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herlock/셜록존] The Law of Harmony
- BBC Sherlock, Sherlock Holmes/John Watson
- Written by. Jade
The Law of Harmony
문을 닫고 오는 존의 모습은 아주 곤란하고 큰일이라도 치른 사람처럼 보였다. 언제나 그렇듯 마트 한 번 다녀왔을 뿐인데도 의아할 정도로 헝클어진 머리카락이라든가 미세하게 고개를 저으면서 한숨을 쉬는 존의 미동이 셜록의 눈에 고스란히 들어왔다. 다리를 접고 신문을 보던 셜록이 물었다.
“무슨 일 있었어?”
존이 들고 온 비닐봉투를 주방 근처에 옮겨놓았다.
“사람들이 도대체 나한테 왜 너에 관한 걸 묻고 다니는지 모르겠어, 셜록. 성가시다 못해 아주 미쳐버릴 지경이야.”
“오.”
제일 먼저 우유를 꺼내 냉장고에 넣기 전 존은 잠시 눈을 감고 심호흡을 했다. 그의 플랫메이트가 실험을 목적으로 보관해둔 괴상한 형상들에 놀라지 않기 위함이었다. 존이 재빠르게 먹을거리들을 냉장고에 몰아두고 탁 소리 나게 문을 닫았다. 셜록은 거리에서 그가 꽤 많이 시달린 모양이라고 생각했다. 지루함을 참지 못하는 남자 옆에서 일 년을 넘게 버텼으며, 그 전에는 아프가니스탄의 전장에서 뛰었던 군의관이 저 정도로 못 견딜 종류는 아니었기 때문이었다.
셜록 홈즈와 존 왓슨을 보는 시각이 다양하고 강렬해졌을지는 몰라도 그들의 플랫 안은 변한 게 없었다. 책상에 심심찮게 존의 머그컵이나 노트북이 올라가 있다는 게 가장 눈에 띄는 차이점이었다. 집안일 따위의 지루한 일에는 전혀 신경 쓰지 않는 셜록을 위해 집 안을 간신히 주거지답게 유지하는 인물은 존이다. 셜록은 대개 그를 내버려두고 신문을 읽으며 사건을 찾는다. 그러면서 존을 곁눈질하며 시시각각 변하는 그의 흔적을 읽는다. 셜록이 현미경 주변을 피하며 최대한 조심스럽게 식탁을 치우는 존에게 물었다.
“사람들이 나에 대해 뭘 궁금해 하지?”
“많지만 특별한 건 없어.” 주방을 한 바퀴 돈 존이 거실로 돌아왔다.
“근데 다들 마지막에 덧붙이길, 대체 너랑 어떻게 같이 사냐고 하더라.”
셜록이 신문을 내렸다. “대답은?” “하나같이 똑같은 질문을 해 대는데 내가 매번 성실하게 답해줄 수 있다고 생각해?” “그래도 자네의 대답이 있을 거 아냐.” 추리할 때가 아니면 쉽사리 진동하지 않는 탐정의 눈동자는 이번에도 무뚝뚝한 유리알처럼 고정되어 있었다. 그 눈은 분명 건조하리만치 투명하지만 존 왓슨은 단 한가지만으로 셜록 홈즈를 판단하지 않는다.
“궁금한 거야?” “자네의 대답을 듣고 싶어.” 존이 눈썹을 으쓱했다. 그가 생각을 정리하는 동안 셜록은 한 번도 신문을 힐끗하지 않았다.
“셜록 홈즈와 사는 건 크게 어렵지 않아. 처음에 네가 말했던 것처럼 바이올린 소리에 언짢아하지 않고, 생각한답시고 입 한 번 벙긋거리지 못하게 하는 거 참으면 되고 여기까지 끌어와서 하는 온갖 이상한 실험들 참으면 되고, 또..”
“..나에 대해서 불평하라고 기회를 준 건 아닌데.”
“하지만 가장 중요한 건 딱 한 가지라고 생각해.”
존은 마지막 말을 꽤나 아무렇지도 않게 꺼냈다.
“자네의 옆자리만 지키면 돼.”
그 순간 그가 떠올릴 수 있는 가장 설득력 있는 추측들을 꺼내 놓으려다가, 셜록은 존이 금세 발언을 이어갈 듯 입술을 동그랗게 오므린 걸 보고 기다려 주기로 했다.
“이상하게 자네 주변에는 이상한 사람들이 많아. 자네를 시험하려고 하거나, 말도 안 되는 게임을 하려고 하거나 그래서 자네를 이겨보려고 하거나.” 그 와중에도 부지런히 존은 밀크티와 노트북을 올릴 수 있는 공간을 확보하고 있었다.
“셜록 홈즈는 정말로 특별한 인간이지만, 그게 오직 비정상적인 방식으로만 그와 관계해야 한다는 의미는 아니잖아.” 셜록이 끼어들었다. “그렇다면 자네는 나와 정상적인 방식으로 관계하고 있다는 뜻이겠군. 그 방식이란 옆을 지키는 거고.” 존이 뭐 잘못된 부분이라도 있냐며 눈으로 대신 질문했다. 셜록이 들고 있던 신문을 다시 눈앞까지 올렸다.
노트북을 키고 나서 입을 다문 걸 보아하니 블로그에 올릴 글을 작성하고 있는 게 틀림없었다. 존은 그 일을 집중해서 하는 편이었다. 셜록이 잠시 시선을 돌렸다가 지면을 넘겼다. 누군가는 놀랄 지도 모르겠지만, 셜록 홈즈와 존 왓슨이라고 해서 그들의 주변에 평범한 순간이 조금도 존재하지 않는 건 아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