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Star Trek Into Darkness

[STID/칸스캇] Becoming an Exciting Body

Jade E. Sauniere 2013. 11. 29. 15:02

- Star Trek Into Darkness, Khan Noonien Singh/Montgomery Scott

- Plot from 'The Man from Mars' by Margaret Atwood

- Written by. Jade


Becoming an Exciting Body




  NO. 1 : E 소위의 증언

  "어유, 글쎄요. 어디서부터 설명을 해야 할지 모르겠네요. 사실 저는 꽤나 복잡한 상태에요. 왜, 사람들은 잘 모르는데 나만 아는 실력 좋은 가수들이 하나씩은 있잖아요. 이 가수가 이런 노래를 부른다는 걸 안다는 거 자체로 굉장히 으쓱해지고, 더 많은 사람들이 알아줬으면 좋겠다 싶으면서도 뭔가 나만 즐길 수 있는 목소리라고 생각하는 이중적인 심리요. 제 기분이 딱 그래요. 소령님이 다른 선원들의 관심을 끄는 것 자체는 좋다 이거에요. 그러길래 진즉부터 소령님의 매력을알아보지 못한 사람들에게 장난 섞인 핀잔을 주는 일도 재밌거든요. 그런데 그 정도가 서서히 극한으로 치닫고 있다 보니까…. 솔직히 다른 사람이 시작했다면 이 정도는 아니었을 거에요."


  NO. 2 : S 대위의 증언

  "저는 소령님을 꽤나 오랫동안 봐 왔다고 할 수 있는 사람 중 하납니다. 붉은 셔츠와 엔진이 주는 유대감은 상상 이상이거든요. 그것들이 저에게 많은 시간과 꽤 큰 경험을 준 바, 단언컨대 소령님은 다른 사람들이 기피할 만한 분은 아니었습니다. 술을 좀 독하게 마실 줄 알고 거친 언사를 일삼는다는 게 소령님의 전부는 아니었어요. 그런데 그걸 왜 하필 그 놈이 맨 처음 봐서… 이건 좀 미안한 말이기는 하지만 아직도 고운 소리가 나오질 않네요. 하여튼 그가 문제입니다. 더더욱 문제인 건 뭐랄까요, 그가 외적으로 가지는 분위기나 여러 요소들이 무시할 수 없을 정도로 강력하다는 겁니다."


  NO. 3 : A 소위의 증언

  "다들 거 참 멀리 돌려서 말씀하셨네요. 그러니까 이게 다 존 해리슨 때문이라니까요?"




* * *




  아마 엔터프라이즈호의 휴게실을 중심으로 퍼졌다가 가라앉기를 반복하는 이러한 얘기들을 몽고메리 스캇 소령이 들었다면 소리를 빽 지르면서도 후에는 납득하고 말았을 것이었다. 함 내의 인기 구역이 된 기관실에는 오늘도 빨간 옷을 입지 않은 여장교들이 몇몇 무리지어 눈동자를 굴려대고 있었다. 그녀들이 힐끗대는 상대는 바로 스캇이었다. 


  스캇보다는 뻔뻔한 면모에서 더 나은 모습을 보이는 킨저는 이미 이름 모를 그녀들의 침입에 익숙한 듯 기관실 주변을 여기저기 잘도 누볐다. 킨저 역시 가끔씩 스캇에 대해 물어오는 여인들의 침입을 받은 바가 있었지만 말이다. 저 먼 설원에서도 스캇의 옆을 가장 잘 지켰던 무뚝뚝한 생명체는 모종의 눈빛을 보내오는 스캇을 땡그랗게 한 번 바라보고는 공구 상자를 챙겨 정리했다. 


  킨저가 떠나는 발소리가 끊어지지가 무섭게 누군가가 작게 웃었다. 결코 거슬릴 음량은 아니었는데도 그 음색이라든가 그 안에 공공연히 숨어있는 의미, 무엇보다 웃음을 흘린 장본인의 정체는 스캇이 결코 그냥 넘어갈 수 있는 인물이 아니었다. 스캇은 아직 물러가지 않은 외부인들과 기관장실의 눈치를 보는 데에 익숙해진 동료들 틈에서 기어코 목소리를 높였다.  


