있던 몸무게 기록을 되찾겠다는 존의 열의는 대단해 그의 뜀박질이 끝나려면 많은 시간이 남아 있었다. 홈즈 형제의 답안은 그 안에 나올 것이다.
* * *
마이크로프트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앉아서 시계를 보고 있었다. 그는 차량이 오는 걸 기다리고 있는 것이었다. 예상보다 길어지기는 했지만 둘은 제 시간에 이야기를 마쳤다.
셜록의 눈동자가 어디를 보고 있는 것인지 애매했다. 마이크로프트는 조심스럽게 의자에서 일어났다. 귓바퀴에 대고 트럼펫을 불지 않는 이상 셜록은 어떤 소리도 듣지 못하고 기척도 느끼지 못할 텐데도, 마이크로프트는 느리게 엉덩이를 뗐다. 셜록은 반응하지 않았고 배웅을 해 주지도 않았다. 물론 마이크로프트는 그를 이해했다.
셜록은 자신이 혼자라는 걸 의식하지 못했다.
* * *
“그래, 아끼는 내 동생아. 이런 쪽에 있어서는 내가 너보다 더 어른스럽다는 걸 너도 이제 인정을 한 모양이구나.”
“존재했던 경험까지 부정하지는 않아. 그리고 언제부터 형이 내 앞에 그런 수식어를 붙였다고.”
“너만 네 위치를 모르는구나. 네가 아무리 내 동생이라지만 내가 누군가의 아둔함까지 감싸주는 성격은 아닌데 말이다.”
셜록의 표정이 눈에 띄게 구겨졌다. 그러나 마이크로프트는 셜록의 안색을 악화시킬 여유가 없었다. 그는 잠깐 안타까워했다가, 빠르게 진지해졌다.
“일단 네가 그러한 이론을 펼치게 된 배경부터 살펴봐야겠다. 그런 방법을 동원하면서까지 확인하고 싶은 게 있기 때문일 거야. 방법론을 펴는 건 너에겐 익숙한 일이다. 이번에는 그게 누군가의 알리바이나, 알 수 없는 곳에서 묻어온 흙의 정체가 아닐 뿐이지.”
셜록은 침묵했다. 마이크로프트는 그것을 긍정적인 답변으로 알아들었다.
“네가 앞에서 제시한 방법을 적용하게 될 대상을 분석하기에 앞서, 일단 네 상태를 좀 볼 필요가 있겠다. 사실 네가 걱정하는 건 네 자신이 아닐 가능성이 높아.”
“그래?”
“너의 마지막 목적지가 성적인 의미가 담긴 행위일 리가 없잖니.”
셜록은 마치 자신이 업신여기는 무언가를 만난 것처럼 인상을 좁혔다. 그럼에도 한 쪽의 의견을 부정하는 발언은 나오지 않았다. 조음기관을 거치지 않고도 그럭저럭 대화가 가능한 두 사람일지라도 드물게 겪는 경우였다.
셜록은 또 입을 열지 않았고, 마이크로프트는 슬며시 말하는 속도를 줄였다.
“두 사람이 그 방법을 통해서 확인할 수 있는 것 중 하나는 이미 결정이 났다. 너의 욕망이 어디까지 연장될 수 있는 지는 우리 모두가 잘 알고 있다. 그럼 남은 한 쪽이 문제겠구나. 정말로 큰 문제지. 네가 죽어 있던 사이에 존 왓슨은 메리 모스턴의 약혼자가 되어 있었으니 말이다.”
마이크로프트가 자신의 발언권을 끝마쳤다. 그 이후로도 셜록이 목소리를 내지 않아 두 사람은 조용한 거실에 각자 앉아 있었다. 건물 밖으로 차가 도착하고 마이크로프트가 밖으로 나갈 때까지 221B번지는 극도로 고요하기만 했다. 그동안 셜록 홈즈가 고민한 것은 하나였다.
2년이라는 건 누군가에겐 많이 늦은 시간이었던 모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