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Star Trek Into Darkness

[STID/칸스캇] Becoming A Sexually Exciting Body

Jade E. Sauniere 2013. 12. 2. 21:03

- Star Trek Into Darkness, Khan Noonien Singh/Montgomery Scott

http://confidentialaltar.tistory.com/102 을 먼저 읽고 와주세요.

- Written by. Jade


 Becoming A Sexually Exciting Body




  스캇이 엔터프라이즈에 탑승하기 전부터 기관실을 지키고 있던 이들은 아직 상당수 함선에 남아 있었다. 에밀리 카슨 중위도 함선의 동력에 대한 모든 부분에 남다른 관심을 보이면서 스타플릿의 신형 함선에 탑승하고자 눈에 불을 켰었던 인물 중 하나였다. 곱슬거리는 적갈색 머리카락을 가진 그녀에겐 빨간 스커트가 잘 어울렸고, 심기가 불편하면 입을 비죽 내밀기 일쑤인 기관실장과도 원만한 관계를 유지하는 선원이었다.

 

  고로 카슨 중위가 스캇에게 할 말이 있다면서 넌지시 다가왔을 때, 스캇은 별 생각 없이 그녀가 이끄는 대로 기관실 구석에 멈춰섰다. 기관실의 공기를 대변하는 코어의 구동음이 희미하게 두 사람 사이의 침묵을 교란하고 있었다. 스캇이 눈을 껌뻑거리며 중위를 보았다. 그녀는 손으로 굳이 말 필요가 없는 곱슬머리를 이리저리 꼬다가 끝내 팔을 내렸다.

 

  "그러니까 말이죠, 소령님."

 

  스캇이 찌푸리지 않은 얼굴로 눈썹을 올렸다. 그 때 스캇은 카슨 중위의 입매에 단호함이 서리는 것을 간파하지 못했다.

 

  "절 여자로는 어떻게 생각하세요?"

 

  눈치도 없이 스캇은 처음에 되물으려고 하다가, 말을 꺼낸 직후 자신의 머리카락만큼이나 빨개지고 있는 중위의 얼굴을 보고 잠시 정신을 차렸다. 물론 그것은 오래 가지 않았고 스캇은 머리가 아득해지는 걸 느꼈다. 기관실장이 겪어야 하는 난관은 아직 끝나지 않은 모양이었다.



 

* * *



 

  의도적으로 울퉁불퉁한 얼굴의 끄트머리를 내민 게 분명한 킨저를 재빨리 내쫓아버리고, 스캇은 중위에게 차근차근 물었다. 사소한 부분에도 눈을 번뜩이면서 질문을 해야 하는 공학자의 기질이 발현되기에 앞서 스캇은 정말로 궁금했고 또한 믿을 수가 없었기 때문이었다. 스캇은 몇 번이고 이건 상관이 자신의 권위를 휘두르면서 행하는 취조 따위가 없음을 명백하게 밝히고 중위와 진지한 질답의 시간을 가졌다. 중위의 답은 이러했다.

 

  카슨 중위는 예외적인 절차를 거쳐 들어온 새 기관실장에 대해 의문을 품었으나, 서슴없는 말투와 달리 함선을 아낀다는 게 분명히 드러나는 구석이라든가 술을 마셔도 자신의 본분을 잊지 않는 성실함 등을 보고 기관실장을 차츰차츰 인정하게 되었다. 킨저가 좋아하는 먹을 거리는 잊지 않고 챙겨주는 모습은 한편으로 귀여워 보이기도 했다며 중위는 솔직하게 털어놓았다.

 

  스타플릿에는 대위 미만의 직급의 장교들에게 좀 더 다양한 경험을 쌓게 해주기 위한 일종의 파견 근무 기간이 있어, 카슨 중위는 엔터프라이즈에서 이따금씩 벗어나 일하기도 했다. 그러면서도 동글동글한 얼굴의 기관실장이 코어에 대한 식견 하나는 제일이라면서 스캇에 대한 좋은 인상을 잊지 않고 있었다. 그리고 몇 번 배를 옮겨탄 뒤 중위가 엔터프라이즈에 돌아왔을 때 가공할 만한 사건이 있었다. 그녀는 정확하게 이렇게 말했다.

 

  "그런데 맙소사, 존 해리슨이 기관실에 있는 게 아니겠어요? 그것도 맨날 기관실장님 옆에 말이에요!"

