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Star Trek Into Darkness/Full-length

[STID/존본즈] History of Independence 03

Jade E. Sauniere 2014. 3. 14. 13:50

- Star Trek Into Darkness, Khan Noonien Singh/Leonard McCoy

- Written by. Jade





대단원 2. 센티넬의 복수

03. 진화전쟁의 발발



  이 무렵부터 역사가들은 그럴싸한 추측을 짜내기 위해 머리를 굴려야 한다. 편지로 헤이스팅스에게 귀중한 자료들을 남겨주었던 밀레이스마저 목숨을 잃고, 골턴 연구소는 강화인간들의 초기 데이터와 함께 잿더미로 변해버린 시기가 진화전쟁의 초반부다. 아직도 학자들은 진화전쟁의 시작부터 4개월이 흐르기까지의 빈틈을 메우지 못하고 있다.


  어쨌든 밀레이스가 연구소에서 심정지 실험을 감행했다고 기록했던 날부터 열흘 남짓이 지났을 때 센티넬들은 궐기했다. 정확히는 6월의 마지막 주 화요일이었다. 칸 누니엔 싱을 필두로 결집한 강화인간들은 골턴 연구소에 근무하던 인원 전원을 살해하고 주변 건물을 파괴했다. 그 지점부터 센티넬 측은 한 명의 사상자도 없이 4개월 동안 어마어마한 인명피해를 발생시키고 다녔다.







  며칠 새 다시 작동된 인큐베이터 안을 넘실대던 안정제가 아직 기체 형태로 공중을 떠다니는 모양이었다. 칸은 중심에서 흐릿해지려는 눈동자를 뜨며 익숙한 약물의 냄새를 맡았다. 그는 그저 여유를 즐기고자 안정제에 영향을 받는 것처럼 동작을 멈췄다. 그것은 칸이 스스로 키워낸 이성이 제공하는 그야말로 달콤한 휴식이었다. 


  안정제의 희미한 향기에 맞장구를 쳐줄 겨를도 없는 다른 강화인간들은 사방에서 날뛰고 있었다. 칸은 동족들의 움직임이 방 하나를 꽉 채울 정도로 큰 테이블 위에서 진행되는 핀볼 게임과 비슷하다고 생각했다. 딱히 계획을 세울 수도 없고 오직 확실한 것은 출구로 나가야 한다는 방향성, 사실 칸이 동족들에게 일러준 것은 그뿐이었다. 박사들은 시뻘겋게 끓어오르고 있는 강화인간들의 피부 밑을 진정시켜줄 수 없었다. 칸은 그들에게 인간들의 무능함을 다 겪어 알고 있으면서 왜 그들에게 붙들려 있느냐고 말했었다. 


  칸은 피 냄새에 속절없이 묻히는 약물의 잔향처럼 고개를 숙이는 인간들의 무리에서 기다리던 것을 발견했다. 그가 발목에 붙은 가운 자락을 털고 걸어 나갔다. 눈과 심장을 찔린 박사들의 위에 서 있는 오필리아 밀레이스가 초점 잃은 눈동자로 칸을 바라보고 있었다. 


  칸이 걷는 길에 있는 인큐베이터들이 꾸준히 폭발했다. 전선에서 솟아오르는 스파크와, 인간들의 몸에서 튀어 나오는 핏방울이 똑같이 허공으로 흩어지는 사이로 칸은 창조자에게 손을 뻗었다. 오필리아는 옆을 돌아볼 수가 없어 칸만 응시했다. 조금만 움직였다간 귓불이 뜯겨 나갈 것 같은 강화인간들의 굵은 팔이 그녀의 사방을 압박했다. 


  칸은 불꽃놀이의 방아쇠를 당기듯 이미 죽어서 바닥으로 떨어지려 하는 인간의 살을 뜯었다. 예전처럼 오필리아의 머리카락을 만져줄 것처럼 보였던 손에 피가 묻었다. 오필리아는 조용히 눈물을 흘렸다. 칸에게 도움이 된 적은 별로 없었지만 그럭저럭 머리는 영리했으니, 담당하는 강화인간이 있었던 연구원들만큼은 반드시 자신의 피조물에게 죽임을 당해야 한다는 규칙을 눈치 챘을 터였다. 