  "웃지 마!"

  "이젠 내가 웃을 권리도 박탈하는 건가?"


  여인들은 사실 이 때를 고대하며 오기도 했다. 과묵한 검은 옷의 중령이 자신의 목소리를 흘리는 시간과 소소한 표정 변화를 보이는 걸 옆에서 감상할 수 있다는 건 그녀들의 기쁨이기도 했다. 마치 시트콤에서 웃을 준비를 하는 관객들마냥 여장교들의 시선이 두 남자에게 번갈아 닿았다. 이에 스캇은 눈썹을 세차게 휘었고 존 해리슨은 한 번 더 미소 지었다. 구석에서 여자들이 소근댔다. 


  "너 솔직히 재밌지?"


  어느 순간이 되면 스캇은 자신을 둘러싼 관객들이 있다는 사실조차 잊어버렸다. 금방이라도 존 해리슨과 담판을 지을 것 같은 표정으로 기관실장이 입술을 비죽였다. 물론 누구도 긴장하거나 걱정하는 기색은 내비치지 않았다. 존 해리슨이 되찾은 지위가 스캇보다 높은 게 첫째 이유고, 물리적 역학관계 또한 스캇이 월등하게 밀린다는 게 둘째였다. 셋째 이유는 제 3자들 사이에서만 도는 가설로 몽고메리 스캇 소령은 종국에는 존 해리슨을 받아들이게 될 거라는 것이었다. 해리슨은 기관실 곳곳에 널려있는 묵직한 컴퓨터에 살짝 손을 짚었다. 


  "정말 그 질문에 대한 답을 알고 싶은 거라면 얘기해주지."


  스캇은 이를 갈면서 물러나야만 했다. 




* * *




  사실 그 자초지종을 따지고 들어가자면 스타플릿 심장부에서 은밀히 벌어졌던 각종 회의들부터 공개 재판장, 숱한 언론사들과 광장을 돌고 돌아야겠으나 직접적인 시작점은 존 해리슨 중령이 엔터프라이즈의 기관실에 도착했던 사건이었다. 중령이 입을 붉은 셔츠를 기관실장이 전달받았다는데도 그의 유니폼이 사라진 일은 소소한 환영식으로 여겨질 정도였다. 해리슨은 불평하지 않았다. 이후 몇 번이고 함장이 내려보낸 셔츠가 없어졌다는 풍문이 돌았지만 해리슨은 가만히 있었다. 그는 맨 처음부터 뚱하게 무언가를 감추고 있는 듯한 스캇의 표정을 간파했는지도 몰랐다. 스캇의 개인적인 시선으로는 바로 이것 때문에 일이 악화되었다.


  간신히 사람들이 편안하게 여길 만한 가명과 자리를 되찾은 잠재적 범죄자에서, 일 하나만큼은 믿음직한 목소리 좋은 중령님으로 해리슨에 대한 시각이 발전될 무렵이었다. 스캇에 따르면 그는 '서서히 본색을 드러내고' 기관실장에게 접근했다. 코어를 향한 사명감 하나는 최고라 할 수 있는 스캇은 각오를 단단히 하고 해리슨을 내쳤다. 스캇은 그의 관심사가 코어에 있을 거라고 확신했다. 그리고 스캇의 확신이 맞았다면 존 해리슨은 일찌감치 엔터프라이즈에서 쫓겨났을 것이었다.


  보통 인간들보다 몇 배는 뛰어나다는 그의 방식은 과연 주도면밀했다. 스캇에게 무언가를 건네주면서 마치 긴 손가락 탓인 것처럼 스캇의 피부를 한 번 쓸고 지나가는 일로 시작해, 객관적으로도 훌륭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목소리를 더 꾸며서 스캇의 귓가에 흘리지를 않나, 스캇이 의자에 앉아 있으면 그를 부드럽게 내려다볼 수 있는 위치를 선점했다. 물론 그것은 해리슨이 기관실의 일원으로서 행하는 보고를 거쳤다. 덕택에 스캇은 부담스러워하면서도 해리슨이 다가오는 걸 막지 못했다. 이 상황을 가리켜 누군가는 '기관실장님만 모르는 능구렁이의 은밀한 작전'이라고 평했다.


