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mazingSpiderMan/해리피터] Turning Back
- The Amazing Spider-Man 2, Harry Osborn/Peter Park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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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Written by. Jade
Turning Back
등을 보여주지 않기 위한 필사적인 몸짓이 펼쳐졌다.
스파이더맨은 날개가 없이도 능숙하게 허공을 물살처럼 저으며 거미줄을 쏘았다. 거미줄은 맑게 탈색된 하늘의 빛을 어지럽히진 않았다. 다만 그와 대기를 동시에 관통할 것을 노리는 녹색 광선이 있어 스파이더맨은 도움닫기 없이 다시 몸을 틀어야 했다. 그러면서도 그는 최대한 등을 보이지 않으려 애썼다.
스파이더맨의 가면 뒤에는 평범한 청년이 숨어 있다. 스파이더맨이 뉴욕의 높다란 건물을 보도블록마냥 건너고 밟으면서 거미줄을 쏠 각도를 재 주었기 때문에 청년 피터 파커는 잠시나마 옛 생각에 잠길 수 있었다. 하늘과 땅이 초 단위로 뒤집히는 현실적인 시야를 외면하고 피터는 자신의 방문을 열었다. 지도와 신문 기사를 붙였다 떼는 일이 많은 만큼 그조차 변화의 양상을 쉽게 가늠할 수 없는 곳에서 피터는 자신이 제일로 예상하지 못한 광경을 본 적이 있었다. 왼쪽 목덜미에 녹색의 그림자를 붙이고 있는 해리 오스본이 피터를 바라보고 있었다.
어렸을 때부터 영특한 면이 있던 피터의 친구는 그가 스파이더맨을 찍은 사진을 파는 신문사에 전화를 걸었고, 통화에 응한 담당자는 피터가 신문 1면에 넣을 수 있을 정도로 선명한 화질을 낼 수 있는 렌즈를 구입할 수 있는 형편이 아니라는 의문점을 제기했다. 피터의 형편을 알고 있는 해리도 담당자의 가설에 동의했다. 자신이 찾아오게 된 경로를 천천히 소개하는 친구 앞에서 피터는 변명 한 줄기 생각해내지 못했다. 냉정한 손짓으로 옷장 문을 젖히는 친구를 막지 못한 건 당연했다.
꽤 깊은 고민을 했나 보구나, 피터.
…조만간 네 집에 찾아갈 생각이었어.
귓불 옆에 거대한 프로펠러가 붙어있는 듯 공기가 찢어지는 소리가 스파이더맨의 고막을 때렸다. 피터는 그것을 밀어낼 수 있는 몇 가지 소리를 더 생성해냈다.
그래? 그래서 나에게 뭐라고 말해 줄 생각이었지?
해리, 나는 널 절대 버리지 않아.
내 귀에는 내가 원하는 걸 줄 수 없다는 완곡한 거절의 말로 들리는군.
거미 독이 네 병을 치료할 수 있을지, 아니면 더 악화시킬 지는 아무도 모르는 거야. 그리고 난 너를 그렇게 큰 위험 속에 몰아넣을 수 없어!
피터 파커와 스파이더맨은 절대 해리 오스본과 그린 고블린에게 등을 보여주지 않을 것임을 다시금 다짐했다. 두 사람은 자신의 눈이 놓쳐서는 안 되는 대상을 갖고 있었다.
오스코프 사가 왜 이렇게 커졌는지 알아? 어떻게든 유전병을 치료해서 살고 싶었던 아버지의 집착 같은 의지 덕분이지. 그런데 아버지는 오스코프가 보유한 그 많은 장비와 기술, 본인이 가진 시간을 다 쏟아 붓고서도 실패했어.
…해리.
그리고 나에겐 아버지만큼의 시간이 없지.
스파이더맨이 그린 고블린의 발목을 노리고 쏜 거미줄이 날카로운 손톱에 막혀 흩어졌다. 스파이더맨은 두 손을 아래로 내려 건물의 측면을 짚었다. 아무리 두 발에 비행 장비를 장착하고 있다지만 고블린은 까마득한 높이에서 내려올 줄 몰랐다. 그 높이와 강렬한 햇빛이 고블린에게서 순간 녹색을 빼앗았다. 그린 고블린은 반사광을 내뿜는 하나의 칼날이 되었다.