  제어가 불가능한 손으로 잘게 쪼개기 어려운 부분들만이 바닥에 널려있자 강화인간들은 이제 살아 있지 않은 걸 파괴하기 시작했다. 책상이 우수수 넘어지고 탁한 연기가 피어올랐다. 오필리아는 입을 가리면서 울었다. 


  오필리아는 사실 칸의 악질적인 처벌 의식 때문에 지금까지도 숨을 쉬고 있었다. 칸은 그녀가 혀를 깨물지 않는 걸 흥미롭게 여겼다. 그는 오필리아와 밀착할 수 있는 거리까지 다가왔다. 오필리아가 뭐라고 입을 벙긋거렸다. 두렵고 지친 그녀의 목소리는 알아들을 수 없을 정도로 작았으나 칸은 대신 입모양을 읽었다.


  —난 노력했어요.


  똘똘 뭉친 발소리가 연구소의 문을 하나씩 파괴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그리고 오필리아가 신고 기록이 남아 있는 핸드폰을 바닥으로 던졌다. 칸은 얼굴을 찡그리면서 동시에 웃었다. 살기 위해서 몸뚱이를 폭발시키고 있는 강화인간들이 그녀가 구석에서 핸드폰을 갖고 꼼지락거리는 데에 신경을 뒀을 리가 없었다. 


  “인간들이 더 온다.”


  칸이 목소리를 높이지 않았는데도, 자신들이 부숴버릴 수 있는 목표물을 감지한 강화인간들이 거칠게 기수를 돌렸다. 검고 두터운 장비들로 긴장감을 가린 특수요원들이 고함을 쳤다. 칸은 갑자기 오필리아를 자신의 앞쪽으로 확 휘어잡더니 그녀와 함께 동족들을 헤치고 나갔다. 


  오필리아는 끌려가는 자신의 다리조차 방해하는 동료들의 조각을 보더니 결국 비명을 질렀다. 아직도 생존한 민간인이 있을 줄 몰랐던 진압 부대가 멈칫했다. 이 순간만큼은 칸의 이성에 의지하고 있는 다른 강화인간들도 그의 행동을 따라 피 묻은 손을 기괴하게 꺾는 데 그쳤다.


  “혀, 협상을 하자는 거요?”


  선두에서 기다란 총을 붙잡고 있는 남자가 물었다. 오필리아를 잡아 두고 있는 칸의 자세는 꼭 인질극을 벌이는 것 같았다. 


  그 때 칸은 오필리아만 들을 수 있게 말했다.


  “하지만 네 노력은 아무런 성과도 낳지 못하지.”


  그녀의 눈동자가 커졌고, 요원들은 자신과 전혀 다를 바 없는 연약한 존재의 머리가 잔인하게 으깨지는 것을 목격했다. 아주 작은 소음에 지나지 않았을 뼈가 부러지는 소리는 잔뜩 증폭되어 그들의 귀에 꽂혔고 칸이 오필리아를 보란 듯이 스르르 떨어뜨렸다.


  이후 그는 누구보다 끔찍하게 진압대를 제압했다.

 






  인간들은 속절없이 땅과 생명을 내주는 것 외에는 할 게 없었다. 한 달반 만에 인류는 골턴 연구소가 위치해 있던 영국부터 이베리아와 이탈리아 반도를 빼앗겼다. 그들의 진격이 어찌나 위협적이었는지 종군기자들마저 자취를 감출 지경이었다. 와중에 센티넬이 점령한 지역에서 아주 운이 좋게 살아남은 사람들은 어떻게 해서든 아이슬란드로 도피하려 애썼다. 어느 지역에서 출발해도 닿기가 어려웠던 아이슬란드는 전쟁 내내 강화인간들의 침략을 받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물론 전시 중에 비행기는 뜨지 않았고 바다를 통한 길도 여의치 않아 많은 사람들이 도주 도중 숨지기도 하였다.


  때로 우리는 자료가 워낙 부족해서 더 잘 파악할 수 있는 역사의 일면을 만나게 된다. 강화인간들이 유럽 대륙을 휘젓던 죽음과 같던 4개월, 사소한 자료마저 씨가 마른 것 같은 그 시간은 오히려 아무 것도 남아 있지 않아 오싹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