  시간이 지나면서 존 해리슨의 관심 대상은 명백해졌다. 그는 스캇 앞에서 자주 눈웃음을 지었고 유려한 말을 쏟아냈다. 스캇이 높은 곳에 갈 일이 있으면 꼭 해리슨이 그곳에 진을 치고 있었다. 스캇은 말이 없는데 기관실 바닥으로 가볍게 내려앉는 해리슨의 희미한 음성은 다른 이들을 되려 설레게 했다. 언제든지 스캇의 손가락 마디를 낚아챌 수 있는 해리슨의 크고 긴 손은 자신만의 어드밴티지를 가만히 놀려두는 법이 없었다.


  존 해리슨은 티가 날 정도로 스캇에게 다가가고 있었다.


  제 아무리 사교성이 떨어지고, 남들의 120% 험악해지는 표정보다 코어의 미세한 이상을 더 잘 감지한다는 스캇이라 해도 느끼는 바가 있을 수밖에 없었다. 어느 날 스캇은 해리슨을 불렀다. 이 때만 해도 스캇은 그에 대해 조금 엇나간 판단을 갖고 있었다. 

 

  "…네 유니폼 빼돌린 거 내가 잘못했으니까, 이제 수상한 짓은 제발 관둬주라. 응?"

  "당신이 나에게 엔지니어의 표식을 주기 싫어한다는 건 일찍이 짐작하고 있었지."

  "그지? 정말 미안하게 생각하고 있으니까…."

  "하지만 그 또한 소령에게 접근하기 위한 하나의 빌미란 걸 모르겠나?"


  스캇은 말문이 막혀 눈을 껌뻑거렸다. 


  "당신이 당장 나한테 원하는 게 없어 보인다는 게 애석할 지경이로군."


  그러면서 해리슨은 인간들은 늘 자신에게 무언가를 원했다는 말을 덧붙였다. 그의 서늘하면서도 집요한 눈동자와 낮은 목소리, 스캇의 주변에서 흩날리는 손가락 때문에 스캇은 그 말뜻을 엄하게 오해해버리고는 전속력으로 해리슨에게서 도망쳤다. 해리슨은 고개를 숙이면서 웃었다. 이 모든 것이 누군가의 개인실에서 벌어진 일이 아니라 기관실 한복판에서 발생한 광경이라 이후 상황은 더더욱 돌이킬 수 없게 되었다. 




* * *




  지구인으로서 존 해리슨에게 편향되지 않는 시선을 보낸다는 건 무척이나 어려운 일일 것이다. 하지만 그러한 일반적인 입장이 슥슥 빗겨가는 지점이 있으니 바로 그의 외양이었다. 


  여성들은 특히 존 해리슨에게 관대했다. 자신의 한계를 스스로 설정하는 타입인 해리슨은 얼마든지 그들이 호의를 느낄 만한 행동을 자아낼 수 있었다. 함선에서 유일하게 검은 옷을 입고 다녀 더욱 돋보이는 육체와 하루에 한 번 정도는 듣고 싶어진다는 목소리와 말투, 무엇이든 훌륭하게 해내는 그의 유능한 행적들에 그녀들은 중령에 대해 자주 이야기하게 되었다. 이건 남성 장교들 또한 느끼는 바였다. 성별을 막론하고 무시할 수 없는 그의 여러 부분들은 이따금씩 이야깃거리를 넘어서는 어떠한 목표가 되었다.


  그런데 존 해리슨이 목표로 하는 인물은 스캇이었다. 스캇은 여성들만이 표현할 수 있는 호기심을 받아본 적이 없었다. 공학적 감각과 두뇌가 매우 뛰어난 나머지 그게 전부처럼 보일 때도 많았다. 체구는 군인에 준하는 청년들이 모여 있는 스타플릿 소속의 소령 치고는 작은 축에 속했고 험악한 어휘는 거의 그의 입술에 붙어 사는 형편이었다. 엔지니어의 지적 능력이 새로운 어필 수단이 되지 않는 이상 언제까지고 기계와 친분을 쌓을 것 같다는 건 스캇 자신도 설득력 있게 여기는 평이었다. 그러고 보니 스캇도 다른 사람들도 존 해리슨의 행동을 쉽사리 이해하지 못했다. 오죽하면 기관실장이 보통 사람들은 알 수 없는 신비한 매력을 가지고 있는 게 분명하다는 풍문까지 돌았다. 그를 타겟 삼고 있는 게 존 해리슨이라 오해는 더욱 커져갔다.