 

  젊은 여성의 예리한 눈매에 전직 테러리스트의 만행은 매번 선명하게 잡혔다. 카슨은 검은 옷의 중령이 농밀한 분위기를 잡아 보려고 장식한 목소리를 낼 때마다 전율하면서도, 그의 입술이 즐겁게 스캇과의 거리를 조절할 땐 불편함을 참지 못했다. 게다가 확실히 보통 사람들보다 나은 구석이 있기는 한지 그녀는 존 해리슨에게 매번 자신의 붉어진 얼굴을 들켰다.

 

  "그 때마다 해리슨 중령이 저를 어떤 눈빛으로 봤는지 모르시죠? 꼭 제 아둔함과 민첩하지 못함을 비웃는 것 같았다니까요! 자기가 기관실장님의 어떠한 매력을 제일 먼저 간파한 사람처럼 말이에요. 그리고 그의 시선에서 저는 대상을 놓치고 우두커니 그 자리에 서 있는 멍청이었어요. 분명해요. 무슨 제가 지붕만 쳐다보는 개도 아니고 말이에요, 어떻게 사람을 그렇게 볼 수가 있어요?!"

 

  여성이 이런 식으로 자신에게 열변을 토하는 상황을 겪어본 역사가 없는 스캇은 멀뚱히 눈만 굴렸다. 허나 힘들게 맞장구를 쳐주지 않아도 중위는 혼자서 앞으로 몇 마디는 할 수 있을 것 같았으므로 스캇은 입을 다물기로 했다. 종국에 스캇은 나중엔 끼어들지도 못하고 중위가 쏟아내는 말을 잠자코 들을 수밖엔 없었다.

 

  "물론 다른 사람들은 그런 부류에 들어갈 지도 모르죠. 해리슨 중령이 기관실장님께 관심을 표한 이후로 기관실장님을 보는 눈이 많아진 건 사실이잖아요? 중령이 옆에 있든지 없든지 가리지 않고요. 하지만 전 달라요! 저는 전부터 기관실장님이 유능하다고 생각했고, 이따금씩 위스키 냄새를 진하게 풍기실 때만 아니면 다른 장교들에게도 둥글게 대해주신 다는 것도 봤고, 하여튼 저는 후발 주자가 아니란 말이에요."

 

  스캇은 들으면서 저도 모르게 상체를 젖히면서 의문이 잔뜩 깃든 기색을 내비쳤다가 겨우 위치로 돌아왔다. 스캇이 한꺼번에 소화하기에는 너무도 많은 신종 정보가 중위의 문장 하나하나에 가득 들어있었다.

 

  "…거 참, 이태까진 이런 적이 한 번도 없었는데 말이지."

 

  스캇이 인상을 찡그리며 옆머리를 긁었다. 중위는 이리저리 입술만 말고 있었다.

 

  "있죠, 기관장님."

  "말해 봐."

  "…전에 중령님이랑 같이 사라지셨을 때, 혹시 다 결정 났던 건가요?"

 

  스캇이 눈동자를 좁혔다.

 

  "뭐, 뭐가?"

  "그러니까… 기관장님에게 하는 그런 친밀한 행동들을 앞으로도 계속 받아주시기로 했냐고요."


  스캇은 우물쭈물하며 대답을 하지 못했다. 일단 그는 중위가 언급한 '친밀한 행동'이라는 표현에서 그동안 존 해리슨이 보였던 행적들을 자동적으로 되짚어 보았다. 공연히 어디서 존 해리슨의 목소리가 들리는 것만 같았다. 그 어구 뒤에 이어진 서술어들을 겨우 끌어모아 판단을 마친 스캇이 더듬더듬 목소리를 냈다.

 

  "어, 지금 중위가 하는 말의 뜻은 결국…."

  "존 해리슨을 받아주기로 하셨냐는 거죠."

 

  스캇이 큰 소리로 한숨을 쉬었다. 에밀리 카슨의 눈동자가 혼란스럽게 사방으로 움직이길 반복했다.

 

  "어, 으음, 아니, 뭐…. 사실 나도 그 놈 태도 별로 맘에 안 들기는 해. 무슨 기관실도 나도 다 제 것인 줄 안다니까? 코어 잘 다루고 똑똑한 거 인정하고, 가끔 소름이 돋긴 해도 놈이 하는 짓이 아주 거북스러웠던 것도 아니긴 한데…."

  "불편하긴 하셨다는 거죠?"

  "아무래도 그렇지. 그 놈이 안팤으로 잘난 건 맞지만 내가 무슨 그 때부터 기관실장의 명예도 버리고 달려든 것도 아니고…."

 

  순간 카슨의 어깨가 늘어졌다.


  "기관실장님."

  "응?"

  "뭐에요. 결국 받아주셨다는 소리잖아요."

