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BBC Sherlock

[Sherlock/셜록존] Violin or Viola

Jade E. Sauniere 2013. 9. 18. 16:32

- BBC Sherlock, Sherlock Holmes/John Watson

- Written by. Jade


Violin or Viola 



  존은 삼 개월 가량의 시간이 지나서야 겨우 이야기를 꺼냈다. 사실 자신은 바이올린의 소리가 조금 거북하다면서. 이에 대한 셜록의 반응은 당연했다.


  “그걸 왜 이제 와서 말하는 거야?”


  “그럼 그 때 내가 그런 사소한 얘기를 할 시간이라도 있었어? 연쇄 자살 사건이 터지질 않나, 그 당시에는 전혀 정체를 알 수가 없었던 마이크로프트를 만나서 이상한 말이나 듣고 그러다가 자네는 혼자서 살인범을 만나러 가 버리고!”


  “그 전에도 이미 시간은 충분했어.”


  “오, 나는 안 그랬을 거야. 처음 만나자마자 자네가 나에 대한 온갖 정보들을 늘어놓는데, 솔직히 베이커 가에 가면서도 내 머릿속이 제대로 정리되지 않았다는 데 돈을 걸 수도 있어.”


  셜록이 진저리를 치면서 뭐라 말을 덧붙이려다가, 특유의 ‘도무지 이해를 할 수가 없어’ 한숨을 뿌렸다. 존이 두 손바닥을 내밀면서 방어적인 제스처를 취했다.


  “아니, 자네한테 아예 연주를 하지 말라는 건 아니야. 가끔 그게 필요하다는 걸 나도 아니까. 그래도 너무 높은 음을 피해줄 수는 있잖아? 그.. 째지는 듯한 소리 말이야.”


  그동안 이것저것 셜록에게 핀잔과 조언을 늘어놓았지만 다 실패한 경력이 있어서 크게 기대하지는 않는 눈치였다. 어쩐지 민망한 기분이 들어서 존은 차가 말라붙어 있는 머그컵을 주방으로 가져갔다.


  소파에 앉아 있는 셜록의 옆에는 예의 바이올린이 끼어 있었다. 셜록이 휙 바이올린의 목을 쥐고 돌려 악기를 무릎에 내려놓았다. 이태까지 필요치 않아서 의식하지 않았던 사실이 눈에 들어왔다. 추리를 돕는 용도로 사용할 뿐인 그것은 아주 말끔하게 관리되고 있다고 보기는 어려웠다. 분명히 컵을 다 씻었을 텐데도 주방에서 물이 흐르는 소리가 났다.





  밤 외출을 하고 돌아온 존이 걸음을 멈췄다. 창가에 서서 보면대나 악보 없이 셜록이 연주를 하고 있었다. 그의 뒷모습을 보고 있던 존은 문득 귀에 흘러드는 음색이 전보다 살짝 낮아지고 기품 있게 굵어졌다는 걸 알아챘다. 바이올린에서 저런 소리가 났던가? 창밖 너머로 존이 오는 걸 몇 분 전에 확인했을 셜록은 그의 플랫메이트가 평범한 수준의 기척도 없이 가만히 서 있는 걸 알고 고개를 돌렸다.


  보통 사람들의 관찰력 정도는 소유하고 있는 존은 또 달라진 점을 발견했다. 바이올린이 저렇게 작아 보일 수도 있다면서 내심 신기하게 여겼던 터라 더욱 또렷했다.


  “그거 새로 샀어?”


  대답할 가치가 있는 질문과 그렇지 않은 질문을 구별하는 셜록은 말없이 존의 말을 넘겼다. 그가 활을 들고 연주를 재개하려다 입을 열었다.


  “바이올린이라는 것 자체에 큰 의미는 없어. 악기를 켜거나 작곡을 하는 게 생각에 도움을 주는데, 가장 휴대하기 편하고 숨을 쉬느라 에너지를 낭비할 필요가 없는 가장 적합한 악기가 바이올린이었을 뿐이야.”


  곧 악기를 바꾸는 일에 큰 수고나 불편함이 없었다는 그 설명은 셜록과 잘 어울렸지만 한편으론 특이하기도 했다. 외투를 벗어 걸어두느라 많은 반경을 움직이지 못했던 존의 다리가 또 멈췄다. 창문에 비치기도 하지만 더 이상 존의 행동을 주시할 이유가 없다고 판단한 셜록이 다시 비올라를 연주했다. 거의 새것이나 다름없는 현의 울림이 부드럽고 편안했다. 



2013. 7. 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