  스캇은 사람의 매력이 그러한 분위기에서 형성되어야 하는 거냐며 일갈할 여유도 없었다. 해리슨은 예상치 못한 곳에서 더 부드럽고 위험해지는 방식으로 스캇의 사방을 휘젓고 다녔다. 스캇은 자주 주변을 두리번거리며 다녔다. 존 해리슨을 갖은 수법을 동원하여 내치지는 않았다. 그게 제대로 먹혀들 지도 의문이거니와, 어느 구석에서 스캇 역시 해리슨의 푸른빛 시선에 잡히는 자신의 잔영을 궁금해하고 있었다.


  "…너 이리 와봐."


  결심을 굳힌 스캇이 해리슨을 콕 집어 불렀다. 그 날도 여전히 기관실 주변에는 푸른색, 노란색 셔츠 무리들이 향연처럼 퍼져 있었다.


  언제나 기관실장의 근처에 있는 중령은 즐거운 듯 고개를 가웃했다. 스캇이 콧잔등을 찡그리면서 한 번 더 빠르게 손을 내저었다. 해리슨이 스캇 앞에 섰고 스캇이 뻣뻣하게 얼굴을 들었다. 겨우 해리슨의 눈동자가 시야에 들어왔다. 딱딱하고 차가워 보이는 피부와는 달리 아래에서 보니 흥미롭게 긴장한 해리슨의 입꼬리가 적나라했다. 


  "에라이, 젠장! 그래, 네 놈이 나한테 원하는 게 뭔데? 제발 그것 좀 가져가고 나한테 무섭게 달라붙는 일은 그만 둬!"


  오, 소령님이 드디어! 입은 열고 있지 않았지만 구경꾼들은 눈으로 그렇게 외쳐대고 있었다. 해리슨이 시선을 아래로 끌어당겨 스캇과 마주했다.


  "…지금 나한테 가져가라고 했나?"

  "그래! 내 속도 좀 시원해지고 네 속도 제대로 들어보자고. 대체…."


  엉뚱하게 기관실 안에는 스캇이 아닌 다른 사람의 목소리가 울려퍼졌다.




* * *




  NO. 4 : S 소령의 한탄 

  "제엔장, 나도 어떻게 된 건지 모르겠다니까…. 자세한 사항은 나한테 묻지 마쇼! 내가 일종의 피해자라는 건 다 알려진 사실 아닌가? 배 전체도 아니고, 기관실 안에서 기관실장이 스토킹 비슷한 거나 당한 신세를 보여주고 있었으니 사실상 기가 찰 노릇이지. 나는 정말 내가 할 수 있는 걸 다 했다고 생각해. 아닌 것 같아? 당신이 사람 머리는 한 주먹에 박살내는 놈한테 시달려보라고! 그래, 그것도 문제였어. 그한테는 인간 한 명은 아무렇지도 않게 죽일 수 있는 힘이 있다는거. 그런데 말이지, 어, 음, 그러니까… 문득문득 떠오르는 위협의 가능성만 없었으면 내 태도는 한층 부드러웠을 거야. 솔직히 그 놈 목소리 듣기 좋아. 그런 발음은 대체 어디서 배우는지 여자들 기분을 다 알겠더라니까. 체온도 의외로 딱 닿기 편안한 수준이고. 알맹이가 살인 병기라서 그렇지 겉은 괜찮아. …젠장, 지금 내가 대체 무슨 소릴 하고 있는거야? 하여튼 난 피해자야, 피해자라고! 웬 사이코한테 찍힌 피해자란 말이야!"


  NO. 5 : H 중령의 한 마디

  "언어의 중의성에 능통하다면 소령의 말을 잘 곱씹어 볼 필요가 있을 거야. 예를 들어 살인 병기라는 표현이라든가."




  …뭐에요, 당신이 그 말을 어떻게 알아.