 

  스캇이 앉아 있던 의자가 한바탕 들썩이며 마찰음을 냈다. 실제로 스캇의 엉덩이는 의자에서 잠시 떨어졌다 간신히 끌려 내려왔다.

 

  "…뭐, 뭐? 아냐. 나는 그런 말 한 적도 없…."

 

  스캇은 또 다시 말문이 막혀버렸다. 중위의 표정이 더 이상 덧붙일 말도 없겠다며 눈을 흘기는 모양새로 스캇에게 말을 걸고 있는 것 같았다. 중위는 씁쓸한 인사를 남기며 등을 돌렸다. 스캇은 조금 울상을 짓는 것도 같다가, 얼이 빠진 것 같기도 하다가 온갖 안색을 다 지어보고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엔터프라이즈의 기관실장이 마침내 결정한 바는 이것이었다.

 

  "그 망할 냉동인간 어딨어!"



 

* * *

 



  NO. 6: A 소위의 의견

  "행여나 선원들이 기관실장님만 부러워한다고 생각하시면 오산이에요. 그 꿍꿍이를 다 알 순 없어도 어쨌든 능력 좋고 듬직하고, 어떤 면에 있어선 최고인 짝을 얻은 기관실장님을 부러워 하는 사람들이 물론 많기는 하죠. 그런데 존 해리슨에게 부럽다는 눈총을 보내는 사람들도 심심찮게 있어요. 어, 아주 적절한 말이 생각났는데 소위인 제가 이런 말을 했다가는 큰 일이 날 것 같아서 차마 입밖으로 꺼낼 수가 없네요. 기관실장님 귀에 안 들어간다고요? 그래도 저는 신중할래요."

 

  NO. 7 : S 대위의 정리

  "…A 소위가 저한테 이렇게 말해달라고 했습니다. 사람들이 기관실장님의 깜찍한 일면들을 이제야 깨닫고 있는 중이라는데요."

 

  NO. 8 : C 중위의 속상함

  "해리슨 중령만 아니었어도 제가 제일 먼저 기관실장님의 이모저모를 함 내에 알리는 사람이 될 수 있었을 거에요. 뭐에요, 존 해리슨이 아니었으면 이것보다는 파장이 낮았을 거라는 표정이잖아요. 가뜩이나 짜증나 죽겠는데!"

 



* * *

 



  다음은 스캇이 해리슨을 향하여 호기롭게 선언을 한 직후 벌어진 사건의 초반이다.

 

  "함선에 사각지대는 없어. 제어실 사람들이 보고 있을 거라고."

 

  손목이 붙잡혀 끌려가는 처지는 아니었으나, 뱉은 말이 있어 열심히 해리슨을 쫓아가고 있는 스캇은 굴곡이 깊어지는 복도의 코너를 보면서 말했다.

 

  "…카메라 영상에 혹시 음성도 포함되는 건가?"

  "아니, 그러지는 않을 텐데. 그건 왜 물어?"

 

  그 순간 해리슨이 멈춰 서는 바람에 스캇도 재빨리 발을 고정했다.

 

  "안타깝군. 경고를 줄 수 없으니."

 

  존 해리슨이 위를 올려다보았다. 복도 끝으로 꽤나 깊게 들어온 것 같은데도 감시자의 붉은 눈이 천장의 모서리에 붙어 있었다. 해리슨은 자연스럽게 오만함이 깃드는 표정으로 입술을 열었다. 스캇이 수상쩍다는 듯 그를 지켜봤다.

 

  한참 지나서 해리슨은 입모양으로나마 제어실의 장교들에게 화면을 끄는 게 좋을 거라는 충고를 전했다고 밝혔다.




* * *

 



  N0. 9 : S 소령과 H 중령의 대화

  "의외로 언어 유희에 능통하군."

  "뭔 소리야?"

  "내가 안과 밖을 가리지 않고 유능하다는 표현을 써줬잖나. 카슨 중위 역시 그 부분에서 완전히 깨달음을 얻었을 것 같은데."

  "…이해하십쇼. 아무래도 이 냉동인간이 300년 동안 굶주린 게 대단한 모양이니까."

  "벌써 그 사실을 알았다니 영리하군. 그러면 그에 대해 협조하지 않겠나."

  "뭐? 야! 이 망할…!"

 

  N0. 10 : 기관실에서 일하는 선원들의 대변자가 남긴 한 마디

  "어쨌든 존 해리슨 때문에 기관실장님은 저희들에게 한층 더 매력 있는 분이 되었다는 건 확실한 것 같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