해리, 너 지금 뭐하는 거야! 그만 둬!
명심해, 피터.
과거에 빠져 있던 피터는 뜻하지 않게 고블린의 웃음소리를 들었다.
나는 너를 볼 때마다 내 목에 칼을 들이댈 거야.
자신이 해리의 어깨를 잡아 세우는 시점에서 피터는 스파이더맨의 가면을 단단히 덮어 썼다. 건물을 박찬 스파이더맨이 손목을 내밀면서 거미줄을 발사했다. 그것은 피터 파커의 손이기도 했다. 거미줄은 그린 고블린의 비행 장비에 달라붙었고 스파이더맨은 재빨리 팔을 뒤로 빼 고블린을 가슴팍 쪽으로 끌어당겼다. 스파이더맨은 고블린을 안으면서 양 다리로는 비행 장비를 때렸다. 피터 파커가 해리 오스본이 들고 있던 칼을 단호하게 내려쳤던 동작과 비슷했다.
몸을 비틀던 고블린이 팔을 들어 스파이더맨의 얼굴을 할퀴었다. 동공이 없는 가면이 사선으로 찢겼다. 피터는 그 순간을 기다린 것처럼 가면을 벗고 자신의 눈동자를 고블린에게 고정했다.
엔진 소리가 멎었다. 피터는 더 세게 고블린을 안았다.
추락한 고블린의 장비는 어느 빌딩과 부딪혀 폭발했다. 그것은 그린 고블린과 스파이더맨이 모두 그들을 안전하게 받쳐주고 있던 지지대를 잃어버렸다는 뜻과 같았다. 둘은 서로와 몸을 맞대고 있는 자세로 속절없이 아래로 떨어졌다. 그 와중에도 피터는 아래쪽을 고집하고 있었다.
“나를 살리기 싫으니 이런 식으로 나에게 죽음을 주는군.”
고블린은 해리의 목소리를 사용해 말했다. 그러나 피터는 곧 자신의 생각을 정정했다. 해리가 자신의 목소리로 말하고 있는 것이었다.
“너는 죽지 않아. 내가 너에게 뒤돌아서지 않았잖아.”
허벅지에서 누구를 향하게 될지 모를 단도를 뽑아들려던 고블린은 독이 흐르는 눈으로 피터 파커를 바라보았다. 아직 두 사람의 옆은 하늘이었다. 그는 하얀색으로 덧칠된 나락으로 떨어지는 기분을 느꼈다.
“내가 지금 그냥 나를 놔 달라고 한다면?”
“나는 네가 너무 지쳐서 그런 말을 한다고 생각할 거야. 그리고 침대는 여기 없으니까 다른 데서 쉬라고 말해줄 거야. 원한다면 적당한 곳에 데려다 주기도 할 거고.”
피터의 어조는 평온했지만 그와 별개로 피터의 등에서 날개가 솟아나는 일은 벌어지지 않았다.
“나는 네 피가 흐르는 곳에 눕고 싶어.”
“너에게 비극만 존재하는 건 아니야.”
“우리 둘 중 누군가는 반드시 상대방의 피를 베고 살아가야만 해.”
“나는 단 한 번도 너를 버리려고 한 적 없어.”
“살고 싶은데 또 죽고 싶어. 어떻게 해야 하지, 피터?”
피터는 살며시 웃었다. 친구에게 등이 아니라 얼굴을 드러내고 있는 피터는 무서운 속도로 한 건물의 옥상 바닥이 자신에게 접근하고 있음을 보지 못했다. 피터는 해리를 두르고 있지 않은 팔로 그의 손을 잡았는데, 하필 그는 고블린이 단도의 손잡이를 만지작거리고 있는 쪽을 잡았다.
“둘 중 하나는 되돌릴 수 있어.”
하늘이 사라졌다. 마침내 피터의 등이 탄탄한 표면에 닿았다. 과거를 바꿀 수 없어 대신 등을 보여주지 않는 걸 선택한 그의 입술이 고통스럽게 친구의 이름을 불렀다.
먼지와 눈물과 엇갈림이 가려버린 희뿌연 공간이 반짝임 하나를 토해냈다. 칼 한 자루가 바깥으로 튀어나와 홀로 회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