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Star Trek Into Darkness

[STID/존본즈] Firing Soul

Jade E. Sauniere 2014. 3. 9. 14:15

- Star Trek Into Darkness, Khan Noonien Singh/Leonard McCoy

- 시각적 인상에 유의하며.

- Written by. Jade

 

Firing Soul

 

 

  붉어진 하늘과 캄캄해진 대지 위의 여린 파란색 옷감이 찢겨가고 있었다. 그러나 푸른빛은 용감하게 달렸다. 살아 숨 쉬는 분노로 변이한 존재가 내리꽂는 그림자에 땅은 더더욱 새카매졌다. 무언가를 보듬어줄 색채는 주변에 없는 듯했고, 까만 총과 그것만큼 진한 색깔을 가진 장비들을 뒤집어 쓴 무리들이 포탄을 공중으로 쏘아올렸다. 고정된 장치에서 고리가 달린 와이어가 튀어나오며 하나의 분노를 옭아매려 애썼다.

 

  산보다 높이 올라간 건물들도 닿을 수 없는 불 같고 어둠 같은 그림자가 돌개바람을 일으켰다. 그을렸지만 여전히 파란색인 옷을 입고 있는 레너드 맥코이는 아직 무너지지 않은 구조물들을 수색했다. 죽음만큼 위험한 대상에게 닿아야 하는데, 그를 도와주는 사람은 아무도 없고 오히려 이리저리 휘날리는 쇠줄과 불빛에 그는 몸을 움츠려야 했다. 

 

  ―이 멍청아! 나한테 화를 내야 할 거 아냐!!

  

  힘껏 내지른다고 소리쳤는데 아무도 맥코이가 말한 것을 몰랐다. 대신 구멍 뚫린 하늘이 으르렁대는 듯한 울림이 지상에 퍼졌다. 맥코이는 불길과 연기에 몸을 감춘 거대한 덩어리를 보고 자꾸만 자신한테 화를 내라고 했다. 맥코이는 정말로 자신이 그의 분노를 받아내야 한다고 생각했다.

 

  두꺼운 안전모를 쓴 특수요원들마저 콜록대는 자비 없는 대기였다. 그 곳에서 맥코이는 혼자서 물을 뒤집어 쓴 듯했다. 그는 누구와도 구별되는 파란빛이었고 재앙에 달려드는 양심이었다. 맥코이는 사람들이 허겁지겁 빠져나오고 있는 고층 건물로 들어갔다. 

 

  혹시나 작동하는 엘리베이터가 없을까 두리번대고 있는 맥코이 대신 지상의 인간들은 황금을 입힌 용암의 결정을 목격했다. 그것은 공포이며 분노였다.

 

  고개가 빠질 것처럼 로비를 뒤지던 맥코이는 불이 들어와 있는 승강기 한 대를 발견했다. 활짝 열린 문으로 사람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는 비상구와는 달리 기묘하게 조용한 곳이었다. 맥코이는 주저없이 엘리베이터에 탑승했다. 마음이 다급해서 몇 번이고 같은 버튼을 반복해 누르기도 했다. 레너드 맥코이만이 유일하게 하늘과 가까워지려 하길 원하고 있었다.

 

  행성 연방이 급하게 끌어모은 버스들에 무사히 탑승한 사람들은 울면서 말했다. 저것은 괴물이고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했다. 자신의 뱃속을 태우면서 불을 내뿜는 실루엣을 보고 특수요원들은 적이라고 칭했다. 불길이 끊이지 않는 만큼 인간들의 폭격도 이어졌다. 아무도 지옥의 숨구멍처럼 보이는 황금빛 동공에 안개가 차 있는 걸 알지 못한다.

 

  한편 겨우 옥상에 도달한 맥코이가 엘리베이터 밖으로 튀어나왔다. 높은 곳에 오르니 경련하는 먹구름 정도로 보였을 뿐이었던 생명체가 얼핏 보이기 시작했다. 그것은 바로 하늘도 아니고, 신의 심판도 아닌 하나의 생물이었다. 레너드 맥코이가 힘껏 돌봤었으나 아주 중요한 약속을 지키지 못한 대상이었다. 맥코이는 옥상에 널브러진 작은 돌멩이 하나를 주웠다. 뜨거운 공기에 그의 파란색 셔츠가 서서히 잿가루로 변해 위로 휘몰아쳤다. 

 

  맥코이가 돌을 던졌다. 절규를 닮은 그의 외침도 함께 날아갔다. 인간의 영을 증발시킬 것만 같은 거대한 목소리가 불에 섞여 퍼졌다. 

 

  그토록 파란빛은 아직 굳건했다. 땅바닥에 가볍게 닿을 수 있는 발과 청록색 눈동자를 잃어버린 눈이 더운 습기를 뿜어냈다. 맥코이는 시선을 가늘게 좁히면서도 끝까지 칸을 바라보았다.

 

  "너한테는 이 도시가 필요 없어."

 

  사건의 전말을 아는 사람이 들으면 코웃음을 칠 말이었다. 레너드 맥코이는 연구 도중 칸이 그의 몸 속에서 기르고 있었던 이형(異形) 유전자를 발견한 일을 입 밖에 내지 않기로 약속했었다. 물론 맥코이가 일부러 그것을 폭로하지도 않았고, 문제되는 세포를 억지로 배양하라는 명령도 내리지 않았지만 칸은 결국 평생 의무실에 머물 수 없는 상태가 되어버렸다. 칸은 레너드 맥코이가 자리를 지키는 공간으로 들어갈 수 없다. 불을 무기로 쓰는 용에게는 날개를 접고 꼬리를 내릴 도시와 공터가 필요했다. 

 

  "내가 필요한 거라고."

 

  붉어진 하늘에 파랗고 선명한 음성 하나가 떨어졌다. 더 이상 돌을 쥐지 않은 맥코이가 칸을 향해 손을 뻗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