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herlock/셜록존] Bloody Washing
- BBC Sherlock, Sherlock Holmes/John Watson
- Original Date 2014/3/28
- Written by. Jade
Bloody Washing
런던의 숱한 오전 중 한 조각에서 피어났던 일이다. 셜록은 느즈막히 일어나 몸을 씻는 중이었다. 그는 구석구석 거품을 묻히고 샤워기를 잡았다. 그 때 워시 타올이 떨어졌다. 물을 한 번밖에 끼얹지 못한 셜록이 타올을 집고자 몸을 구부렸을 때, 물이 묻은 거품이 꼭 피가 흘러 내리듯이 어정쩡하고 진득하게 등 위에서 아래로 흘러내렸다. 그는 거품을 왜 굳이 피라고 생각했는지 자세하게 기억하지 못했다. 아마 그것은 탐정에게 잼이나 시럽보다는 피가 익숙해서인지도 몰랐다. 느릿하게 흘러 내리면서 허리의 곡선을 덮는 하얀 거품, 혹은 붉은 피. 셜록 홈즈는 자신의 상상력을 다 차지하는 혈액이라는 것에 관해 이번엔 생각해보기 시작했다.
그는 사건을 해결하면서 자신의 피를 본 적은 많지 않았다. 그가 만져보고 냄새를 맡았던 피는 전부 다른 이들의 것이었다. 자문 탐정보다 행동이 빠릿하지 못한 야드의 경위는 당연히 피를 흘리지 않았고, 늘 누군가에게 임무를 던지는 런던 정보부의 누군가도 그러했다. 다행인 것은 경찰이라는 직위나 강력한 권력, 심지어 탐정보다 뛰어난 머리를 가지지도 못한 탐정의 조수 격이자 친구인 존 왓슨도 마찬가지라는 것이었다. 그는 오히려 다른 사람의 피를 뽑아내는 데 기막힌 재주를 갖고 있었다. 가령 머리 한 구석이 단단히 잘못된 택시 기사라든가, 더러운 유희 생활을 즐기는 언론 재벌이라든가, 셜록 홈즈라든가.
셜록 홈즈가 존 왓슨을 위하여 흘린 피가 런던의 보도블록 사이를 지나갔다.
셜록은 자신의 등 뒤를 따뜻하게 적신 피를 오래 전처럼 하얀 거품으로 착각하며 바닥에 누워 있었다. 탐정의 몸을 씻기면서 흘러 내렸던 워시는 그의 혈액과 닮은 점이 있었다. 처음에는 거짓으로, 그 다음에는 누군가를 대신 앞세웠던 그가 존 왓슨을 위해 자신의 몸을 내놓았다. 공기방울 대신 코를 찌르는 향기를 가진 붉은 씻김이 셜록을 천천히 쓸어내렸다. 따뜻한 물을 끼얹을 때와 얼핏 비슷한 기분이 들었다. 뿌연 김에 얼굴이 잘 보이지 않고 예민해진 피부 어딘가가 따끔거리는 것도 같은 감각마저 그랬다.
셜록이 방탄 조끼도 없이 자신을 대신해 총을 맞을 줄 몰랐던 존은 허겁지겁 그의 옆에 붙었다. 존의 머리카락과 다리와 시선 모두가 엉켜 있었다. 존은 대체 무슨 짓을 한 거냐면서 소리를 질렀다. 셜록은 그 울림 속에서 자신의 등과 가슴을 어루만지는 존의 손길을 전달받을 수 있었다. 존이 뭐라고 더 얘기를 한 것 같았는데 셜록은 제대로 듣지 못했다. 그는 마지막으로 생각을 하고 있었다. 일부러 끼익대는 소리를 내며 자신의 플랫메이트와 바이올린을 괴롭힌 일부터 시작된 잡념이 주르륵 퍼져나갔다.
셜록 홈즈는 대부분 존에게 이기적으로 굴었던 것 같다. 존 왓슨이 무척이나 신경쓰는 우유와 콩 옆에 죽은 피부 덩어리를 놓아두는 게 그의 투덜거림을 제대로 촉발시키지 못할 정도였다. 욕실에도 때때로 일상적인 예의에 무감한 셜록이 닦아 놓지 않은 세안제가 묻어 있기도 했다. 그 순간 셜록은 자신의 사고가 또 다시 무언가를 씻고 닦는 일로 향한다는 걸 알았다. 그의 자각은 그가 어지러움을 느끼고 있었기 때문에 다소 느릿했다. 이상하게 셜록은 존 왓슨과 관련하여 어떤 것을 지워내거나 없애버리고 싶은 사람마냥 물과 거품에 젖어 있었다.
마침내 셜록은 자신이 피를 흘리고 있는 것마저 더러운 것을 씻어내는 행위처럼, 오직 자신을 위한 행위라는 걸 인정했다. 셜록 홈즈는 진실로 존 왓슨을 구하기 위하여 숨을 거두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